전남 신안군 증도면 태평염전에 소금결정이 맺혀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국내 최대 천일염을 생산하는 전남 신안군 증도면 태평염전. 파란 하늘 아래 햇빛에 반짝거리는 소금꽃이 피어오른 가로세로 15m 정사각형의 염전에서 노동자들이 소금보다 더 짜고 굵은 땀을 쏟으며 ‘대파질’(밀대로 소금을 긁어모으는 일)을 하고 있다. 익숙한 손놀림이 이어지자 새하얀 소금 알갱이들은 덩어리가 됐다. 소금 덩어리가 한데 모이자 수레에 소금탑이 솟아났다. 소금탑 수레는 철로를 따라 창고로 이동했다. 소금 수레가 연신 창고로 향했지만, 창고 안은 10분의 1 이상 비어 있었다.
태평염전에서 노동자들이 소금을 긁어모으는 대파질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기계를 이용해 수레에 소금을 모으고 있다. 박종식 기자
태평염전은 최근 주문량이 폭주해 온라인 판매를 중단했다 다시 재개했지만, 배송이 최소 3주 이상 지연된다고 누리집에 공지하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앞둔 소비자들의 우려 등으로 수요를 맞추지 못한 탓이다.
전남도에 따르면 올해 천일염 산지 평균가격은 20㎏ 1포대 기준 1월 1만3576원, 4월 1만3740원, 5월 1만4127원으로 큰 차이가 없었지만,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임박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3만원대까지 급등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소식에 일반 소비자들의 대량 구매가 이어지고, 긴 장마 등으로 가격 상승을 기대하며 천일염을 사재기한 중도매인들이 물량을 풀지 않고 있다.
각각의 수레에 소금탑이 솟아났다. 박종식 기자
전동레일을 통해 소금이 창고로 옮겨지고 있다. 박종식 기자
결국 정부는 천일염 가격 안정을 위해 정부 비축 천일염 400톤을 시장에 공급하기로 했다. 정부는 7월 햇소금이 본격 출하되면 ‘소금 품귀’ 현상은 해소될 것으로 예상하고, 중도매인들의 매점매석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
하지만 정부의 기대와 달리 소금 가격은 언제든 급등할 수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해양 오염에 대한 불안감으로 국내 천일염 가격이 93%까지 오른 적이 있다. 정부는 도쿄전력이 제공하는 ‘과학적 자료’를 바탕으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원전 오염수 방류를 책임지는 이들이 무책임한 결정을 내린 것을 기억하고 있다.
염전 노동자가 소금을 들어보이고 있다. 박종식 기자
후쿠시마 원전 폭발 당시 도쿄전력 관계자들은 거짓 보고를 했고, 이는 돌이킬 수 없는 참사로 이어졌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는 철저한 검증 절차를 거쳐 진행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2021년 9월 방사성 물질을 걸러내는 필터 25개 중 24개가 파손된 게 최근 알려졌다. ‘과학은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과학을 방패 삼은 인간은 언제든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2023년 7월 3일자 <한겨레> 사진기획 ‘이 순간’ 지면.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