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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값 상승과 품귀…일 오염수 공포? 생산량 감소? 사재기 탓?

등록 2023-06-10 07:00수정 2023-06-10 17:48

최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천일염을 사려는 사람들이 늘며 신안군수협 직매장이 누리집에 천일염 품절을 알리고 있다.신안군수협 누리집 갈무리
최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천일염을 사려는 사람들이 늘며 신안군수협 직매장이 누리집에 천일염 품절을 알리고 있다.신안군수협 누리집 갈무리

최근 국내산 천일염이 품귀현상을 빚으며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생산량 감소를 주요 이유로 꼽고 있지만, 생산자들과 유통업체는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예고하면서 소비자들의 사전 구매 심리가 작용한 탓으로 돌리고 있다.

9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신안군수협 직매장, 신안 천일염 생산자협동조합, 도초농협, 비금농협 등 주요 천일염 판매처는 6월 초부터 일제히 천일염 판매를 중단했다. 택배 주문이 폭주해 배송이 지연되고 있다는 게 이유다. 다만 일부 판매처는 탈수염(간수를 뺀 소금) 생산에 2주가량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해 7월 초부터 판매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출하량이 줄면서 덩달아 가격도 오르고 있다. 신안군수협 직매장은 그동안 2만5천원이었던 20㎏ 1포대 가격을 8일부터 3만원으로 올렸다. 수매단가가 상승한 상황에서 주문이 몰려 인건비, 운임비, 창고보관료 등이 올랐다는 게 수협 쪽 설명이다. 다른 판매처들도 간수를 뺀 기간에 따라 3만∼4만원 선에서 판매하고 있다.

20㎏ 기준 천일염 전국 평균 산지거래가(수매단가)는 2011년 1만1120원에서 2018년 2880원까지 떨어졌다가 점차 상승해 2020년 6286원, 2022년 1만6068원, 최근 1만8000∼1만9000원 수준으로 거래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게시한 5㎏ 기준 전국 평균 소비자가격은 2018년 7130원에서 2019년 7407원, 2020년 7643원, 2021년 8941원, 지난해 1만1146원, 이달 1만2506원이다.

일부에선 최근의 가격 상승을 사재기 탓으로 돌린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시기가 임박하자 천일염 사재기가 늘어 가격이 폭등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양수산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올해 4~5월 천일염 최대 생산지인 목포 인근 지역에 22일(평년 15.6일) 동안 배가 내려 생산량이 감소했고 장마철 생산량 감소에 대비해 생산자들이 출하를 유보하면서 시장에 나오는 물량 자체가 줄었다는 것이다. 신안군도 8일 보도자료를 내어 올해 4월 말까지 3만6000t을 생산해 지난해 같은 시기(4만1000t)보다 12% 감소했다고 밝혔다.

전남 신안군 신의도 소금밭 전경.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전남 신안군 신의도 소금밭 전경.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하지만 현지 생산자들과 판매상들은 올해 천일염 생산량이 감소한 것은 맞지만,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우려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판매와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한다. 정지훈 도초농협 판매과장은 “예전에는 온라인 주문을 통해 20㎏들이가 하루 평균 50∼100포대가 팔렸는데 지금 주문 건수는 1500∼2000포대 수준”이라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가격이 오를 것을 염려해 미리 소금을 사두려는 소비자가 많다”고 설명했다.

신안 신의도에서 염전을 운영하는 강선홍씨는 “하루 100건 내외로 들어오던 택배 주문이 지금은 500∼600개로 늘었지만 보유한 소금이 부족해 많이 팔지는 못하고 있다”며 “오죽하면 염전이 없는 섬사람들도 가족들이 먹을 소금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전에 미리 구하려고 백방으로 수소문할 정도겠냐”고 했다.

천일염값 상승에는 생산면적 자체가 줄어든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2018년 천일염 가격이 폭락했을 때 염전 운영을 포기한 생산자가 속출하면서 염전면적과 생산량 모두 줄었다는 것이다. 실제 2016년 3772㏊였던 전남 지역 염전 면적은 지난해 말 2822㏊로 줄어들었고 최근 5년(2018∼2022)간 폐업한 염전은 237개에 달한다.

전라남도는 불안한 소비심리가 사재기를 부추길 수 있다고 보고 대책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노향미 전라남도 수산유통가공과 수산식품안전팀장은 “현 추세라면 (20㎏ 포대 산지 가격이) 2만원 선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6월부터 천일염 생산이 본격화하면 수급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조만간 생산자와 수협, 농협, 염업조합 등과 간담회를 갖고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남 신안군 도초농협 누리집에 품절 표시가 된 천일염.도초농협 누리집 갈무리
전남 신안군 도초농협 누리집에 품절 표시가 된 천일염.도초농협 누리집 갈무리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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