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검찰의 출석 요구에 대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치 탄압’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수사에 협조하지 않을 뜻을 밝히고 있다. 공소시효를 불과 일주일 앞둔 가운데 직접 조사가 여의치 않게 된 셈인데, 검찰은 이 대표가 출석하든 하지 않든 기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이상현)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이 대표에게 6일 검찰청에 나와 조사를 받으라고 요구한 상태다. 지난달 이 대표 쪽에 서면질의서를 보낸 뒤 답변을 요청했지만 답을 못 받아 직접 출석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 대표가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면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부장 유민종)도 이날 중앙지검에 와 ‘합동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야당 대표를 수차례 소환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례적으로 두 수사팀이 한 곳에서 차례로 조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오는 9일로 6개월의 공소시효가 만료되는 3·9 대선 관련해 이 대표가 받고 있는 혐의는 크게 세 갈래다. 먼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수사를 받다가 숨진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고 발언한 것이 허위라는 혐의다.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해 ‘초과이익 환수 규정’을 보고 받은 바 없다는 발언 역시 허위사실 공표로 고발됐다. 또 ‘백현동 특혜 의혹’과 관련해서 “국토교통부가 용도 변경을 먼저 요구하고 협박했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 역시 국민의힘이 고발한 상태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들 혐의를 판단하는데 이 대표 직접 조사가 꼭 필요한 상황은 아닐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실관계를 둘러싼 주변 조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상황일 것이기 때문이다. 당권을 잡은 지 나흘 밖에 안된 야당 대표를 소환한 것 역시, 일부 혐의라도 기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한 공안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 이미 결론에 대해서는 ‘가르마’ 타놓은 상태 아니겠느냐”며 “이 대표가 대부분 의혹에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할 것이기 때문에 출석 여부는 사실 큰 의미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대장동 사건·위례신도시 사건 등을 통해 이 대표를 ‘정조준’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 강백신)는 전날 대장동 개발 사업과 ‘판박이’로 불리는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이틀째 대규모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김만배씨등 핵심 인물에 대한 기소가 마무리된 대장동 사건 역시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 또 수원지검은 쌍방울그룹의 변호사비 대납 사건 등과 이 대표의 연관성을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