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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불안감 조장하는 사교육

등록 2008-11-23 17:34

서천석의 행복 비타민
서천석의 행복 비타민
서천석의 행복 비타민 /

갑자기 추워진 날씨처럼 경기도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씀씀이를 줄인 탓인지 식당에 가도 손님이 예전 같지가 않다. 이 와중에도 아직 타격이 적은 분야의 하나가 사교육이다. 아이들은 가족의 미래이기에 미래에 대한 투자만큼은 줄이지 않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허리띠를 졸라매면서도 포기하지 못하는 사교육. 정말 효과가 있어야 할 텐데 옆에서 지켜보는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한국 교육에는 풀리지 않는 의문점이 하나 있다. 지난 10년 동안 대학 신입생의 학력은 외국어 과목을 빼고는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이다. 아이들이 감당하는 사교육의 종류나 양이 최근 20년 사이에 급증한 것에 비춰볼 때 이해가 가지 않는 현상이다. 왜 투입한 노력이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아이들 하나하나를 두고 사교육의 효과를 살펴보면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인 결과를 발견할 수 있다. 이처럼 결과가 손에 잡히기에 사교육에 매달리는 것이다. 그러나 적지 않은 경우 사교육은 장기적으로 보면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교육의 가장 큰 장점은 공교육 시스템의 취약성에서 온다. 현재의 공교육에서 아이들 하나하나에 대한 관심이나 반복적인 피드백은 기대하기 어렵다. 학습에 흥미가 적은 아이일수록 세심하게 아이의 현재 상황을 짚어가면서 스스로 동기를 부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잘 되지 않는다. 장기간 학습과 관련해 좌절감을 겪은 아이라면 목표를 잘 설정하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 성취감을 얻는 기회를 얻도록 지지해주는 누군가가 있어야 비로소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사교육은 이런 면에서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사교육의 고수 부모들은 사교육을 한 군데서 계속 받지 말고 주기적으로 바꿔줄 것을 권하는데, 선생님이 아이를 만나서 초기에 줄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교육이 갖는 이런 장점은 부모가 시간적 여유가 있고 아이와의 관계가 나쁘지 않다면 부모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사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뭘까? 사교육을 오래 받으면 학습에서 자기주도적인 태도가 줄어든다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다. 새로운 과제를 해결하는 데 취약해진다는 지적도 있다. 그런 지적도 맞지만 가장 큰 문제는 사교육이 불안감을 과도하게 조장하는 점이다. 불안감에 흔들린 부모는 아이들의 마음자리를 살피지 않고 지나치게 압박한다. 결국 아이들은 공부 자체를 괴롭고 하기 싫은 것으로 인식하게 된다. 열이면 여덟 이상의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이 되면 공부를 지겨운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런 아이들이 사교육 시스템 내부에 있더라도 공부가 제대로 될 리는 없다. 외부에서 동기부여를 하기에는 지나친 간섭과 강요에 이미 질려버렸기 때문이다. 결국 수많은 투자에도 불구하고 우리 아이들의 실력이 나아지지 않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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