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석의 행복 비타민
아이랑 부모랑
서천석의 행복 비타민 /
자신감이 없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는 답답하다. “너는 왜 그렇게 매사에 자신감이 없니?” 하고 아이를 탓해 보기도 하지만 여전히 아이는 땅만 내려다볼 뿐이다. 엄마의 꾸중은 아이의 자신감을 더 떨어뜨리는 행동임을 알고 있지만 답답한 마음에 한마디 하고 만다. 이러다 아이가 자기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그런 걱정이 자꾸 조급하게 아이를 채근하게 만들고 결국 아이는 점점 자신감이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아이의 자신감을 길러주려면 우선 엄마가 아이를 믿어야 한다. 우리 아이가 지금은 약하지만 결국 자기 발로 세상을 살아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야 한다. 그 근거가 뭐냐고 묻는다면 이미 엄마가 약해진 상황이다. 도전이란 의심을 넘어서는 일이며, 언제나 세상일은 긍정적인 증거와 부정적인 증거가 함께 있다. 다만 우리가 어떤 때는 긍정적인 증거에 집중하고, 어떤 때는 부정적인 증거에 집중할 뿐이다.
일단 믿었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아이의 긍정적인 면을 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아이의 긍정적인 면을 하루에 하나씩 적고, 칭찬을 하는 ‘칭찬 수첩’을 만들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반대로 그 수첩의 다른 면에는 자신이 아이를 혼낸 일을 혼낸 말 그대로 적어보도록 한다. 엄마는 이런 수첩을 만들면서 실제로 아이에게 긍정적인 부분이 많이 있는데도 자신이 지나치게 한 방향으로 밀어붙이고 있음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다.
다음으로 아이가 잘할 수 있는 쉬운 일을 해볼 기회를 만들어서, 긍정적 경험을 자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학습은 우선 쉬운 문제로 시작하도록 하며, 문제를 풀 때는 짧게 끊어서 아이가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학습에 문제가 있는 고학년 아이라면 저학년 아이를 가르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칭찬할 것이 있어서 칭찬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머리를 써서 칭찬할 것을 만들어서 칭찬을 해줘야 한다.
셋째로 스스로 자신의 할 일과 범위를 정하도록 한다. 스스로를 자율적으로 다스릴 수 있는 아이가 자신감이 있다. 어느 정도의 범위에서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고, 선택에 대한 책임은 어느 정도 자신이 지도록 한다. 넷째로 따뜻한 태도로 받아들여준다. 실패에 대해 부모가 침착하고 상냥하게 다독여주고 다음 기회를 기약하는 태도를 가진다면 아이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다소 줄어들 수 있다.
부모의 이런 꾸준한 실천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자신감이 없다면? 그런 경우가 흔하지는 않겠지만 그럼 어쩌겠는가? 우리가 할 일을 다 했다면 천명을 좀더 기다릴 수밖에. 최선을 다한 자신이 이루지 못한 일을 가지고 자신과 아이를 탓해서는 안 된다. 세상 모든 일처럼 아이 키우기는 기다림과의 싸움이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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