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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잔소리하기 전 한번 더 생각하자

등록 2008-11-16 19:35

서천석의 행복 비타민
서천석의 행복 비타민
서천석의 행복 비타민 /

아이에 대한 잔소리를 멈추라는 조언은 종종 여러 오해에 부딪힌다. 가장 흔한 오해가 아이가 무슨 행동을 하든지 놔두라는 얘기냐는 것이다. 물론 아이들에게는 적절한 훈육이 필요하다. 장 자크 루소는 아이를 자연스럽게 놔두고 기회를 제공하면 아이 스스로 모든 것을 깨달을 것이라고 했지만 현실의 아이들은 ‘에밀’과는 사뭇 다르다. 바람직한 행동이 무엇인지 아이에게 가르치는 것은 중요하다. 문제는 그 방법이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보자. 당신이 은행에서 잠시 가방을 놓고 볼일을 보는 사이 누군가 가방을 들고 사라졌다. 너무 기가 막혀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 친구는 당신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러기에 가방을 들고 가야지 왜 놔두고 갔어? 너는 조심성이 없어서 문제야. 저번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잖아. 앞으로는 좀 조심해.” 반면 다른 친구는 이렇게 말한다. “어쩜 그런 나쁜 놈이 다 있니? 그 잠깐 사이에 잽싸기도 하다. 세상 참 무섭다. 나도 조심해야겠어. 그나저나 어떡하니? 너무 속상하겠다. 뭐 내가 도와줄 건 없어? 우리 앞으로 조심하자.”

앞으로 당신은 어떤 친구에게 전화를 걸게 될까? 좀더 조심해야 한다는 조언은 두 친구의 말 모두에 있다. 다만 앞의 친구는 당신의 감정을 공감해주지 않고 아픈 마음을 더 아프게 했기에 그 친구의 조언은 별로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어쩌면 앞으로 당신은 그 친구가 하는 말은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별로 듣고 싶지 않을지 모른다. 놀랍게도 우리는 늘 우리의 아이들에게 그 친구처럼 대하고 있다. 조언을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아이의 감정을 고려하면서 변화를 유도해야 아이 내부로부터 변화가 올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미국의 새 대통령이 된 버락 오바마의 여러 연설을 들어 보자. 그가 미국인의 공감을 얻는 이유는 변화를 주장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가 압도적인 공감을 얻은 데에는 변화가 가능하며, 우리 내부에 변화를 위한 힘이 있다는 믿음을 미국인에게 줬기 때문이다. 아이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도 아이가 스스로 자신에게 변화를 위한 힘이 있다는 것을 믿고 움직이도록 만들어야 한다. 단순한 잔소리는 절대 변화를 만들지 못한다. 이상주의자이기에 잔소리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잔소리가 실용적이지 않기에 반대하는 것이다.

잔소리를 멈추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부모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다음으로 어떻게 말해야 아이에게 영향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좀더 효과적인 말이 나올 때까지 속으로 생각을 다듬어야 한다. 부모가 말을 하는 이유가 고작 답답해서, 또는 화가 나서는 아니지 않은가? 말보다는 말 이전의 시간을 많이 갖자. 그래야 힘 있는 말이 나온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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