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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잘 쉬는 엄마가 아이도 잘 본다

등록 2008-10-12 16:32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서천석의 행복 비타민 /

요즘 인기 연예인의 자살이 잇따르면서 엄마들의 정신 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살기가 팍팍해도 아이 얼굴이 밟혀서 열심히 살려고 마음먹는 것이 엄마들의 심정이기에 자식을 두고도 떠날 수 있을 정도의 우울증이 무섭게 느껴진다.

엄마의 우울함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더할 나위 없이 크다. 같은 이야기를 해도 우울한 엄마가 하는 충고와 정서적으로 안정적인 엄마가 하는 충고는 아이에게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아이들은 어릴수록 말의 내용보다는 전달되는 방식에 영향을 받는다. 좋은 이야기도 무덤덤하게 이야기하면 차가운 말로 받아들이고, 야단치는 이야기도 말하는 부모의 목소리에 따라 그 속에서 엄마의 사랑을 느낄 수도 있다.

우울한 엄마는 자신의 우울함을 해결하는 데 이미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기에 아이에게 온전하게 집중할 수가 없다. 그래서 작은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아이의 감정을 살필 마음의 여유가 없다.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기에 때로는 무척 잘해주지만 계속해서 이런 태도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결국 아이는 엄마가 자기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늘 들쭉날쭉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이야기를 쓰면서도 이 글이 우울한 엄마들에게 오히려 부담감만 지우는 것은 아닐까 걱정스럽다. 만약 이 글을 보면서 자책감이 심하게 든다면 그것 역시 우울증의 증상이다. 우울한 사람은 처음에는 주변 상황을 탓하지만 만성적으로 가면서 스스로를 자책하며 자신의 가치를 부인한다. 이것은 증상이지 자기 자신의 본모습은 아니다. 우울한 상태에서는 자신의 가치를 정확히 볼 수 없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엄마는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존재이다. 때로는 아이에게 상처도 주지만 엄마들은 아이들을 위해 다른 누구보다 많은 것을 희생하고 있다. 한 사람의 인생에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인물인데 그만한 가치가 어디 있겠는가?

혹시 그 말도 부담으로 다가오는가? 그렇다면 지금 스트레스가 너무 많은 상태이다. 아이를 위한 노력은 엄마가 건강해야 제대로 할 수 있다. 자신의 마음자리를 살피고 자신의 몸에 휴가를 주자. 그럴 시간이 없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되는 쪽으로 생각하면 여러 길이 열리기도 한다. 갑자기 부탁하면 내 말을 들어줄 사람이 없을지 모르지만 차분히 생각하면 한 달에 한번 정도 아이를 맡아줄 가족과 친척, 이웃이 있다. 그런 사람들을 나열한 뒤 미리 부탁하면 어느 정도의 자기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서로 품앗이하면서 쉴 수도 있다. 지쳤다면 쉬어야 한다. 아이 보는 일은 힘들다. 아이가 말썽을 부리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잘 쉬는 엄마가 아이도 잘 볼 수 있다. 아이에게 전부인 자신을 소중히 여겨보자. 아이의 밝은 웃음은 엄마의 건강한 미소에서 만들어진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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