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서천석의 행복 비타민 /

학습 태도는 스스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려는 모습이다. 이런 태도가 빨리 잡혀야 아이가 학습량이 증가하는 고학년 때 성공할 수 있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성적이 떨어지는 아이들 대부분은 학습 태도에 문제가 있는 경우다. 초등학교 저학년 성적은 흔히들 엄마 성적이라고 한다. 붙잡고 시키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어느 정도 해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습량이 늘어나는 초등 고학년부터 중등학교에 이르게 되면 엄마의 노력만으로 아이가 성적을 유지하기 어렵다. 이때부터는 자기 스스로를 조절할 수 있는 아이들이 두각을 나타내게 된다.

학습 태도를 바로잡으려면 단계별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진단이 필요하다. 아이의 학습 태도의 문제점과 장점을 파악하는 단계다. 일주일 정도 아이를 지켜보면서 아이가 갖고 있는 좋은 학습 태도와 나쁜 학습 태도를 적어보는 것이다. 다음은 목표를 정하는 단계이다. 1단계에서 파악한 좋지 않은 학습 태도 중 먼저 수정해야 할 부분을 선정한다. 1차적인 목표는 우선 빠른 시간 안에 수정이 가능한 쪽을 택하는 것이 좋다. 처음에 빨리 좋은 결과를 볼 수 있어야 아이나 엄마 모두 다음 과정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목표는 아이가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는 목표를 정해야지, 다른 아이들과의 비교나 부모의 욕심으로 높은 목표를 정해 아이를 다시 한 번 좌절하게 하면 이후 과정에 지장이 많다.

다음은 구체적인 실천 단계다. 목표에 대해 아이와 함께 점검표를 만들어 본다. 안 좋은 태도가 얼마나 바뀌고 있는지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표를 만들어 붙여 놓는다. 이 과정에서는 아이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어떤 목표를 세울지, 얼마 동안 실천해 볼지, 어떤 보상과 벌칙을 받을지 등을 부모와 아이가 대화를 통해 정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일일 점검표를 온 가족이 모였을 때 밝히고 그때부터 실천에 들어간다.

마지막은 평가와 재계약 단계다. 아이가 부모와 합의해 정한 점검표를 얼마나 잘 달성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확인은 몇 단계에 걸쳐서 하는 것이 좋다. 우선 1주일 단위로 확인을 한다. 1주일 동안 얼마나 잘 지켰는지를 확인해 이에 따른 보상이나 벌을 주도록 한다. 다음으로 한 달 내지 두 달 정도의 목표 달성 여부를 평가한다. 제대로 목표를 정했다면 대부분 한 달 정도면 원하는 결과를 얻고 다음 목표를 정할 수 있다. 항상 목표는 지나치게 무리하지 않고 아이가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정하는 것이 좋다. 마음만 급해서는 빨리 갈 수 없음을 꼭 기억해야 한다. 한 번에 달성하려다 아이가 좌절감 속에 몇 달을 헤맬 수 있다. 그 시간이면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가는 방법으로 이미 목표를 이뤄냈을지도 모른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