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서천석의 행복 비타민 /
지난 주 각급 학교에서는 학부모 총회가 열렸다. 총회를 다녀온 부모님들의 가장 큰 관심은 역시 선생님이 자기 아이를 어떻게 보고 계시는가일 것이다. 혹여 아이가 산만하고 장난이 심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부모님들은 벌써 걱정이 태산이다. 우리 아이가 요즘 흔히 이야기하는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증(ADHD)에 해당한다는 것은 아닐까 불안하다.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증은 어린이들이 소아정신과를 찾는 가장 흔한 원인이다. 대략 5~7%에 이르는 어린이가 이 질환을 앓고 있다고 하니 드물지 않다. 한 학급에 적어도 2~3명이라는 이야기다. 이 질환이 활동량이 풍부하고 다소 부산한 아이들에게 질병이라는 낙인을 찍는 것은 아닌지 적지 않은 분들이 의심하기도 한다. 그러나 약간 부산하다고 이 병이 있다고 하지는 않는다. 이 병으로 진단하려면 무엇보다 아이가 부산하거나 집중력이 떨어져, 공부하거나 또래를 사귀거나 학교를 다니는 데 뚜렷한 문제를 일으켜야만 한다. 어떤 아이들은 가정 안에서는 그다지 심하지 않을 수 있고, 또 어떤 아이들은 집에서는 다리에 모터가 달린 듯 내달리지만, 학교에서는 그리 눈에 띄지 않을 수도 있다. 병으로 진단을 받으려면 학교와 집, 또래관계 가운데 최소한 두 군데 이상에서 문제가 나타나, 아이의 정상적인 발달에 방해가 되어야만 한다.
이런 상태를 병으로 진단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 아이들이 고통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산만함이나 활동성이 지나친 아이들은 자꾸만 학교와 집에서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는다. 안타까운 점은 혼나더라도 그 효과가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상대방을 보는 듯하지만 속으로는 집중하지 않기 때문에 혼나는 상황에서도 깊게 느끼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혼이 나는지 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행동을 관망하고 조절하는 기능이 약해서 다시 실수를 하기 쉽다. 어찌 보면 매우 충동적으로 보이는데 그러다보니 자꾸 혼이 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아이도 부모도 마음에 상처를 입는다. 아이들이 입은 상처는 나무에 옹이가 남듯 오랫동안 아이의 마음속에 남는다. 늘 불안해할 수도 있고, 자신감이 떨어질 수도 있고, 마음속 깊은 곳에 화가 쌓일 수도 있다.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증 어린이의 40%가 자신감이 낮은 청소년이 된다. 일부는 자신을 자주 혼내는 어른들에 대해 반항적이고 적대적으로 변한다. 외부 세계에 대한 피해의식을 키우는 경우도 흔하다.
예부터 이런 말들을 많이 하곤 했다. “애들이란 다 그런 거 아니냐.” “크면 저절로 나아질 거야.” 이런 말은 일부는 맞지만, 그 정도가 지나쳐서 아이가 지금 어려움에 빠져 있다면 도움이 필요하다. 영어로 ‘진단’은 ‘diagnosis’이다. 그 뜻을 풀이하자면 깊이 인식한다는 뜻이다. 아이를 병으로 낙인찍는 것이 아니라 깊게 파악해 고통을 덜어 주려면 전문가를 찾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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