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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학생들을 쓰레기취급하는 건 용서 못해

등록 2007-09-04 15:16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8월 17일 동호정보공업고등학교와 아현산업정보학교를 2010년까지 폐지하고 방송특성화고등학교를 설립한다는 행정예고를 했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8월 17일 동호정보공업고등학교와 아현산업정보학교를 2010년까지 폐지하고 방송특성화고등학교를 설립한다는 행정예고를 했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교육청소년] 주민반대로 폐교 위기에 놓은 동호정보공업고등학교
한 전문계(실업계)고교가 공업고등학교를 혐오시설로 여기는 지역주민들의 등살에 떠밀려 폐교 위기에 놓였다.

성동구 옥수1동 남산 자락에 있는 동호정보공업고등학교(이하 동호공고)가 초등학교 설립을 요구하는 인근 남산타운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에 부지이전, 특성화고 전환, 아현산업학교와 통폐합 등 몸살을 겪다가 결국 교육청으로부터 폐교 통보를 받은 것.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8월17일 동호공고를 2010년 폐교한다고 행정예고했다. 또 학교 측에 내년도 신입생을 선발하지 말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초등학교 설립 요구하는 주민 민원으로 학교 이전 결정
이전예정지역마다 ‘공고반대’ 주민 반발 혐오시설 취급

1991년 설립된 동호공고의 폐교논쟁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성동구와 중구를 잇는 학교 근처에 ‘남산타운’이라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원래 2천세대 이상의 주거공간을 만들면 법적으로 초등학교를 지어야 한다. 그러나 남산타운 아파트 재개발 조합은 학교설립을 위한 분담금을 내지 않고자 5천150세대를 1700세대 씩 세 구역을 나눠지으면서 초등학교를 짓지 않았다. 그 후 주민들은 ‘공부 못하고 말썽 많은’ 동호공고 자리에 초등학교를 설립해 달라고 교육청에 꾸준히 요구해 왔다.

주민과 학교의 신경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2004년 중구 소속 박성범(한나라당)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서울시교육감으로부터 현 동호공고를 2009년까지 이전하고 초등학교 24학급, 인문계고 24학급을 신설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남산타운 아파트는 거의 축제 분위기였다. 부동산 업자들을 주축으로 ‘축 동호공고 이전’이라는 현수막이 내걸리고, 학생들과 교사는 자신들의 학교를 쓰레기 소각장이나 핵 폐기장 취급을 하는 주민들의 눈초리를 받으며 학교를 다녀야 했다.

동호공고가 위치한 지역은 남산타운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까지 고지대에 위치한 ‘달동네’와 같은 모습이었다. 아직도 학교 운동장 주변을 보면 그 모습이 남아있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동호공고가 위치한 지역은 남산타운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까지 고지대에 위치한 ‘달동네’와 같은 모습이었다. 아직도 학교 운동장 주변을 보면 그 모습이 남아있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2002년 동호공고 주변에 ‘남산타운’이라는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생기면서 동호공고를 이전하고 초등학교를 설립해 달라는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2002년 동호공고 주변에 ‘남산타운’이라는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생기면서 동호공고를 이전하고 초등학교를 설립해 달라는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이런 여론 때문에 동호공고는 이전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막상 학교를 옮기는 과정도 만만찮았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옛 수도여고자리, 강서구 마곡지구로 이전을 검토했으나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된 것.

그래서 교육청은 지난해 10월 동호공고를 방송영상 관련 특성화학교로 지정했다. 어차피 학교를 옮겨야 한다면 공고보다는 특성화고 이미지가 좋다는 판단에서다. 그 후 동호공고는 올해 1학년부터 방송콘텐츠 2학급, 방송영상과 4학급을 신설해 신입생을 선발하고, 3억5천만원~4억원을 투자해 방송장비와 영상편집실을 갖췄다. 교사와 학생들은 2008학년도 특성화로 전환을 앞두고 여름방학에는 중3학생을 대상으로 신입생유치를 위한 방송영상콘텐츠 여름캠프도 진행했다.

특성화고 전환 준비 한창, 아현산업학교와 통폐합이 웬말?

그러나 동호공고의 수난은 계속됐다. 서울시교육청이 올해 4월 갑자기 마포구의 아현산업학교와 동호정보공고의 통폐합을 추진한 것. 동호공고의 방송영상과 6학급과 아현학교의 음악과 4학급을 합쳐 마포구 아현동에 방송특성화고교를 만들자는 계획이다. 허나 이마저도 아현동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두 학교 모두 2010년에 폐교되는 결정을 맞았다.

특성화고로 전환해 새로운 출발을 기대했던 동호공고 입장에서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 ‘마른하늘에 날벼락’같은 소식이었다.

이에 동호공고 학생과 교사들은 ‘폐교 결정을 철회하고 교내 일부 땅에 초등학교를 지어 공존하도록 해 달라’는 호소문을 만들어 시교육청과 서울시교육위원회에 보내는 등 폐교결정에 적극 반대하고 나섰다.

학생들 쓰레기 취급하는 주민들의 모습에 분노
동호공고 교사·학생, 학교 부지 줄여 초등학교 설립하는 중재안 제출

또한 대책 없는 폐교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동호공고는 남산타운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과 동호정보공고의 특성화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중재안을 교육청에 제출했다. 학교운동장 부지를 포함하여 몇몇 건물을 초등학교 부지로 내놓고 본교의 규모를 줄여 현 자리에서 두 시설이 운영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

서울시 교육청과 남산타운 아파트 주민들이 애용하는 지역 홈페이지에는 동호공고 폐교에 대한 찬반의견이 분분하게 올라오고 있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서울시 교육청과 남산타운 아파트 주민들이 애용하는 지역 홈페이지에는 동호공고 폐교에 대한 찬반의견이 분분하게 올라오고 있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방송영상과장 오성훈 교사는 “남산타운 아파트 주민과 아현동 주민이 서로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참 기가 막혔다. 학생들을 마치 쓰레기처럼 취급하는데 너무 화가 났다”며 분노의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또 “2008년도부터 특성화 하겠다고 방송영상과도 신설하고 신입생도 다 뽑아놓고 학교를 폐교한다는 것은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사기 친 꼴 밖에 안된다. 교육청에서는 2010년 2,3학년이 되는 학생들을 다른 학교로 분산해 보내고 동호공고 이름으로 졸업시키겠다고 하는데 아이들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를 만드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말이 되냐”며 주민들의 이기주의와 교육청의 일방적 행정을 비판했다.

반면 이번 동호공고 폐교가 전문계 고등학교 폐교라는 ‘도미노’현상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른바 잘 사는 동네, 힘 있는 동네 있는 전문계고교는 주민들의 민원에 시달리다 쫓겨나거나 없어지는 제2, 제3의 동호공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

마지막으로 오 교사는 학생들과 교실에서 즐겁게 수업하는 날을 그리며, 만약 폐교결정이 나면 법정소송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 동호공고 재학생 등록금 전액 면제, 통학버스 운영, 특성화 예산 지원 등을 적극적으로 요구해 학생들이 받는 피해와 상처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오는 9월 7일까지 동호정보고 폐교에 관한 의견을 듣고, 9월 말게 열릴 서울교육위원회에서 폐교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김지훈 기자 news-1318viru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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