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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부천고 두발규정 완화될까?

등록 2007-08-30 16:21수정 2007-09-02 17:02

지난 20일 경기도 부천고등학교에서는 머리가 길다는 이유로 300여명의 학생을 집단체벌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지난 20일 경기도 부천고등학교에서는 머리가 길다는 이유로 300여명의 학생을 집단체벌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교육청소년] 부천고 두발불량 이유로 300명 엉덩체벌, 그 후
지난 20일 경기도 부천고등학교에서 두발 상태가 불량하다는 이유로 교사가 학생 300여명을 집단 체벌한 것에 대한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사건 발생 10여일이 지난 지금도 학생들의 정신교육을 위한 활동이었다는 학교 측과 신체의 자유를 무시하는 인권침해라는 학생들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8월 20일 개학식 날 부천고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나?

부천고, 두발불량 2학년 300여명 엉덩이체벌


8교시 수업을 마치고 2학년 교실 전체에는 교내방송이 울려 퍼졌다. 모든 학생은 실내화 주머니와 가방을 챙겨서 운동장에 집합하라는 것. 어리둥절한 학생들은 각자 짐을 챙겨 운동장으로 나갔다.

대기하고 있던 2학년 부장 서모 교사는 그때부터 학생들의 두발상태를 검사하기 시작했다. 부천고의 두발규정은 ‘앞머리와 뒷머리가 눈썹과 귀, 교복 카라를 덮으면 안된다’라고 돼있지만, 규제대상의 선정기준은 해당교사의 주관적 판단이었다. 1차 두발검사를 마치고 운동장에 남은 학생은 300~400여명. 교사가 보기에 모두 교칙보다 머리가 길다고 판단되는 학생들이었다. 이들은 서 교사에게 한 사람당 매로 엉덩이를 5대씩 맞으며, 한여름 땡볕에 운동장 바닥에서 ‘엎드려 뻗쳐’를 한 상태로 30~40분을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 교사 혼자서 많은 학생들을 감당하기 어렵자, 뒷반 학생들은 다른교사가 체벌하는 것을 돕기도 했다.

당시 체벌을 당한 박상준(가명, 고2)군은 억울한 심정을 그대로 털어놨다. 그는 "방학 후 오랜만에 학교에 왔는데, 오자마자 심한 체벌을 당하고 머리를 짧게 잘라야 해서 기분이 나빴다"며 “(두발검사)예고도 없이 개학날 바로 검사를 해서 당황했다. 머리가 길다고 공부를 못하는 것도 아닌데, 정신교육 운운하면서 두발규제를 하는 건 납득이 안된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부천고등학교에 재학생중 김 모군의 모습. 앞·뒤·옆머리가 짧은 편이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부천고등학교에 재학생중 김 모군의 모습. 앞·뒤·옆머리가 짧은 편이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김모(고2)군도 엉덩이 체벌 후 바로 머리카락을 잘라야 했다. 평소에도 잦은 두발규제에 불만이 많았던 그는 이번처럼 심한 경우는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머리가 너무 짧아 길거리도 못 돌아다닐 정도”라며 “한창 민감한 나이에 공부하라고 머리를 억지로 자르게하면 더 신경이 쓰여 공부가 안된다”고 했다.

또한 학생들은 ‘4주후 규정’이라는 애매한 두발규제 기준에 대한 불만이 컸다. 교사들이 검사를 할 때 현재의 머리상태를 보는 것이라 아니라 4주 후에도 교칙에 걸리지 않을지 감안하여 반영한다는 것. 따라서 학생들의 머리길이는 기준보다 더 짧아질 수밖에 없다. 이밖에 수시지원 불이익 등 대학입학을 볼모로 학생들의 인권을 무시하고 규제를 완고히 유지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었다.

이러한 이유에선지 29일 오후 6시 저녁식사를 마치고 운동장에 나와 축구, 농구 등 운동을 하는 대다수 학생들의 머리는 굉장히 짧은 편이었다. 흔히 ‘반삭’이라고 불릴만한 머리모양으로, 앞머리는 이마를 훤히 드러낼 정도로 짧았고 옆머리도 귀가 완전히 보일정도로 파여 있었다.

‘인권수호냐’, ‘명문고의 프라이드냐’ 그것이 문제로다

한편 부천고 두발규제·체벌사건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학교 내에는 규정완화를 기대하는 학생들과 명문고 이미지 실추를 염려하는 학생들로 반응이 엇갈렸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운동장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 재학생들의 두발상태가 대부분 ‘반삭발’수준으로 짧은편이었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저녁식사를 마치고 운동장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 재학생들의 두발상태가 대부분 ‘반삭발’수준으로 짧은편이었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두발규제의 집중 대상이 됐던 2학년을 비롯해 1학년들은 자기학교의 두발문제가 사회적으로 부각되면서 이 분위기를 틈타 두발규제가 완화되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었다. 김준영(가명, 고1)군은 “체벌은 2학년들이 당했지만, 1학년도 선생님이 반마다 자주 두발검사를 하고 있어서 규정이 조금만 더 풀렸으면 좋겠다”며 기대감을 내비췄다. 또 “기사를 통해 처음 체벌사진과 사건내용을 이름 모를 1학년이 제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잘했다고 호응하는 분위기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두발자유를 원하는 학생들 중 적극적으로 저항하려는 의지나 용기는 아직 부족한 듯 했다.

반면 몇몇 학생들은 여전히 짧은 머리를 ‘명문고의 자존심’으로 여기는 것처럼 보였다. 짧은 머리가 공부하는데 집중도 되고, 학교에서 정해놓은 규칙을 어겨서 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

정모(고1)군은 “벌은 2학년이 받았는데 왜 1학년이 나서 제보를 했는지 모르겠다. 학교망신이다. (언론보도 후)거리 지나갈 때마다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 같아서 싫다. 교칙 어겨서 처벌 받았기 때문에 합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3학년 이모 군도 학교 이미지 훼손을 우려했다. 안그래도 비평준화가 해체되면서 명문고 분위기가 없어지고 있는데 부정적인 모습만 부각돼서 좋을 게 없다는 것. 특히 건물 위치상 운동장이 가려져 당시 사건현장을 목격하지 못한 3학년 학생들은 기사를 보거나 주변에서 전해들은 내용이 전부라 두발규제나 체벌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덜한 듯 했다.

해당 교사도 체벌사실을 인정하고 부천고 체벌사건이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은 상황에서 학생들의 바람대로 두발자유 혹은 규정완화가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지훈 기자 news-1318virus@hanmail.net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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