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일본 도쿄에서는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반대하는 시사카툰 전시회가 열렸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인물] [일본 현지취재⑦] ‘NO! 야스쿠니’풍자만화단, 남동윤·국미란·정은숙
야스쿠니 신사 반대! 만화로 이야기 하다
남동윤(01학번, 26), 국미란(00학번, 27), 정은숙(05학번, 22), 상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부 학생 세 명은 시사만화 수업시간에 ‘야스쿠니’를 주제로 그렸던 작품을 들고 특별한 일본 여행길에 올랐다. 이들은 만화가 고경일 교수와 함께 ‘NO! 야스쿠니 풍자만화단’을 구성해 지난 7월 31일부터 8월 8일까지 히로시마-나가사키-오사카-교토-도쿄 등을 돌며 진행한 야스쿠니반대공동행동 주최 <2007 Peace Tour in Japan>에 참가했다.
한 편의 그림으로, 눈에서 가슴으로 감동을 전하는 세 사람을 5일 시사카툰 작품 20여점을 전시중인 <평화와 민주주의를 향한 전국교류회>현장에서 만났다. 과연 ‘야스쿠니 신사’라는 어려운 주제를 어떻게 그림으로 나타냈을까? 보고 또 봐도 그들의 상상력은 놀랍기만 하다.
현재 월간 ‘인물과 사상’, ‘작은책’, ‘삶과 꿈’ 등에 만화를 연재하고 ‘월간 중앙 표지 일러스트’로 활동 중인 남동윤 씨는 아직 대학생이라고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솜씨를 자랑한다. 어릴 때부터 만화를 좋아하고 인물 캐릭커쳐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이번에도 일본 총리 아베와 고이즈미 전 총리의 관계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림을 보는 순간 “우와~” 초상화처럼 닮은 캐릭터를 보고 감탄하고, 그 안에 드러난 야스쿠니 반대 메시지를 발견한 뒤 “아!” 또 한번 탄성을 자아낸다. 고이즈미 전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에서 그네를 타고있는 아베 총리를 밀어주는 모습과 어린아이인 아베에게 고이즈미가 야스쿠니 장난감 선물세트를 건네는 그림. 이 두 가지 그림의 공통점은 고이즈미 총리 때부터 심화된 신사참배와 일본의 우경화 정책을 아베정권까지 그대로 계승되는 상황을 비판한 것.
하지만 아이디어를 짜기까지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야스쿠니’라는 시사내용을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 정확하게 전달하고자 고민도 많이 했다. “‘안녕, 사요나라’영화도 보고 신문기사를 찾아보면서 참 복잡했어요. 다른학생들은 전범자와 강제징용된 피해자 합사라는 근본문제를 꼬집었는데, 저는 야스쿠니 신사참배의 중요한 인물 아베와 고이즈미의 관계를 부각해 특색을 주려고 했어요. 앞으로도 시리즈 작업을 계속 해보고 싶어요.”
한편 국미란 씨의 작품은 섬세한 선의 묘사가 인상적이다. 그는 야스쿠니라는 큰 주제 속에 담겨진 다양한 문제의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낼까 고민하다 ‘결혼’과 ‘술집’이라는 상징적인 상황으로 표현했다. 펜터치의 느낌 때문일까? 처음에는 다소 어렵게 느껴졌던 그림의 주제들이 그림 속 소품하나하나부터 전체분위기를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새록새록 다가온다. 먼저 A급 전범을 나타내는 해골과 일그러진 얼굴의 아베 총리가 전통혼례 의상을 입고 빨간 융단에서 결혼을 하는 것은 야스쿠니에 합사된 전범자와 일본의 자민당이 뗄레야 뗄 수 없는 ‘공생관계’임을 드러낸다. 결혼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둘이 하나가 되는 신성한 절차니깐. <천생연분>이란 그림의 제목도 참 잘 어울린다.
또 하나의 그림은 기생인 아베총리가 군복을 입고 칼은 찬 A급 전범에게 술을 따르는 장면이다. 술잔에는 피와 유골이 들어있다. 군국주의를 유지하고자 많은 사람의 희생이 따랐던 전쟁을 미화하고 신사참배를 강행하는 아베의 파렴치한 모습을 돈을 위해 몸을 파는 기생으로 묘사했다.
해맑은 아이들 속에 어둡게 드리워진 악의 그림자. 이번 풍자만화단의 막내, 정은숙 씨는 과거부터 끊임없이 이어오는 일본 제국주의 사상의 위험성을 직접적으로 묘사했다. 특히 도조히데키-고이즈미-아베로 이어지는 구조에서 고통 받는 전몰자와 일본민중들의 모습은 사실적이다. 하지만 더욱 인상적인 것은 야스쿠니 신사로 소풍을 간 유치원생들이 고이즈미와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을 뷰파인더로 바라보는 장면으로 나타낸 그림이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아이들의 웃음 뒤로 칼과 총으로 무장한 전범들은 정말 대조적이다.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지만, 아니 오히려 천황을 위한 전쟁을 당연시 하고 침략전쟁을 정당화하는 야스쿠니의 이면이 젊은 층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만화로 세상과 소통하는 사람들
정말 사람마다 생각하는 것도 표현하는 방법도 천차만별이다. 그것이 바로 만화라는 예술작품이 주는 매력일까. 동윤 씨는 “글보다 시각적인 전달이 빨라 어려운 시사문제도 메시지를 쉽게 전달할 수 있고, 작가에 따라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잖아요. 사람들이 만화를 보고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다면 만화의 가치가 있는 것 아닐까요?”라고 되묻는다.
한편 이들이 그린 야스쿠니 풍자만화는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는 시작에 불과했다. 이번 일본평화체험기행을 통해 재일조선인이 다니는 민족학교, 강제징용 된 조선인들의 거주지 ‘우토로’마을 등을 둘러 본 세 사람은 일본군 위안부, 비정규직 노동자 등 우리사회에서 소외된 계층을 소재로 만화를 그리고 싶다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역시 체험보다 더한 공부는 없나보다.
“민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어요. 학력 인정이 안되는 걸 알면서도 우리민족의 정체성을 지키고자 일본사회에서 차별을 꿋꿋이 견뎌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그걸 만화로 그려 다양한 연령층이 공감하도록 하고 싶어요.”
평소에도 외국인 노동자나 미혼모 등 사회 소수자를 주제로 만화 작업을 했던 미란 씨는 지역이나 민족에 제한 없이 눈에 보이지 않는 불이익을 당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먼저 관심을 갖고 작은 실천을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만화 그 자체에 목적을 두지 않고 작품을 통해 사회와 소통하는 수단이 되도록.
순정만화 같은 스토리만화에 관심이 있었던 은숙 씨도 야스쿠니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어떤 부분을 핵심으로 독자의 관심을 끌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시사만화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정보는 발로 뛰면서 경험하는 게 정말 소중한 것 같아요. ‘체험’의 중요성을 절감했어요. 역사성을 다루면서도 휴머니티가 묻어나는 인간문제를 그리고 싶어요. ‘우토로’마을에 가서 할머니, 할아버지 만난 게 전환점이 됐어요.” 이러한 점에서 은숙 씨는 만화를 좋아하는 청소년에게 사회적 인식 때문에 불안해하지 말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자신감을 갖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지훈 기자 news-1318virus@hanmail.net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남동윤씨 작품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상명대 만화애니메이션학부 남동윤(01학번, 26)씨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국미란씨 작품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정은숙씨 작품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전시회장에서 밝은 미소를 지으며 작품에 대한 의미를 설명해 준 국미란(00학번,27), 정은숙(05학번,22)씨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