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어디선가 히딩크 감독님이 통역관을 대동하여 나타났다. 성큼성큼 나에게 다가오신 감독님은 영어로 뭐라고 말씀하셨다. 무슨 말인지 몰라 통역관을 바라보았다.

“박지성씨는 정신력이 훌륭하대요. 그런 정신력이면 반드시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말씀하셨어요.”

얼떨떨했다. 감독님이 던진 채 1분도 안 되는 그 말 한마디는 앞으로 내가 살아갈 나머지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 박지성의 글 중

지금의 박지성이 있기까지 큰 역할을 한 것은 히딩크 감독의 칭찬 한마디였다. 칭찬 한마디로 사람의 인생이 바뀌기도 하며, 사람에게 큰 힘을 준다.

이런 칭찬을 일상에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학교가 있다. 인천정보산업고(교장 이강준)에서는 학생들에게 자기 효능감을 증진시키고 급우들 간에 집단 응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칭찬은행계좌’라는 인성교육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칭창은행계좌’를 개설하기 위해서는 선생님이나 친구들의 칭찬을 받아야 한다. 칭찬을 받으면 칭찬수표가 발행된다. 칭찬수표를 받은 학생은 인성교육부 교무실 앞에 세워진 ‘칭찬은행 통장’을 넣으면 된다. 칭찬수표 20장을 모으면 ‘칭찬저축 King’과 ‘칭찬은행Queen’으로 선정된다. 지난 5월부터 시행돼 20장을 모은 학생이 없어 아직 ‘칭찬저축 King과 Queen’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칭찬저축 King과 Queen으로 선정되면, 학생들의 칭찬내용을 전교생이 모두 볼 수 있도록 액자를 만들어 전시한다. 또 매월 마지막 주 월요일에는 리포터가 그 달의 ‘칭찬저축 King과 Queen’을 인터뷰해 각 반에 방영되도록 할 예정이다.

이 ‘칭찬은행계좌’는 인성교육부의 이희경 선생님이 기획했지만 모든 것은 학생들 스스로 만들어 간다. 칭찬수표를 발급하는 칭찬 은행원, 칭찬저축 King과 Queen에게 줄 액자를 디자인하는 코디네이터, 학교방송을 할 리포터 등 모두 학생들이 스스로 운영한다.

또한 학생들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과 선생님, 학부모까지 참여할 수 있다. 학부모가 선생님을, 선생님이 선생님을, 학생이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칭찬수표를 쓸 수 있어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서 큰 호응을 받고 있다.

특히 교사 간에 활발히 사용돼 서로간의 사기를 북돋고 유대감을 강화시키고 있다. 교사 조재경(미술교사, 남)씨는 “평소에 친하게 지내지도 않은 선생님께 칭찬수표를 받고 얼마나 감동했는지 모른다”며 “앞으로는 누구한테나 이런 칭찬을 받을 수 있도록 이미지 관리를 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칭찬이 메마른 시대에 가끔 칭찬을 하고 싶어도 막상 칭찬할 단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도 있다. 때문에 이희경 선생님은 칭찬 예시문을 만들어 학부모와 교사에게 유포했다. 예시문은 괄호만 비워둔 상태의 문장45개가 있다.

‘칭찬 은행계좌’ 프로그램 시행으로 칭찬하는 방법을 연습하고 올바른 칭찬법을 익히게 된 학생들은 이제는 칭찬하는 일이 별로 낯설거나 어색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칭찬 언어 예시(교사용) 1. ( )과의 자랑이고 우리학교의 자랑이다. 2. 수학을 왜 잘하나 했더니 논리적이고 분석적으로 사물을 봐서 그렇구나! 3. ( )는 화제가 하상 넘쳐나는 구나. 평소에 책 많이 읽지? (학부모용) 1. ( )가 내 아들(딸)이란게 엄만 너무 행복해 2. 표정이 항상 이렇게 밝으니 누가 우리 ( )를 싫어하겠니? 3. 네가 ( )한 것을 선생님께서 칭찬하셨단다. 엄마도 그 말을 듣고 묵무 자랑스러웠어.

이 프로그램은 만든 이희경 선생님은 “스티븐 코비의 감정은행계좌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며 “선생님의 권위와 사회적 지위를 학생들을 힘들게 하는 용도로 쓰지 말고 칭찬에 써야한다”고 말했다.

또한 “칭찬을 하면,모두 그 칭찬에 맞는 행동을 하려고 한다”며 “칭찬으로 표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칭찬을 강조했다.

한편 인천정보산업고에서는 오는 10월 학교축제날 ‘칭찬저축 King, Queen’을 대대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지혜진 기자 mirokulove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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