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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속초 청소년, “놀고 싶은데, 갈만한 곳이 없어요”

등록 2007-07-19 14:40수정 2007-07-19 14:48

청학동에서 시작해 금호동, 중앙동으로 이어지는 길목은 속초에서 가장 유명한 번화가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청학동에서 시작해 금호동, 중앙동으로 이어지는 길목은 속초에서 가장 유명한 번화가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문화] 속초시 청소년들의 문화공간 부재 현황 목소리

여름엔 동해바다를 찾기 마련이다. 그중 여름 관광지로 유명한 속초. 관광지라고 해서 모두 관광객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곳에는 엄연히 그곳에서 주거하는 주민들도 있고 학교도 있어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도 있었다.

집에서 조금만 나가면 보이는 바다. 얼마나 자연친화적이고 멋진 환경일까. 따로 피서가는 일은 없을 것만 같은 속초시민들, 그리고 학생들.

과연 속초에 살고 있는 마린 보이, 걸들은 무엇을 하며 친구들과 시간을 보낼까? 그래서 속초시에서 가장 번화했다는 금호동, 중앙동 번화가를 찾았다.

번화가라고 하기 조금 민망할 정도의 규모, 3층을 넘는 건물을 보기 힘들 정도이다. 하지만 옷가게, 노래방, PC방 등 갖출 것은 다 가춘 소규모의 공간이었다.


17일, 제헌절인데도 불구하고 이곳에서 청소년들을 만나기 쉽지 않았다. 친구들과 모여 있는 여학생 무리의 대화에 잠시 끼어들었다.

“지방이라 공부 스트레스가 더 심해요”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최다예, 최신희(속초여고1) 양은 “이곳이 속초에서 제일 번화한 곳이다. 이곳에서 주로 친구들과 돌아다니고 쇼핑도 한다”며 “엑스포장이나 영화관 프리머스에도 자주 간다”고 했다.

또 “학교 야자를 끝내면 9시 30분이다. 학교를 끝나고 대부분 학원에 가거나 집에서 과외를 받는다”며 “지방이 공부스트레스가 더 심하다”고 했다.

최다예양은 “여름방학동안 서울에 있는 친척집에 머물 예정”이라며 “예전에 서울에 갔을 때 길거리에서 하는 공연을 본 적이 있다.서울에는 수시로 거리에서 공연들이 자주 열리는데 여기는 그런 것이 없어 아쉽다”고 했다.

한편 허모양(속초여중2)은 “평소 학원에 가느라 놀 시간이 없다”며 “시험기간엔 11시까지 학원에 있다. 너무 답답하다”고 말해 지방학생들도 공부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청소년들이 중앙동 상가에서 쇼핑을 하고 있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청소년들이 중앙동 상가에서 쇼핑을 하고 있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놀고 싶어도 갈 곳이 딱히 없어요”

다른 학생들을 만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며 걷기 시작했다. 그 때 심수연, 김보연(속초여중1) 양을 만났다.

심수연 양은 “이곳에서 그냥 돌아다니거나 노래방에 자주 간다”며 “자전거나 오토바이, 놀이기구를 이용할 수 있어 엑스포장에 자주 간다”고 했다.

김보연 양은 “청초 해수욕장에 갯배를 타러 가기도 한다. 갯배는 동력 없이 육지 양쪽에 연결된 철사를 쇠막대기를 이용해 끄는 배”라며 “지역민들에게는 무료이지만 관광객들은 학생 백 원, 어른은 2백 원을 내면 탈 수 있다”고 했다.

프리머스가 생기기 전 속초지역 유일한 극장이었던 중앙극장. 현재는 변화에 맞춰 새단장을 하며 영화를 상영하고 있었다. 상영작은 타짜, 무영검 등이었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프리머스가 생기기 전 속초지역 유일한 극장이었던 중앙극장. 현재는 변화에 맞춰 새단장을 하며 영화를 상영하고 있었다. 상영작은 타짜, 무영검 등이었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또한 “프리머스에도 자주 가지만 버스비가 비싸서 부담된다. 여긴 버스카드가 없어 현금 800원을 내야 한다”며 “많은 친구들과 함께 놀려고 뭉쳐도 갈 곳이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심양은 “부모님들이 속초해수욕장은 위험한 곳이라며 친구들과 놀러가는 것을 말린다”고 덧붙였다.

여자 친구와 함께 영화를 보러 가던 안태용(속초중3)군은 “속초는 놀 곳이 없어서 친구들이랑 노래방을 많이 간다”며 “오락실, PC방 많이 가고 평소에는 학원에 가서 주말 중심으로 논다. 특히 속초의 경우 고입고사를 보기 때문에 놀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안 군은 “놀 공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데이트 코스도 정해져있다. 보통 영화관 갔다가 엑스포 공원에서 산책하는 것으로 데이트를 한다”며 “학생들이 놀만한 곳, 콜라텍 같이 춤추고 즐길 수 있는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탄했다.

속초 청소년이 하는 이야기의 공통점은 청소년들이 갈만한 곳이 없다는 것이다. 그들이 특별히 시간을 내 친구들과 가는 곳도 단 금호동번화가, 엑스포장, 프리머스 영화관 세군데 밖에 없었다. 프리머스 영화관이 생기기 전 속초는 중앙시장에 있는 중앙극장 하나뿐이었다.

“강릉 같은 경우만 해도 문화행사가 많은데…”

정승교(속초중3)군은 “친구들과 놀 때는 주로 PC방과 노래방에 간다”며 “엑스포 공원에서는 농구와 축구를 하러 자주 간다”고 했다. 또한 정 군은 “시내가 좁아 마땅히 놀 곳도 없고 옷가게가 별로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정군의 친구 이상호(속초중3)군은 “속초해수욕장에도 자주 가서 축구도 하고 수영도 한다”고 했다. 자주 가면 혹시 싫증이 나지 않느냐고 묻자, 이 군은 “바다에 갈 때마다 새로운 여자들이 있기 때문에 갈 때마다 새롭다”고 우스갯소리로 말했다.

금호동에 있는 문구센터를 운영하는 엄창용(48)씨는 “엑스포장, 프리머스, 이곳이 애들이 많이 노는 곳”이라며 “극장도 그전에 중앙극장 하나만 있었는데 그나마 최근 프리머스가 생겼다”고 했다.

이어 엄 씨는 “강릉 같은 경우만 해도 연극, 가요제 같은 문화행사가 많은데 여기는 아이들이 놀 만한 곳이 별로 없어 아쉽다”고 했다.

청소년들은 자신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이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에 한탄을 하며 문화시설이 충만하기를 바랐다. 문화회관에서 하는 음악회 같은 것이 아니라 모두 어울릴 수 있으며 새롭게 접할 수 있는 문화에 목말라 하는 것이 이 속초시 청소년의 모습이다.

지혜진 기자 mirokulove3@hanmail.net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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