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매점 수익으로 장학금 사용, 올바른가?

등록 2007-05-22 14:15

[교육청소년] '총명탕'을 통해 본 학교의 모습
얼마 전 학교(대전G고)에서 한 한의원의 지원으로 3학년 중 몇 명의 학생만을 뽑아 ‘총명탕’을 장학금 명목으로 지어주었다. 나도 그 학생 중 한명으로 뽑혀 총명탕을 받을 수 있었다.

사실 나는 장학금이란 것에 대해 약간의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전체 학생 중 학업성적이 우수한 몇 명에게만 특혜를 주는 모습이 괜히 마음에 안 들기 때문이다. 장학금 제도의 장점이나 이런 건 제쳐두고 말이다.

하지만 왠지 ‘총명탕’이라고 하니까… 뭔가 공부하는 데 도움 될 거 같고 상당히 끌린 게 사실이었다. 아무튼 뭔가 찝찝한 가운데 한 가지 충격적인 사실을 접하게 되었다.

총명탕, 먹어야하나? 말아야하나?


문제의 발단은 ‘이 장학금의 출처가 어디냐’는 것이었다. 총명탕을 한 번 짓는데 15만원이 든다고 하는데, 그 총명탕을 한 반에 한명씩 준다.

우리 학교가 현재 고3이 10개 학급이니까 15만원씩 10학급이면 150만원이다. 그리고 이정도의 돈을 한의원이 공짜로 지원해줬을 리는 없고… (가뜩이나 부족하다고 하는)학교 예산에 ‘장학금용’ 이라는 예산이 따로 있을 리도 없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 장학금의 출처가 밝혀지고 말았다. 바로 장학금의 출처는 ‘매점 운영으로 남긴 수익’ 이었던 것이다.

이로 인해 3학년 내의 여론이 엄청나게 악화되었고, 학교에 대해 욕을 했다. 일부 선생님들은 교장선생님과 심한 의견 충돌을 겪었다.

매점 운영으로 남긴 수익을 과연 누군가(각 반의 공부 잘한다는 아이들)의 장학금에 쓴다는 것이 옳은 일일까? 고민해 볼 문제였다. 고민 이전에, 매점 운영으로 남긴 수익이 학생들 모르게 장학금에 쓰인다는 것 자체가 돈의 운용에 있어서 투명하지 못하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학생들은 자기 돈 들여서 먹을 것 사먹고, 그 돈은 공부 잘하는 누군가에게 총명탕을 지어주는데 사용되는 것이 옳은 것일까?

만약 모든 학생이 돈을 들여서 매점을 이용하고 그로 인해 일정 수익을 올렸다면, 당연히 그 수익금의 사용출처에 대해 학생들에게 공개하는 것이 마땅하다. 분명히 매점 수익금은 학교의 1년 예산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돈이며, 학생들의 돈이다. 만약에 그 돈을 장학금을 주는데 쓴다고 한다면 매점에 <<남는 수익금은 장학금에 쓰입니다.>> 라고 써 붙여 놓던가… 수익금을 장학금에 사용했다면, 수익금 중 남는 돈을 어느 곳에서 학생들 모르게 어떤 식으로든 사사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매점 수익으로 장학금 지급, 올바르지 않다

아무튼… 이런 일을 알고 난 후 갑자기 총명탕을 먹고 싶은 마음이 뚝 떨어졌다. 한 편으로 흔히 먹기 힘든 녀석이라 조금 갈등을 했지만, 결국엔 안 먹기로 결정했다. 아마 먹더라도 마음도 편치 않을 것이겠고 먹더라도 내가 사먹고 말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서 운영하는 모든 것들이 이런 식이라면 정말 학교는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존재하는 곳인지 의심스럽다.

참교육이 무엇일까? 선생님들 먼저 지켜야할 원칙들을 지켜 실천하고, 학생들에게 무엇이 옳은지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지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참교육이 아닐까? 이번 총명탕 장학금을 계기로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해볼 수 있었다. 또 원칙에 맞는 정의로운 절차와 결과와 선택이 얼마나 어려운지 다시 한 번 알 수 있었다.

어쨌든, 이번엔 오랜만에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한 것 같다.

이민형 기자 mlimshs@naver.com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