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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가정의달 특집> 당신의 가정은 어떻습니까?

등록 2007-05-07 14:55수정 2007-05-07 15:08

영화〈눈부신 날에〉,〈아들〉,〈우아한 세계〉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영화〈눈부신 날에〉,〈아들〉,〈우아한 세계〉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교육청소년] 영화로 보는 우리사회 ‘가족’의 우울한 단상
5월 가족의 달을 맞아 가족을 주제로 한 영화들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영화 <말아톤>,<해바라기>, <엄마>, <허브> 등 이전까지 가족영화의 코드가 어머니였다면, 2007년 극장가는 아버지의 사랑으로 진하게 물들었다.

극장가를 물들인 ‘아버지’의 사랑

가족이야기를 그리면서 ‘아버지’를 중심으로 한 영화는 송강호 주연의 ‘우아한 세계’(한재림 감독)를 비롯, 차승원의 ‘아들’(장진 감독), 박신양의 ‘눈부신 날에’(박광수 감독), 정진영의 ‘날아라 허동구’(박규태 감독) 등 10편에 가깝다.

사람들은 ‘나’밖에 모르는 일상에서 쉽게 지나쳤던 가족의 존재를 사람냄새 풀풀 풍기며 아웅다웅 살아가는 가족영화를 보면서 울고 웃는다. 평범하면서도 우리의 삶을 너무나 닮아있는 가족의 일상을 통해 관객들은 새삼스럽게 자신을 둘러싼 ‘가족’과 그 의미를 되새겨 본다.

특히 기존의 영화에서 그리는 아버지의 모습이 가장의 ‘권위’를 내세워 가족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거나 경제적 중압감으로 무기력한 존재에 머물렀다면 최근 영화에서는 아직 불안정하지만, 가족과 화해를 이끌어 내고 가족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는 ‘부성애’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 속에 드러난 우리네 가족의 단상은 그리 행복하지만은 않다. 여기에는 아버지나 어머니의 상을 떠나 우리사회에 짙게 드리워져있는 우울한 가족의 모습이 담겨있다.

결함투성이 ‘반쪽’ 가족

우리사회에서 소위 ‘문제 가족’이라 불리는 가족의 모습을 둘러보면 셋 중 하나의 결함은 지니고 있다. 부모의 외도(바람) 혹은 이혼, 도박, 알콜중독. 이러한 요소로 인해 위기에 처한 가정을 구출하는 모 TV프로그램에서 소개된 가족의 모습은 끔찍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다. 이들에게 가족의 의미는 거실 한 귀퉁이에 걸려있는 액자 속 ‘가족사진’의 가치를 넘지 못한다.

영화 〈아들〉은 무기수 아버지와 아들이 15년 만에 재회해서 서로를 이해하고 가족의 정을 느끼는 일상을 담고 있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영화 〈아들〉은 무기수 아버지와 아들이 15년 만에 재회해서 서로를 이해하고 가족의 정을 느끼는 일상을 담고 있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영화 <아들>은 살인죄로 무기징역을 받고 복역하다 휴가를 얻어 15년 만에 아들과 만나는 ‘모범수’ 아버지(차승원 분)의 특별한 하루를 그린다. 또 <눈부신 날에>는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는 우종대(박신양 분)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7살짜리 딸아이 등장에 잃어버린 부성애를 찾아가는 내용이다. 두 영화 모두 ‘결함’이 있는 반쪽 가족이 자녀의 사랑으로 삶의 희망을 찾아가는 구조를 띈다. 약육강식의 법칙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사회와 가정에서 모두 소외당하는 가장의 모습을 처연하게 여기면서도 아버지가 바로 설 때 가족들도, 우리사회도 건강해 진다는 교훈을 내비춘다.

허나 그것이 과연 한 쪽의 노력만으로 가능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아버지나 어머니만 있는 편부모 가족이라고 해서 꼭 결손가정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미 깨진, 어쩌면 처음부터 없었는지도 모를, 가정의 평화와 행복이 과연 자식의 사랑과 아버지의 ‘철든’모습만으로 회복될 수 있을까?

오히려 그렇게 해피엔딩을 맞는 영화 속 가족의 모습이 부럽기만 하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우리 주변의 가족이 안고 있는 문제는 어떤 특별한 계기로 해소될만큼 단순하지 않다. 이는 부모에 대한 원망, 미움, 자식에 대한 섭섭함, 미래에 대한 불안감, 체념 등 사회적 요소와 뒤엉켜 끈끈하게 뭉쳐있기 때문이다.

서글픈 기러기 아빠 “웃어라, 아버지니까”

영화 <우아한 세계>는 조폭의 중간 보스로 살아가는 가장 ‘강인구(송강호 분)’라는 중년남성의 비애가 드러나 있다. 강인구는 회사에서 ‘과장’, ‘부장’이라고 불리는 보통의 아버지와 달리 ‘형님’소리를 들으며 살벌한 회칼과 쇠파이프를 들어야 하는 조폭이지만 가족에 대한 사랑은 여느 가장과 똑같다. 그저 수돗물 콸콸 쏟아지고, 마당 드넓은 전원주택에서 가족들과 ‘우아하게’ 살고픈 소망.

가족을 향한 강인구의 사랑은 짝사랑이다. 환한 웃음을 간직한 가족들의 모습은 그의 지갑속 가족사진에만 머물러 있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가족을 향한 강인구의 사랑은 짝사랑이다. 환한 웃음을 간직한 가족들의 모습은 그의 지갑속 가족사진에만 머물러 있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하지만 가족에 대한 강인구의 사랑은 외로운 짝사랑이다. 대단한 반어법인 ‘우아한 세계’, 조폭생활은 밥벌이하고자 허덕이는 다른 가장들의 직장보다 더럽고 치사한 곳이다. 같은 조직 2인자에게 뒤통수 맞고 볼꼴 못 볼꼴 다 보지만 그를 인정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때마다 돌아오는 것은 가족들의 차가운 시선과 소외감이다. 아무래도 조폭이 남의 등쳐서 자기 입 풀칠하는, 떳떳하지 못한 직업이기 때문에 가족들 앞에서 한없이 작아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딸은 아버지가 창피하다며 ‘아버지가 죽었으면 좋겠다’, ‘엄마는 왜 이혼을 안 할까’라는 말을 일기장에 도배를 해 놓으며 인구를 대놓고 무시한다. 설상가상, 아내는 이별통보나 다름없는 이민을 결정하고, 그렇게 인구는 애처로운 기러기 아빠의 삶을 살아간다.

아버지가 벌어다 준 돈이 더럽다며 내팽개치던 가족들이 그 돈으로 풍족한 유학생활을 누리며 행복해 하는 모습은 참 역설적이다. 강인구가 오매불망 원하던 전원주택에서 라면을 먹다가 아들이 보낸 홈비디오를 보면서 우는 장면은 가슴 한곳이 먹먹하게 만든다.

영화〈우아한 세계〉, 조직에서 가정에서도 인정받지 못하고 소외되는 가장 강인구의 모습은 ‘우아함’과는 거리가 멀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영화〈우아한 세계〉, 조직에서 가정에서도 인정받지 못하고 소외되는 가장 강인구의 모습은 ‘우아함’과는 거리가 멀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이렇듯 <우아한 세계>에서 인구의 모습은 비단 조폭가장의 비애만은 아니다. 오히려 그 수단이 무엇이든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돈 버는 기계’로 전락해 버린 가장의 모습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전체가 가족해체를 유도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부모의 사랑은 무조건이라는 이유로 희생을 강요하는 우리 사회. 그 무엇보다 위대하다는 ‘가족’이라는 이름이 만든 구슬픈 부모의 모습을 언제까지 당연시 해야 할까?

김지훈 기자 news-1318virus@hanmail.net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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