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미(서울 거원초교 3)양이 단양 ‘장익는 마을’에서 간장 만들기 체험을 하면서 메주를 문질러 닦은 뒤 들고 있다.
테마별로 떠나는 체험학습 / 충북 단양 ‘장 익는 마을’을 찾아서
봄 내음이 파릇파릇 돋아나는 주말, 아이들과 오랜만에 나들이를 떠났다. 장소는 충북 단양의 ‘장 익는 마을’. 단양 가는 길은 참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웠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창 밖을 내다보며 연신 ‘이거 봐라’ ‘저거 봐라' 들뜬 기분을 그대로 드러냈다. 특히 단양에 다 와서 장 익는 마을까지 들어가는 길에 만나게 되는 단양팔경중의 하나인 ‘사인암’을 보고는 너나 할 것 없이 탄성을 내질렀다. 조선시대 화가 김홍도가 열흘이나 고민해도 딱히 그 모습을 그려내지 못하다가 1년이 지난 다음에야 그림에 담을 수 있었다는 얘기가 전해오는 사인암은 신비롭고 아름다운 절경의 백미였다.
사인암을 돌아 도자기 마을쪽으로 가다 보니 ‘장 익는 마을’이 나왔다. 10년 넘게 손수 만든 장으로 많은 이들의 밥상 건강을 챙겨온 장학이 대표가 활짝 웃으며 우리를 맞이했다. 장 대표는 “먼 길 오느라 수고 많았어, 아이구 대견해” 하며 아이들의 등을 툭툭 두들겨 줬다. 그리곤 미리 준비한 차를 내놓았다.
차를 마시고 나서 간장 만들기 체험에 들어갔다. 마당 한 켠에 준비해둔 메주를 꺼내다가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니, 어느새 앞치마에 솔을 들고 기다리던 아이들은 메주를 잡고 저마다 열심히 문지른다. “앗, 냄새~!” 익숙치 않은 메주 냄새가 진하게 풍겼지만, 아이들은 그래도 도망가지 않고 메주를 잘 문지르고 닦아서 커다란 항아리 속에 하나 둘 집어 넣었다.
다음 과정은 소금물 붓기. 미리 염도를 맞추어 놓은 소금물을 체에 걸러서 찌꺼기를 없애고 메주를 넣은 항아리 안에 붓는 작업이다. 아이들이 둘, 셋씩 짝을 지어 어찌나 열심히 소금을 나르는지 어른들은 달리 할 일이 없었다. 소금물을 다 붓고 나자 장 대표가 노란 바구니를 들고 아이들을 불렀다. 거기에는 시꺼먼 숯과 잘 마른 빨간 고추가 담겨 있었다. “이게 바로 간장 만드는 데에 빠져서는 안되는 것들이야”하며 그는 아이들과 함께 조심스레 숯과 고추를 항아리 위에 동동 띄워 넣었다. 숯과 고추는 발효에 유익한 미생물의 서식지를 제공하고 부패를 방지하며 미네랄을 공급해주는 여러 가지 기능을 한다고 했다. 간장을 다 담그자 아이들은 커다란 장항아리들을 돌아다니며 간장과 고추장, 된장을 손으로 찍어 맛을 봤다.
그때 저쪽 창고에서 아이들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가서 보니 커다란 가마솥 안에 콩물이 펄펄 끓고 있었다. “와, 두부 만들기 학교에서 배웠는데…”하며 반가워하는 아이들은 따뜻한 비지를 조금씩 얻어 먹으며, 한 없는 행복감에 빠져 들었다.
그렇게 간장도 만들고, 두부도 만들고 나니 슬슬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마당에는 숯불이 피워졌다. 아이들이 숯불에 밤과 인절미를 구웠다. 어른들은 옆에서 삽겹살을 안주로 와인을 한 잔씩 했다. 산채 정식으로 든든하게 속까지 채우고 나니 세상 만사 부러울 게 없었다.
장 대표와 아쉬운 작별 인사를 하고 오후에는 ‘온달 동굴’로 향했다. 온달 동굴은 온달 장군이 수양을 했던 곳이라고 전해진다. 기괴하고 신기한 동굴을 구경하고 나서는 근처 온당산성에도 들렀다. 사적 264호인 이 곳은 신라가 고구려에 침입했을 때 온달 장군이 쌓았다고 한다. 단양에 온 김에 요즘 방송 사극으로 유명한 <연개소문> 촬영장도 찾아가 봤다. 6학년이라 한창 우리 역사를 배우고 있는 큰 아이와 함께 당나라 황궁을 그대로 옮겨 지어 놓은 듯한 세트장을 돌아 보며 우리나라 성과 다른 점은 무엇인지 비교해 보았다. “엄마, 당나라 황궁이 크기는 한데 멋은 없어. 지붕도 기둥도 별로야. 우리나라 궁이 더 멋지고 예쁜 것 같아.” 우산을 받쳐 들고 여기 저기 꼼꼼하게 둘러보는 딸 아이와 ‘장안성’ ‘낙양성’ 등을 걷다 보니 어느새 돌아갈 시간이었다. 글·사진 홍준희/나들이 칼럼니스트 madlin69@naver.com
장 대표와 아쉬운 작별 인사를 하고 오후에는 ‘온달 동굴’로 향했다. 온달 동굴은 온달 장군이 수양을 했던 곳이라고 전해진다. 기괴하고 신기한 동굴을 구경하고 나서는 근처 온당산성에도 들렀다. 사적 264호인 이 곳은 신라가 고구려에 침입했을 때 온달 장군이 쌓았다고 한다. 단양에 온 김에 요즘 방송 사극으로 유명한 <연개소문> 촬영장도 찾아가 봤다. 6학년이라 한창 우리 역사를 배우고 있는 큰 아이와 함께 당나라 황궁을 그대로 옮겨 지어 놓은 듯한 세트장을 돌아 보며 우리나라 성과 다른 점은 무엇인지 비교해 보았다. “엄마, 당나라 황궁이 크기는 한데 멋은 없어. 지붕도 기둥도 별로야. 우리나라 궁이 더 멋지고 예쁜 것 같아.” 우산을 받쳐 들고 여기 저기 꼼꼼하게 둘러보는 딸 아이와 ‘장안성’ ‘낙양성’ 등을 걷다 보니 어느새 돌아갈 시간이었다. 글·사진 홍준희/나들이 칼럼니스트 madlin6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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