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비디오 감독 황범선씨
직업인에게 듣는 나의 전공 /
뮤직비디오 감독 황범선씨 황범선(33·사진) 감독의 뮤직비디오 데뷔작은 2004년 발표된 서태지 7집 음반 <로보트>다. 누구보다 자기 세계가 확고하고 고집있는 뮤지션과 첫 작품을, 그것도 5천여명의 관객을 동원해 라이브 공연 실황을 연출하는 것은 상당히 고된 작업이었다. 그러나 이 일을 계기로 황 감독은 뮤직비디오의 ‘맛’을 제대로 알게 됐고, 이후 자우림이나 윤도현 같은 굵직한 록 뮤지션들과 작업하며 뮤직비디오계에 비중있는 인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황 감독은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뒤 2004년 광고 전문 프로덕션인 매스메스에이지에 입사했다. 매스메스에이지는 배우 임은경이 등장하는 독특한 콘셉트의 휴대전화 광고로 유명한 박명천 감독이 세운 회사다. 박명천 감독은 박지윤의 <성인식> 등 뮤직비디오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는데, 광고와 뮤직비디오를 넘나들며 작업하는 회사 분위기 덕택에 황범선 감독은 조연출 시절부터 양쪽 일을 두루 섭렵하며 기초를 쌓을 수 있었다. “광고나 뮤직비디오 모두 짧은 시간 안에 강렬한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전달해야 하는 작업이니까 공통점이 있죠. 그러나 뮤직비디오는 4~5분 정도로 30초 분량의 광고보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고, 감독의 스타일이나 연출력을 좀더 발휘할 수 있어 매력적이에요.” 뮤직비디오 한 편을 제작하는데 주어지는 시간은 15일에서 한 달 정도.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의뢰받은 곡을 수백 번씩 반복해 들으면서 작품을 구상하고 촬영에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는 기간이 1~2주, 실제 촬영은 2~3일 안에 끝내야 한다. 머릿속에 그려두었던 장면을 실재하는 영상으로 구현하는 것은 비할 데 없이 창의적이며 짜릿한 작업이지만, 나중에 각 장면들을 이어붙였을 때 어떤 느낌일지 떠올리며 최선의 판단을 하는 일은 결코 만만치가 않다. 이후 촬영한 장면들을 모아 편집하고 다듬는 기간이 1주 정도 걸린다. 황 감독은 이 분야에 진출하려는 후배들이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에 끌려 도전했다가 쉽게 포기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유명한 연예인들과 작업을 하면서 예술가 대접받는 직업이겠거니 생각했다가 얼마 안 가 그만두는 친구들이 많아요. 조연출 시절 첫 1년은 집에 못 들어갈 정도로 고된 시간을 보냈거든요. 창의적인 일을 하려고 왔는데 웬 육체노동이 이렇게 심하냐고 불평하던 친구들은 지금 업계를 다 떠났어요. 결국 이 일을 얼마나 좋아하고 하고 싶은가, 얼마나 견딜 수 있느냐가 관건인 셈이죠.” 황 감독은 주로 록음악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왔고, 화려하지 않는 색감으로 도회적이고 세련된 느낌을 표현해 각광을 받고 있다. 지난해 이문세 <청춘예찬>, 윤도현 <사랑했나봐>로 국내 뮤직비디오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촬영상을 수상했고, 올해는 윤도현의 <오늘은>이 작품상 후보에 올라있다.
이미경 기자 friendlee@hani.co.kr
뮤직비디오 감독 황범선씨 황범선(33·사진) 감독의 뮤직비디오 데뷔작은 2004년 발표된 서태지 7집 음반 <로보트>다. 누구보다 자기 세계가 확고하고 고집있는 뮤지션과 첫 작품을, 그것도 5천여명의 관객을 동원해 라이브 공연 실황을 연출하는 것은 상당히 고된 작업이었다. 그러나 이 일을 계기로 황 감독은 뮤직비디오의 ‘맛’을 제대로 알게 됐고, 이후 자우림이나 윤도현 같은 굵직한 록 뮤지션들과 작업하며 뮤직비디오계에 비중있는 인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황 감독은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뒤 2004년 광고 전문 프로덕션인 매스메스에이지에 입사했다. 매스메스에이지는 배우 임은경이 등장하는 독특한 콘셉트의 휴대전화 광고로 유명한 박명천 감독이 세운 회사다. 박명천 감독은 박지윤의 <성인식> 등 뮤직비디오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는데, 광고와 뮤직비디오를 넘나들며 작업하는 회사 분위기 덕택에 황범선 감독은 조연출 시절부터 양쪽 일을 두루 섭렵하며 기초를 쌓을 수 있었다. “광고나 뮤직비디오 모두 짧은 시간 안에 강렬한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전달해야 하는 작업이니까 공통점이 있죠. 그러나 뮤직비디오는 4~5분 정도로 30초 분량의 광고보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고, 감독의 스타일이나 연출력을 좀더 발휘할 수 있어 매력적이에요.” 뮤직비디오 한 편을 제작하는데 주어지는 시간은 15일에서 한 달 정도.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의뢰받은 곡을 수백 번씩 반복해 들으면서 작품을 구상하고 촬영에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는 기간이 1~2주, 실제 촬영은 2~3일 안에 끝내야 한다. 머릿속에 그려두었던 장면을 실재하는 영상으로 구현하는 것은 비할 데 없이 창의적이며 짜릿한 작업이지만, 나중에 각 장면들을 이어붙였을 때 어떤 느낌일지 떠올리며 최선의 판단을 하는 일은 결코 만만치가 않다. 이후 촬영한 장면들을 모아 편집하고 다듬는 기간이 1주 정도 걸린다. 황 감독은 이 분야에 진출하려는 후배들이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에 끌려 도전했다가 쉽게 포기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유명한 연예인들과 작업을 하면서 예술가 대접받는 직업이겠거니 생각했다가 얼마 안 가 그만두는 친구들이 많아요. 조연출 시절 첫 1년은 집에 못 들어갈 정도로 고된 시간을 보냈거든요. 창의적인 일을 하려고 왔는데 웬 육체노동이 이렇게 심하냐고 불평하던 친구들은 지금 업계를 다 떠났어요. 결국 이 일을 얼마나 좋아하고 하고 싶은가, 얼마나 견딜 수 있느냐가 관건인 셈이죠.” 황 감독은 주로 록음악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왔고, 화려하지 않는 색감으로 도회적이고 세련된 느낌을 표현해 각광을 받고 있다. 지난해 이문세 <청춘예찬>, 윤도현 <사랑했나봐>로 국내 뮤직비디오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촬영상을 수상했고, 올해는 윤도현의 <오늘은>이 작품상 후보에 올라있다.
이미경 기자 friend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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