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치료전문가 김선현 교수
직업인에게 듣는 나의 전공
그림으로 그린이의 마음을 읽는 일은 오래 전부터 많은 이들이 해 온 작업이다. 그러나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고통과 상처가 아물고 치유되는 것일까? 미술치료전문가인 김선현 포천중문의대 교수는 망설임없이 “치유된다”고 말한다. 치매 노인, 성폭행을 당한 아이들, 암으로 인한 통증에 잠 못이루는 사람들, 우울증에 걸린 청소년, 오랜 병상 생활로 심신이 무기력해진 환자 등 셀 수 없이 많은 이들이 힘들고 고통스런 표정으로 김 교수를 만났고, 함께 그림을 그리거나 점토 작업을 한 뒤 한결 밝은 얼굴로 자신의 일상으로 되돌아갔다.
“처음엔 그림을 잘 못 그린다며 주저하다가, 막상 그리기 시작하면 자신이 무언가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즐거워하죠. 마음 속에 꾹꾹 눌러두었던 분노나 슬픔이 복받쳐올라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는 사람도 있어요. 저는 환자들이 자신에게 적합한 미술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위로하고 격려할 뿐, 치유는 환자 스스로 하는 셈이죠.”
김 교수는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뒤 국내에서 교육학 석사, 미술치료 박사 과정을 마치고 독일로 건너가 베를린 홈볼트 대학 부속 병원에서 예술치료 인턴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포천중문의대 보건복지대학원 임상미술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차병원 미술치료 클리닉을 맡고 있다. 국내에 ‘미술치료’라는 개념이 없던 시절 독일과 일본 등지로 다니면서 관련 학문과 임상을 했던 1세대인 까닭에, 이 분야 후배들이 조금 더 편안하게, 적극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에 관심이 많다.
미술치료전문가가 되기 위해 반드시 미술대학에 진학할 필요는 없다. 의학, 심리학, 사회학, 보건복지학 등의 학문과 관련이 깊은 분야이므로 각자 관심있는 분야를 공부한 뒤, 대학원에 진학해서 본격적으로 미술치료를 공부하는 것이 보통이다. 도서관에서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좋은 미술치료전문가가 될 수 없다. 임상 경험이 풍부할 수록 더 효과적인 치료를 할 수 있으므로, 병원이나 사회복지기관 등을 찾아다니며 적극적으로 환자들을 만나야 한다.
“세상이 각박해질수록 사람들이 정신적인 안정에 큰 비중을 두게 되죠.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사회복지분야 인력 수요도 늘고 있고요. 미술치료전문가들이 할 일이 점점 많아질 거예요. 내가 가진 작은 능력으로 누군가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하는 청소년들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질만한 분야입니다.”
글·사진 이미경 기자 friendlee@hani.co.kr
글·사진 이미경 기자 friend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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