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구 직원 김경희씨
직업인에게 듣는 나의 전공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세계교육부 김경희 부장(50)의 얼굴은 아이처럼 해맑다. 인생의 전반전은 일간지 기자로, 세상의 불합리에‘펜’으로 맞서려 했던 그가 인생의 후반전을 고통받는 아이들을 위해 ‘마음’으로 살아가겠다고 결심한 것이 3년 전이다. 사람들은 유니세프가 유엔기구라는 점을 먼저 떠올리고 ‘멋진 정장 차려입고 세계를 무대로 일하는 직업’일거라 짐작들을 하지만, 절반만 맞는 얘기다. 김 부장은 지난 3년 동안 매일 아침 전쟁과 기아, 차별, 노동에 시달리는 어린이들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봉사를 목적으로 하는 국제기구이니 보수가 센 편도 아니고, 세련된 정장을 차려 입을 일도 그닥 많지 않다. 다만 유니세프 본부는 물론 세계 각지 활동가들과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고, 각종 국제 회의나 교육에 참석하고, 아이들이 고통받는 현장으로 달려간다는 의미에서 ‘세계를 무대로 일하는’건 맞다.
한국전쟁 이후 줄곧 유니세프의 도움을 받아왔던 한국은 1994년 세계 157개국 어린이를 돕는 37개 나라 중 하나가 됐다. 따라서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의 주요 임무는 한마디로, 기금을 많이 모아 더 많은 아이들을 돕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세계시민으로 인식하고, 인종, 장애, 민족, 종교 등 각종 차별에서 스스로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교육’하는 일을 한다. 김 부장이 맡고 있는 세계교육부에서는 아이들이 더 큰 세계에 관심을 갖고, 나와는 다른 사람과 연대하는 태도를 기르는데 도움이 되는 다양한 교육 자료와 프로그램을 만들어 국내 단체와 학교에 제공하고 있다.
유니세프한국위원회는 인력이나 예산 운용을 유니세프 본부와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한다. 직원 중에는 신입으로 채용된 사람도 있고, 김 부장처럼 위원회 내에 특정 분야 경력을 가진 이가 필요해 자리를 옮긴 이들도 있다. 전공은 중요하지 않지만, 외국인들과 자유롭게 대화해야 하므로 외국어 능력은 꼭 갖춰야 한다. “같은 뉴스라도 시각을 넓혀서, 지구 단위로 보는 훈련이 돼 있는 사람이 좋겠어요. 또 엔지오(NGO) 활동이나 자원봉사 경험이 있으면 좋죠. 자원봉사를 하면서 자신이 적합한 사람인지 알 수 있고, 채용하는 사람도 아, 이 사람이 적극적으로 의지가 있고 준비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테니까요.”
국제기구에서 일하려면
외교통상부에서 실시하는 국제기구초급전문가(JPO) 선발시험에 합격하면, 우리 정부가 부담해 각종 국제 기구에 파견하는 ‘수습사원’이 된다. 1~2년의 수습기간 동안 업무능력을 인정 받으면 본부의 정식 직원이 될 수 있다. 본부에서 직접 특정 분야 전문가나 현장에 파견할 활동가를 모집하는 경우도 있다. 자세한 내용은 외교부통상부 국제연합과 홈페이지(unrecruit.go.kr)에 나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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