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플매니저 김미정씨
직업인에게 듣는 나의 전공
지난 4년 동안 결혼정보업체 듀오의 김미정 커플매니저가 인연을 맺어준 사람들은 200여명, 행복한 결혼을 꿈꾸는 선남선녀들이 김 씨의 손을 거쳐 보금자리를 꾸몄다. 사람의 인연은 하늘이 낸다고도 하는데, 생면부지 남녀가 찰떡궁합이라는 사실을 대체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커플매니저를 현대판 중매장이라고 하잖아요. 여기서 ‘현대판’이라는 건 방대한 회원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고객의 이상형을 골라내고, 수십가지 조합 중에서 가장 이상적인 경우를 선별한다는 의미겠죠. 그러나 커플매니저에게는 예전 ‘중매장이’들의 강점도 필요해요. 그 사람이 하는 ‘말’보다 ‘마음’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 두 사람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면 상대의 장점을 잘 설명해서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는 점도 그렇지요.”
따라서 커플매니저에게는 몇 가지 중요한 자질이 필요하다. 먼저 사람 만나는 일을 즐겨야 한다. 그들의 중요한 인생사에 ‘개입’하는데 보람과 자부심을 느껴야 한다. ‘중매 잘못하면 뺨이 석 대’라는 옛 말이 그르지 않아서 문제가 생기면 때로 심한 대접을 받는 일도 있고, 결혼을 서두르는 남녀와 그 부모들의 극도로 ‘예민한’ 신경줄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적절히 대처하려면 남다른 인내심이 절실히 요구된다. 고객의 약점보다 장점을 먼저 발견할 수 있어야 하고,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면 이를 보완할 수 있도록 직설적인 충고를, 자존심 상하지 않게 해 줄 수도 있어야 한다. 차분하면서도 적극적인 태도, 믿음을 주는 화술을 갖춘다면 금상첨화다.
사실 커플매니저는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고객을 자주 만나거나 만남을 주선하는 현장에 어디든 달려가지는 않는다. 오히려 사무실에서 자료를 토대로 분석해 최적의 조합을 찾고, 전화나 이메일로 쉼 없이 소통을 한다. 진정 마음이 ‘통’한다면, 커플매니저는 가장 유치한 욕망까지 숨김없이 말할 수 있는 친구이자, 개인사와 가족사를 시시콜콜 의논하는 인생상담가, 한 사람의 매력을 다른 이성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주는 개인 홍보담당자, 평생 안고 살았던 인간관계의 치명적 약점을 고쳐주는 인성개조프로젝트 매니저가 되어 결혼식장에 들어서는 그 날까지 고객의 곁을 지킨다.
“결혼이 성사됐을 때 보다, 또 한 사람의 마음을 열었다고 느끼는 순간이 가장 보람있다”는 김미정 커플매니저의 전공은 화학이다. 어찌된 일인지 남녀 사이 화학반응에 더 관심이 있었던 그는 대학시절부터 소개팅 주선의 귀재였고, 졸업 뒤 연구소에 취직한 뒤에도 동료들 장가보내기에 힘쓰다 듀오로 자리를 옮겨 천직에 종사하고 있다.
이미경 기자 friendlee@hani.co.kr
이미경 기자 friend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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