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주는 나무 /
전에 근무하던 학교의 교장이 급식 비리 문제로 붙잡혀 가고, 보도에 오르내린 적이 있었다. 먹는 사람의 치아의 단단함을 시험해 보던 딱딱하게 굳은 돈가스와, 대충 버무려 놓은 것 같은 샐러드, 기름투성이 감자튀김 몇 조각에, 건더기는 눈 씻고 찾아도 없는 멀건 국. 게다가 아이들은 때때로 귀한 보물(?)인양 행주 조각과 벌레 따위를 국과 반찬에서 찾아냈다. 아무리 많은 교사들이 항의를 하고, 문제 제기를 해도 좀체 급식의 질은 바뀌지 않았다. 결정은 학교운영위원회에서 내리는 것이고, 그 학교운영위원회는 교장과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교장은 아침이면 식당에서 정성스레 구운 토스트와 우유를 교장실에서 받아먹었다.
그 학교가 유난히 심하긴 했지만, 대부분의 학교 급식이 비슷한 문제를 지니고 있다. 대량 급식에 식자재 공급업자를 통해 식품의 재료를 공급받는 위탁 급식의 구조 속에는 온갖 문제들이 뒤섞여 있을 수밖에 없다. 급식 업체는 싼 값에 식자재를 사야 이익을 남기게 되고, 그러니 식자재의 질은 낮을 수밖에 없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외국산 수입 식자재나 인스턴트 식품이 급식에 사용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최소한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직영 급식이다. 물론 직영 급식이 위탁보다는 식자재나 청결 문제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데 효과적일 수는 있다. 그러나 이 또한 본질적인 대책이 될지는 의문이다. 직영 역시 그 일을 담당하고 운영하는 사람이 있을 테고,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갖느냐에 따라 급식의 질이나 위생 문제가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학교는 이 땅의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을 가르치는 곳이다. 아이들의 건강은 우리 사회 미래의 건강이다. 아예 학교 급식을 위탁이나 직영이 아니라 공영으로 하면 어떨까? 학교 급식으로는 이익을 남길 수 없고, 급식의 모든 비용은 오직 급식만을 위해 사용해야 된다면, 최소한의 비용만 학부모들이 부담하고, 부족한 비용은 지자체나 정부에서 보조한다면, 모든 식자재는 유기농 국산만 사용해야 하며, 도농간의 직거래를 통해 농촌의 소규모 농업의 살길까지 찾아낼 수 있다면, 돌 하나로 새 두 마리가 아니라 여러 마리를 잡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나 이런 생각들이 도무지 현실감 있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현실의 조건이 불가능함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이번 사건도 유야무야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덤덤한 한편 화가 난다. 그 무덤덤함과 화남의 사이에 대한민국의 교사가 있고, 학교 급식이 있다.
최성수/서울 경동고 교사 borisogol@hanmail.net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