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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길 찾기 힘들 땐 동화를 읽자

등록 2006-07-02 19:55수정 2006-07-03 14:47

아낌없이 주는 나무 /

흔히 동화를 어린이의 이야기로만 여긴다. 그러나 동화- 그 가운데서도 ‘옛이야기’에는 인생의 각 시기에 대한, 인류 보편의 드라마와 통찰이 담겨있다.

어린이에게 주어지는 전래동화는 대부분 청년 동화이다. 주인공은 집을 떠나 여행과 모험을 하고, 원하던 배우자와 결혼하여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산다. ‘백설공주’나 ‘신데렐라’, ‘콩쥐팥쥐’를 떠올려 보라. 이들 청년 동화는, 태어나서 청년기까지 겪고 이루어야 할 삶의 과제를 낙관적으로 이야기한다. 세상과 자신에 대한 탐색, 결혼, 사회적 위치 마련 등.

그러나 청년기 이후에도 중년과 노년이 우리에겐 남아있다. 이 때문에 어른 동화가 필요해진다. 어른 동화의 내용은 물론 청년 동화와 다르다. 자기 내부의 그림자(악함)에 대한 인정, 자기 개혁을 통한 자기 초월과 이타성의 개발, 순수와 마법의 회복 등 중년과 노년의 과제가 테마가 된다.

동화가 원형적 드라마의 제시라면, 인생은 개별적 실현의 과정이다. 동화가 이미 말해준 것을 ‘살고’ ‘체득’해가는 여정인 것이다. 나 역시 결혼 후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의 의미를 깨달았다. 아버지 저승 가시는 먼 길 마음으로 끝없이 따라가며, 가시는 걸음마다 길 열고 문 열어 이 분을 받아주고 맞아주시길 한없이 간구하며 바리공주 이야기가 허구가 아님을 알았다.

서른 서넛 무렵에는 바람에 옷자락을 풍성히 나부끼는 한 여인에 이끌려 자유롭게 날아가는 강렬한 꿈을 꾸었는데, 그녀는 자신이 ‘자청비’라 하였다. 지금은 술 광고로 널리 알려졌지만 그때만 해도 민속학 전공자 외에는 그 이름을 아는 이가 드물었고, 내 의식에조차 생소하였다. 해가 바뀌고야 자청비가 곡물의 여신이며, 미숙한 상태에서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주체성을 확립해 간 전형적 여성신화의 주인공임을 알게 되었다.

누구나 청년기까지는 사회적 성역할에 자신을 맞추려는 경향이 있는데, 중년 이후에 억압된 부분을 회복함으로써 한 차원 성숙한다. 중년을 맞는 그 즈음 내 무의식은, 아주 오래 전 틀림없이 접했을 자청비 설화를 넌지시 떠올려주는 것으로 제 역할을 하였지 싶다.

너무 많은 길이 있어 오히려 길을 찾기 힘든 시대. 그러나 자신에게 끊임없이 묻는 것이야말로 언제나 최선의 방법이리라. 그리고 이따금 동화의 조언에 귀 기울여보는 것도 지혜로운 태도임에 분명하다.


선안나/동화작가 sun@iicl.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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