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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그립습니다, 방정환 선생님

등록 2006-04-30 18:47수정 2006-05-01 17:57

아낌없이 주는 나무

오월의 망우리는 아름답고 평화롭다. 나무들은 가장 예쁜 빛깔로 잎을 피워내고, 봄 햇살은 투명하고 정답다. 알맞게 좁은 산책로 ‘사색의 길’을 따라 구불구불 걷다보면, 낯익은 이름들과 마주친다. 지석영, 이중섭, 한용운……. 그리고 멀리 한강이 그림처럼 바라다 보이는 언덕배기에 그의 집이 있다. 소파 방정환. 우리나라 아이들의 어머니.

아버지라고 부르기엔 그의 사랑이 너무도 깊고 다정다감하였기에, 소파 선생을 잃고 20세의 윤석중은 이렇게 썼다.

“젖 없이 자라나는 저일 버리고
어떻게 가십니까 네? 선생님

옷자락에 매달린 저일 떼치고
어디로 가십니까 네? 선생님.”


동갑내기 시인인 이원수도 이렇게 읊었다.

“못 가요 못 가요 길을 막아도
대답 없는 엄마야 가는 엄마야

철없는 우리 두고 눈을 감을 때
얼마나 그 마음 아팠을까.”

오랫동안 ‘작은 어른’이기를 강요받으며, 약하기에 함부로 취급당했던 ‘조선의 어린이’를 처음으로 온 몸 온 마음으로 껴안아준 사람. 밖으로 어린이 인권 옹호와 신장을 위해 ‘어린이날’ 제정 등 사회운동에 열정을 다하고, 안으로 어린이가 ‘참답고 씩씩하게’ 자라도록 그들 정서와 내면을 북돋우며 <어린이> 잡지를 빚더미 속에서도 펴내는 등, 31년 9개월의 짧은 생을 어린이들에게 온전히 바친 사람. 젖 같고 꿀 같은 그의 영혼을 먹고 자란 아이들에게 소파는 어머니일 수밖에 없었다.

어린이날이면 학생들과 소파 묘역에서 열리는 백일장에 참가하곤 하였으나, 나는 여러 해 동안 ‘이력’으로서의 그분만을 알았다. 그러다 4년 전, 소파 전집 전체를 정독하며 비로소 그의 참 영혼을 만났다. 내 공책 속에는 그 만남의 기억이 그대로 남아 있다. ‘글에 배인 한결같은 진심과 성심, 순후함, 원기왕성함, 의심 없는 지극함…. 참으로 자기를 잊고, 한 생애를 바쳐 어린이를 받든 어른이시구나. 민족의 선각자시구나!’ 그때 나는 곧바로 술과 과일과 포를 챙겨 망우리로 향했다. 동심여선(童心如仙)이라 새겨진 님의 묘비 앞에 술을 따르고 비로소 큰절을 올렸다.

오늘, 분단된 땅에서 빈곤과 폭력과 억압에 시달리는 한반도 어린이들을 보며 소파 선생님은 무슨 생각을 하실까? 오월을 맞는 마음이 왜 이리 무겁고 부끄럽기만 한지 모르겠다.

선안나/동화 작가 sun@iicl.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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