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여름/대구 용계초등학교 교사
선생님이 말하는 교실 안팎
5월 22일
날씨 : 따뜻하다,하지만 덥다.
나는 학원도 다니고 학습지도 한다. 그런데 학원 다니는 것은 좋은데 학습지가 하기 싫다. 왜냐하면 학습지는 숙제를 더 만들고 학습지 선생님께서 오시면 꼭 하기 싫은 거 하라고 하고, 끊고 싶은 거 끊는 건데 끊지 마라고 한다. 그래서 힘들다. 나는 학습지를 끊고 다른 공부를 하고 싶다. 학습지랑 문제집만 아니면 다 할 수 있다. 학습지를 끊고 집에서 내가 좋아하는 과목을 공부하고 싶다. 학습지 너무나도 끊고 싶다. 너무 놀고 싶다. 학교 숙제만 끝나면 집에서 만화도 보고, 컴퓨터도 하고, 만들기도 하고, 재미있께 놀고 싶고, 책도 보고 싶고, 동생이랑 놀고 싶다. 공부 중에서 문제집이랑 학습지는 없었으면 좋겠다. 숙제는 없었으면 좋겠다.
이 아이는 우리반에서 꽤 평범한 아이다. 쉬는 시간에는 보통 아이들처럼 친구들과 짝짜꿍을 하며 깔깔 웃는 아이다. 책읽기도 엄청 좋아해서 수업 시간에도 몰래 책을 읽다가 혼난다. 이런 아이의 일기 속 고민이 다만 이 아이 하나의 고민일까?
요즘 초등학교 아이들의 생활을 들여다 보자. 정규 수업이 끝나면, 해야 할 공부가 다 끝난 것일까? 아니다. 내가 어렸을때만 해도 수업의 끝은 뛰어 노는 것이었는데, 요즘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면 노란차가 와서 잡아간다. 노란차를 타고 학원에 가서 여러 가지를 배우다가 집에 오면 또 자유일까? 아니다. 밥을 먹고 나서는 학습지와 각종 문제집에 머리를 박고 끙끙대기 시작한다. 학습지가 끝나고 숨 좀 돌리려고 하면 벌써 9시가 다가온다. 아이는 일기를 황급하게 쓰고, 못다한 학교 숙제를 마치고 잠이 든다. 그러고 나서는 아침이다. 다시 부랴부랴 아침을 먹고 학교에 간다. 학교에서는 새롭고 신선한 공부를 배울까? 아니다. 수업 시간에는 학원에서 배운 것들이 가득하여 이미 모르는 것이 없다. 질문도 하기 전에 아이의 입에선 답이 술술 튀어나온다. “아~ 나 저거 학원에서 배웠어!!” 라고 당당하게 외치기라도 하면, 선생님이라고 그 아이 앞에 서있는 나는 잠시 당황한다. 아이는 뭔가 배우려고 학교에 왔는데, 학습할 내용은 이미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 수업에 흥미를 잃을까봐 나 또한 걱정한다.
청소 당번인 날에는 청소를 하면서 안절부절 못한다. “선생님~ 저 청소 빨리 하고 가면 안되나요?” “ 왜?” 아이의 입에서 “놀려구요.”라는 대답을 기대한 내가 이상하다. “학원차 놓쳐요!! 학원차 놓치면 엄마한테 혼나요!!!” “안돼, 학교에서 청소하는 것도 배워야 해.” “아~ 선생니임~! 저 가야해요오~! 보내주세요오!!” 이 아이들에게 나름의 삶이 있을까? 주어진 공부, 주어진 환경 속에서 잠시의 여유도 없이 살아가는 아이들은 도대체 무슨 재미로, 무슨 의미로 살아가는 것일까? 아이들에게 삶을 누리는 방법조차 가르쳐 주지 않고, ‘너는 왜 그러니? 왜 그렇게 단순해?’ 라고 다그치면(교사라는 나를 포함해서) 아이가 갈 곳은 도대체 어디일까? 지난해 초 첫발령을 받은 새내기 교사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대구 용계초등학교 교사 ozoazoayo@paran.com
청소 당번인 날에는 청소를 하면서 안절부절 못한다. “선생님~ 저 청소 빨리 하고 가면 안되나요?” “ 왜?” 아이의 입에서 “놀려구요.”라는 대답을 기대한 내가 이상하다. “학원차 놓쳐요!! 학원차 놓치면 엄마한테 혼나요!!!” “안돼, 학교에서 청소하는 것도 배워야 해.” “아~ 선생니임~! 저 가야해요오~! 보내주세요오!!” 이 아이들에게 나름의 삶이 있을까? 주어진 공부, 주어진 환경 속에서 잠시의 여유도 없이 살아가는 아이들은 도대체 무슨 재미로, 무슨 의미로 살아가는 것일까? 아이들에게 삶을 누리는 방법조차 가르쳐 주지 않고, ‘너는 왜 그러니? 왜 그렇게 단순해?’ 라고 다그치면(교사라는 나를 포함해서) 아이가 갈 곳은 도대체 어디일까? 지난해 초 첫발령을 받은 새내기 교사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대구 용계초등학교 교사 ozoazoayo@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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