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수 대표가 지난해 4월 충남 서천군 판교면 등고리에 조성하고 있는 산너울 생태전원마을 의 입주 예정자를 대상으로 마을 개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느림과 자유] 농촌 회생 컨설팅하는 임경수 ‘이장’ 대표
더불어사는 농촌·친환경농업 계획 세워주고 주민교육
10년째 새로운 길 개척해가며 ‘사회적 기업’ 이끌어 농촌에는 희망이 없다고 한다. 지역에서는 생활이 힘들다고들 한다. 많은 이들이 도시를 꿈꾼다. 하지만 ㈜이장의 임경수 대표는 농촌과 지역에서 희망을 본다. 서울대 박사 출신인 그가 10년째 농촌과 지역공동체 회생에 힘을 쏟는 이유다. 임 대표가 이끄는 회사 ‘이장’은 농촌과 지역의 발전을 돕는 일을 한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발전은 개발과는 다르다. 생태주의와 공동체성이 발전을 이끄는 두 바퀴다. ‘이장’의 주된 일은 농촌과 지역 공동체 회복을 위한 컨설팅이다. 지금까지 ‘이장’이 진행한 컨설팅은 마을 및 지역 발전 관련 110여 건, 도농 교류 관련 29건, 생태 농장 및 마을 조성 19건, 농촌마을 미디어사업 49건 등 모두 200건이 넘는다.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 지속가능성 교육이나 생태지도 작성 등의 사업도 펴고 있다. 그런 활동은 정부로부터 인정을 받아 ‘이장’은 올해초 노동부로부터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됐다. 1999년 유기농업을 하는 농민을 돕기 위해 서울대 환경대학원생 몇몇이서 만든 온라인 유기농쇼핑몰에서 시작된 ‘이장’은 서울, 춘천, 서천, 안성 등 네 곳에 지사를 둔, 연구원을 포함 39명의 직원으로 이뤄진 기업으로 성장했다.
임 대표가 농촌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환경대학원을 다니면서였다. 대기 오염을 연구하던 그는 “환경 오염이 있어야 밥을 먹고 살 수 있는 존재론적 모순”을 고민하다 환경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친환경농업과 농촌 공동체 회복에서 찾았다. 그렇다면 화학비료와 살충제를 기반으로 한 농업을 바꾸고 농촌 마을을 정과 인심이 넘치는 공동체로 바꾸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할까. 그는 자신이 마을의 이장 같은 구실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때부터 임 대표는 졸업 뒤 꿈을 “마을 이장”이라고 말하기 시작했고, 그 말은 주문처럼 그의 삶을 규정지였다. 그는 자신이 주도해 만든 온라인 유기농 쇼핑몰 이름을 이장이라 지었고, 쇼핑몰 개장 한달 뒤 문을 연 유기농 도시락 배달 가게 이름에도 이장이라는 말을 넣어 ‘이장네 밥집’으로 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환경, 농업, 공동체를 화두로 한 그의 ‘이장 구실’은 쭉 이어지고 있다.
10년 가까운 세월은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농촌 컨설팅 자체가 누구도 가지 않던 길이었다. 지도도 나침반도 없었다. 그는 주민 주도의 마을 발전 계획수립과 집행으로 방향을 잡았다. 당연히 컨설팅에서는 주민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친환경 농업에 대한 거부감은 적었지만 주민들은 공동체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생태계 자체가 공생이라는 원리로 조화를 이루듯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 특히 농촌 마을에는 조화와 상생의 철학이 필요했다.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 정부에 제안서를 낸 뒤 지원이 확정되어 돈이 생기면 다툼이 생기는 경우도 있었다.
“이해득실을 따지기 시작하면 주민 사이의 불화가 생기고 마을 발전 계획의 집행은 어려움에 처하게 됩니다. 그런 곳도 가끔 있어요. 안타깝습니다.”
전국 방방곡곡의 농촌 마을을 다니며 그는 우리 농촌이 가진 구조적인 문제점도 알게 됐다. 그의 눈에는 자족적인 경제 구조가 무너진 게 농촌의 가장 큰 문제였다. “서천군의 횟집에서 미나리를 많이 쓰는데 서천에서 미나리를 생산하는 농가는 거의 없습니다. 예전에 보니 춘천에 닭갈비집이 수도 없는데 닭은 다른 지역에서 옵니다.” 임 대표는 지역의 농산물, 가공식품, 특산물 등을 묶는 농업 경제 공동체를 만들 것을 제안한다. 농민이 뼈빠지게 번 돈을 가까운 도시에서 쓰는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농촌의 회생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농촌 자족 구조의 붕괴는 인구의 감소로 이어지고 있었다. 초등학교가 문을 닫고 의료나 문화의 혜택이 없는 곳에 사람들이 모여들 리가 없었다. 사람이 사라지면 농촌도 사라질 것이다. 그래서 임 대표는 요즈음 도시인들의 귀촌에 관심이 많다. 퇴직자나 농촌 생활을 원하는 이들의 귀촌과 정착을 지원하는 일을 준비중이다. “퇴직자 가운데 많은 분들이 도시에서 자영업을 시작하는데 성공확률이 10%도 넘지 않습니다. 사업에 실패하면 밑천도 대부분 날리게 됩니다. 농촌은 성공 가능성이 훨씬 높고 실패하더라도 기본 자산은 남습니다. 기대수준만 조금 낮추면 되지요.”
임 대표가 꿈꾸는 농촌공동체, 지역공동체는 아직 미완성이다. 몇 곳의 지자체에서 싹은 보이지만 모델이 되는 지역 조차 아직 눈에 띄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공동체 기업의 경영자가 되고 싶다는 꿈은 이뤘다. 그는 지난해 매출액이 12억원에 불과하지만 ㈜이장을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와 직원들의 자아실현 욕구가 일치하는 드문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저와 ㈜이장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농촌과 지역 공동체를 지원하는 이장 노릇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우리 회사의 역할이 사라져서 시골 마을의 이장으로 살 수 있는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습니다.”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사진 ㈜이장 제공
10년째 새로운 길 개척해가며 ‘사회적 기업’ 이끌어 농촌에는 희망이 없다고 한다. 지역에서는 생활이 힘들다고들 한다. 많은 이들이 도시를 꿈꾼다. 하지만 ㈜이장의 임경수 대표는 농촌과 지역에서 희망을 본다. 서울대 박사 출신인 그가 10년째 농촌과 지역공동체 회생에 힘을 쏟는 이유다. 임 대표가 이끄는 회사 ‘이장’은 농촌과 지역의 발전을 돕는 일을 한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발전은 개발과는 다르다. 생태주의와 공동체성이 발전을 이끄는 두 바퀴다. ‘이장’의 주된 일은 농촌과 지역 공동체 회복을 위한 컨설팅이다. 지금까지 ‘이장’이 진행한 컨설팅은 마을 및 지역 발전 관련 110여 건, 도농 교류 관련 29건, 생태 농장 및 마을 조성 19건, 농촌마을 미디어사업 49건 등 모두 200건이 넘는다.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 지속가능성 교육이나 생태지도 작성 등의 사업도 펴고 있다. 그런 활동은 정부로부터 인정을 받아 ‘이장’은 올해초 노동부로부터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됐다. 1999년 유기농업을 하는 농민을 돕기 위해 서울대 환경대학원생 몇몇이서 만든 온라인 유기농쇼핑몰에서 시작된 ‘이장’은 서울, 춘천, 서천, 안성 등 네 곳에 지사를 둔, 연구원을 포함 39명의 직원으로 이뤄진 기업으로 성장했다.
임 대표가 2006년 8월에 열린 퍼머컬처 강좌에서 참가자들과 함께 ‘마음나누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장 직원들이 지난해 7월 충북 단양군 마조리에서 주민들과 함께 마을 브랜드를 만드는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전국 방방곡곡의 농촌 마을을 다니며 그는 우리 농촌이 가진 구조적인 문제점도 알게 됐다. 그의 눈에는 자족적인 경제 구조가 무너진 게 농촌의 가장 큰 문제였다. “서천군의 횟집에서 미나리를 많이 쓰는데 서천에서 미나리를 생산하는 농가는 거의 없습니다. 예전에 보니 춘천에 닭갈비집이 수도 없는데 닭은 다른 지역에서 옵니다.” 임 대표는 지역의 농산물, 가공식품, 특산물 등을 묶는 농업 경제 공동체를 만들 것을 제안한다. 농민이 뼈빠지게 번 돈을 가까운 도시에서 쓰는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농촌의 회생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농촌 자족 구조의 붕괴는 인구의 감소로 이어지고 있었다. 초등학교가 문을 닫고 의료나 문화의 혜택이 없는 곳에 사람들이 모여들 리가 없었다. 사람이 사라지면 농촌도 사라질 것이다. 그래서 임 대표는 요즈음 도시인들의 귀촌에 관심이 많다. 퇴직자나 농촌 생활을 원하는 이들의 귀촌과 정착을 지원하는 일을 준비중이다. “퇴직자 가운데 많은 분들이 도시에서 자영업을 시작하는데 성공확률이 10%도 넘지 않습니다. 사업에 실패하면 밑천도 대부분 날리게 됩니다. 농촌은 성공 가능성이 훨씬 높고 실패하더라도 기본 자산은 남습니다. 기대수준만 조금 낮추면 되지요.”
임 대표가 지난해말 11월 충남 서천군 히리산 자연휴양림에서 열린 산너울 마을 입주민 대상으로 워크숍에서 생태마을만들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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