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미술과 친근하게 노는 법 사세요

등록 2008-01-14 19:46

열린 예술시장을 꿈꾸는 봄봄의 박보미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와 올해 온라인 아트마켓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박현진씨와 이화연씨, ‘오픈 멤버’인 문현미씨(왼쪽부터).
열린 예술시장을 꿈꾸는 봄봄의 박보미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와 올해 온라인 아트마켓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박현진씨와 이화연씨, ‘오픈 멤버’인 문현미씨(왼쪽부터).
[느림과 자유] 대중 위한 미술을 파는 회사 ‘봄봄’
온라인 미술품 판매회사지만 수익보다 ‘사회적 기업’ 지향
예술가-애호가 만나는 온라인클럽·퓨전전시로 문호 넓혀

온라인 미술품 판매 회사 봄봄(vomvom.net)을 만든 박보미(31)씨와 문현미(31)씨는 홍익대 회화과 졸업생이다. 두 사람은 대학 때 본격적으로 미술을 공부하면서 미술이 지닌 힘을 더 잘 알게 됐다. 미술은 어떤 이에게는 위로를 줬고 다른 이에게는 치유의 도구가 됐으며 또다른 사람들에게는 꿈과 상상력을 줬다.

하지만 미술은 갇혀 있었다. 대중들은 미술을 잘 몰랐다. 일부는 작품을 투자재로 보아 ‘브랜드’만 좇았다. 이름난 일부 작가를 뺀 많은 작가들의 작품은 전시회 때가 아니면 늘 창고 속에서 어둠에 묻혀 지냈다. 작가들에게는 외로움과 생활고가 늘 따라다녔다. 애호가들은 비싼 값이 매겨진 유명 작가의 작품을 소장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대중들이 접근 가능한 작품은 상업작가가 그리는 질 낮은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사람들이 쉽고 편하게 미술을 만나고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재능 있는 예술가와 순수 예술애호가들이 함께 이끌어가는 ‘착한’ 미술 시장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두 사람이 봄봄을 만든 이유다. 봄봄이라는 이름은 ‘보다’의 봄과 ‘건강한 미술시장을 심는 생명가득한 봄날’의 봄을 따서 만들었다. 두 봄을 합친 봄봄은 그림을 그리는 사람과 보는 사람들이 서로 마주 보며 만나는 커뮤니티라는 뜻도 담고 있다. 2004년 6월 개인 회사로 출발했지만 이 회사는 수익보다 공익을 꿈꾸는 사회적 기업을 지향한다.

그런 정신은 봄봄이 가장 공을 들이는 프로그램, ‘봄봄의 다정한 그림 이야기’에 잘 스며 있다. 2003년 겨울에 처음 시작되어 8회째 진행된 ‘그림 이야기’는 미술 작품에 영상, 음악, 춤, 체험 등을 섞은 퓨전 전시회 성격을 띤다. 문씨의 말로는 “미술과 친근하게 노는” 프로그램이다. 행사 때면 관객들은 ‘붉은 의자 오른쪽 첫번째에 앉아 30초간 바람 느끼기’와 같은 지시에 따라 바람을 느껴본 뒤 바람을 다룬 작품을 관람한다. 음악을 들으며 작품을 보고, 영화나 드라마를 본 뒤 작품 감상을 하기도 한다. 작가에게 작품 설명을 듣는 시간도 있다. ‘그림 이야기’는 행사 때마다 만원일 정도로 인기가 높다.

봄봄은 그렇게 만난 이들을 중심으로 온라인 클럽(Art-vomvom.cyworld.com)을 만들었다. 이곳은 봄봄이 대중들을 대상으로 미술에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해주는 학교이며 순수 미술애호가들의 커뮤니티이다. 작가들의 작업실이자 온라인 갤러리이기도 하다. 15명의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으며 ‘내가 그렸어요’ 코너에 320점의 작품 등 모두 2800점이 넘는 작품이 1800여명의 회원들과 만나고 있다.

봄봄은 재능 있는 작가의 미술품을 판매하는 일도 한다. 2004년 ‘그림 이야기’를 보러 온 사람과 인연이 되어 씨제이쇼핑몰에 발굴 작가의 작품을 판매용으로 ‘전시’하고 있으며 2006년 8월부터는 싸이월드에서 미니홈피 배경그림용으로도 팔고 있다.

판매실적은 보잘것없다. 온라인 작품 판매는 10여점에 불과하고 미니홈피 배경그림 판매액도 다달이 1천만원이나 되지만 정작 수익으로 돌아오는 것은 몇 십만원이 고작이다. 그럼에도 기업인 봄봄이 꿋꿋이 버틸 수 있는 힘은 독특한 회사 운영 방식에 있다. 봄봄은 대표이사인 박씨 외에 직원이 없다. 사무실도 없다. 프로젝트가 있을 때마다 필요한 인원을 팀으로 짜서 진행한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박씨를 뺀 다른 이들은 자신들의 의사에 따라 다음 프로젝트에 참여하든지 문씨처럼 ‘오픈 회원’으로 잠시 동안 멀찍이 떨어져서 아이디어를 가다듬고 열정을 벼린다. 봄봄은 이를 ‘릴레이 아트 프로젝트’라 부른다. “당장은 수익보다 사람들에게 미술을 알고 즐기는 법을 알려주고자 합니다. 미술을 사랑하는 사람이 늘어야 미술품을 사는 사람도 생기니까요.”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들에게 변변한 활동비조차 지급하지 못했지만 재능 있는 작가 발굴, 중저가의 합리적인 미술시장 개척, ‘그림 이야기’ 등을 통한 미술의 대중화, 협동조합형 기업 지향 등 봄봄의 꿈은 작지 않다. 그런 꿈으로 봄봄은 2006 사회적 기업을 뽑는 제2회 한국소셜벤처대회에서 작가와 대중의 소통이라는 사회적 가치와 작품매매라는 재무적 가치적 가치를 조화롭게 구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 우승을 거머쥐기도 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멘토로 인연을 맺은 민병수 경주대 초빙교수는 지금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봄봄의 가장 큰 힘은 싸이월드 미니홈피에서 운영되는 예술커뮤니티 ‘봄봄 프로젝트’의 회원에서 나온다. 이들은 열렬한 후원자이자 봄봄 프로젝트의 주체이기도 하다. 올해 봄봄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커뮤니티형 온라인 아트마켓 프로젝트에 기획 담당으로 참여하는 박현진(33)씨와 커뮤니티 디자이너 이화연(34)씨도 모두 클럽 회원 출신이다.

“미술가와 관람객이 편하고 쉽게 만나 미술을 잘 이해하고 미술이 가진 정화, 치유, 위로, 진실, 공감의 힘을 함께 나누도록 하고 싶습니다.”

글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제가 ‘술집 여자’라고 밝힌 이유는…” 부산 여성 시민 인터뷰 1.

“제가 ‘술집 여자’라고 밝힌 이유는…” 부산 여성 시민 인터뷰

김용현, 찾다찾다 전광훈 변호인 ‘SOS’…내란 변론 꺼리는 로펌들 2.

김용현, 찾다찾다 전광훈 변호인 ‘SOS’…내란 변론 꺼리는 로펌들

[단독] 공수처, 국가기록원에 ‘계엄 기록물’ 보존 조치 요청 3.

[단독] 공수처, 국가기록원에 ‘계엄 기록물’ 보존 조치 요청

이젠 광화문 가는 응원봉...헌재 ‘윤석열 탄핵인용’ 촉구 집회 4.

이젠 광화문 가는 응원봉...헌재 ‘윤석열 탄핵인용’ 촉구 집회

[단독] ‘내란’ 윤석열 변호인단에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 등 5~6명 윤곽 5.

[단독] ‘내란’ 윤석열 변호인단에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 등 5~6명 윤곽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