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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과적·과속’ 운행 막고, 화물노동자 생계 유지 위한 최소 장치

등록 2022-06-06 18:11수정 2022-06-14 17:53

화물연대 요구 ‘안전운임제’는?
컨테이너·시멘트 운송차량 한해
기사 적정임금 보장 2020년 도입
한국교통연, 2년 시행 결과 분석
임금 늘고 노동시간 주는 효과

애초 법안 논의 때 일몰제 없었으나
당시 자유한국당 반발로 끼워넣어
국토부도 일몰 논의 미뤄 파업 자초
화물연대 총파업을 하루 앞둔 6일 부산 남구 한 주차장에 컨테이너를 수송하는 화물차가 가득 차 있다. 연합뉴스
화물연대 총파업을 하루 앞둔 6일 부산 남구 한 주차장에 컨테이너를 수송하는 화물차가 가득 차 있다. 연합뉴스
7일부터 무기한 파업을 시작하는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핵심 요구는 ‘안전운임제’ 일몰조항 폐지와 적용 품목 확대다. 화물연대는 도로 위의 안전과 화물노동자의 생계유지를 위해 안전운임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안전운임제는 화물기사들의 적정임금 보장을 통해 과로·과적·과속을 막자는 취지로 2018년 4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화물운수법) 개정을 통해 2020년 처음 도입됐다. 그동안 화주와 운수사업자들이 일방적으로 운임을 결정해 왔는데, 화물기사들이 유류비·부품비·감가상각비 등을 고스란히 떠안으면서 과적·과속운행에 내몰린다는 지적이 있었다. 때문에 2002년 출범한 화물연대는 적장한 운임 보장을 위해 꾸준히 안전(표준)운임제 도입을 주장했고, 파업 때마다 정부에 ‘시범실시’ 등의 약속을 받아냈다. 이후 문재인 정부가 안전운임제를 국정과제로 추진하면서 2018년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었다. 화물운수법에 따라 운임은 화물차주·운수사업자·화주·공익위원이 참여하는 ‘안전운임위원회’에서 품목별 안전운송원가에 적정이윤을 더해 매년 결정돼왔다. 현재 안전운임제는 컨테이너·시멘트 운송차량에 한해 적용되며 일몰조항에 따라 올해 말 시행 종료를 앞두고 있다.

안전운임제 시행 2년 효과를 분석한 한국교통연구원 자료를 보면, 안전운임제를 적용받는 컨테이너 기사의 월 순수입은 2019년 300만원에서 지난해 373만원으로 24.3%, 시멘트 운송기사는 같은 기간 201만원에서 424만원으로 110.9% 크게 올랐다. 반면 노동시간은 각각 월 15.6시간(292.1→276.5시간), 42.6시간(375.8→333.2시간) 줄었다. 다단계 계약·가격입찰 관행도 개선됐는데, 컨테이너품목 운송과정에서 계약 횟수가 3단계 이하인 비율도 2019년 94%에서 98.8%로 늘었다.

지금과 같은 고유가 상황에서는 안전운임제 효과는 더욱 커진다. 안전운임제는 직전 분기의 평균 유가가 리터당 50원 이상 인상 또는 인하되는 경우, 변동된 비용 만큼 다음 분기 안전운임에 반영하도록 설계돼있기 때문이다. 화물연대는 유가가 인상될 때마다 정부가 유가보조금 지급 확대를 통해 화물기사들의 손해를 보전할 것이 아니라, 안전운임제를 확대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한다. 화물연대는 “화주들이 지불해야 하는 운송료 책임을 회피하고 유가인상에 따른 화물기사의 손해를 유가보조금이라는 공공의 세금으로 메워왔다”고 비판했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의 효과가 입증된 만큼 일몰조항을 없애고 적용품목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애초 2018년 법안이 처음 논의될 당시에는 컨테이너·시멘트운송 차량에 더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품목에 안전운임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했고 일몰 관련 조항도 없었다. 하지만 법안 논의과정에서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거세게 반발했고, 결국 품목확대 여지는 사라지고, 3년 일몰조항이 생겨났다. 당시 국회는 “일몰 1년 전에 제도 시행 성과를 보고 지속여부를 판단한다”고 약속한 바 있다.

최소 일몰 1년 전인 올해 초부터는 관련 논의는 시작돼야 했지만, 국토부는 차일피일 이를 미뤄왔다. 국토부는 “티에프(TF)를 구성해 안전운임제 운영방안에 대해 논의하려 했지만 화물연대가 파업에 돌입했다”며 화물연대에 책임을 떠넘겼다. 화물연대는 지난 5월30일 총파업을 결의하자 그제사 국토부가 티에프를 처음 언급했다며 국토부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안전운임제가 ‘파업과 물류대란’의 배경이 되고 있지만, 애초 정부가 안전운임제 시행을 추진한 배경에도 ‘파업과 물류대란’ 방지가 있었다. 2018년 3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소위 회의록을 보면, 맹성규 당시 국토부 2차관은 안전운임제에 대해 “현재 체제를 조금 보완해 좀 더 앞으로 나가면 사고도 줄이고, 파업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고, 특히 사회 구성원 전체적으로 삶의 질이 좀더 높아지지 않을까 하는 바람으로 준비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박연수 화물연대 정책기획실장은 “안전운임제는 안전운임위원회라는 노사정 교섭틀을 법·제도로 강제하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산업을 위한 발전적인 논의가 가능했다”며 “하지만 최근 화주들이 일몰이 예정된 제도라는 이유로 안전운임위원회를 보이콧하면서 기대효과가 감소하고 있다. 화물운송산업 발전을 위해서라도 안전운임제는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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