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국제노동기구(ILO) 총회 참석을 위해 지난 5일 밤 스위스 제네바로 출국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화물연대 파업과 정부의 강경대응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노사관계를 담당하는 노동부 장관이 예고 없이 출국한 셈이다.
6일 노동부 관계자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 장관은 전날 한덕수 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 점검 관계장관 회의를 마친 뒤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국제노동기구 총회 참석을 위해 출국했다. 노동부는 매주 금요일 다음주 장·차관 일정을 정리해 출입기자단에 공지하는데, 지난 3일 노동부가 공개한 일정표에는 이 장관의 국제노동기구 총회 참석 일정이 포함돼있지 않았다. 반면 6일 국립현충원 참배를 비롯, 7일에는 다수의 국내 일정이 예정돼 있었다.
이 장관은 애초 오는 7일 국제노동기구 총회에서 ‘화상연설’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 3일을 전후해 급작스럽게 ‘현장 참석’으로 일정을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 관계자는 “원래 현장 참석을 계획했지만 항공권이 없어 화상연설로 변경했다가, 어렵게 항공권을 구해 직접 참석하게 됐다”고 일정 변경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 장관보다 먼저 국제노동기구 총회 현장에 도착한 노동부 관계자들은 뒤늦게 이 장관의 현장 일정 섭외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노·사·정 3자기구인 국제노동기구 총회에는 각국의 노·사·정 대표자가 참석한다. 각 나라와 대표자의 상황에 따라 현장 참석하는 경우, 실시간 화상연설을 하는 경우, 녹화된 영상을 국제노동기구에 보내는 경우 등 온·오프 병행으로 총회가 이뤄진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현장에 참석하지만,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현장 참석 대신 연설문을 녹화해 국제노동기구 쪽에 보낸 상태다. 손 회장이 제네바로 가지 않은 이유도 이 장관이 현장에 참석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이 장관은 윤석열 정부의 ‘노정관계 시험대’로 평가되는 화물연대 파업을 제네바에서 지켜보게 됐다. 이 장관은 지난 3일 기자들과 만나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노동부, 국토교통부, 범부처 역할이 있는데 (이번 화물연대 파업의) 주무부처는 국토부”라며 “저희(노동부)는 노동자들의 합법적인 권리를 보장하는 역할을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노동부 관계자는 “이 장관은 출국 전까지 화물연대 파업 관련 관계장관 회의에 참석하는 등 역할을 했고, 역대 노동부 장관들도 매년 국제노동기구 총회에 참석할 만큼 국제노동 현안에 있어서 중요한 행사여서 현장 참석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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