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멸종의 위기, 빙하기 식물을 찾아서]
⑤향로봉 금강초롱과 만년석송
1만2천 금강산 봉우리 중 한 곳
남한 최북단 고산에도 ‘빙하기 식물’이
DMZ 생명력에 기댄 ‘국보급 희귀종’들
1천m 고산서 겨우 사는 기후변화지표종
지구 반대편서 종자 받아온 특산종 사연
기후변화 인한 식생 변화가 더 기막힌 노릇
⑤향로봉 금강초롱과 만년석송
1만2천 금강산 봉우리 중 한 곳
남한 최북단 고산에도 ‘빙하기 식물’이
DMZ 생명력에 기댄 ‘국보급 희귀종’들
1천m 고산서 겨우 사는 기후변화지표종
지구 반대편서 종자 받아온 특산종 사연
기후변화 인한 식생 변화가 더 기막힌 노릇
강원 고성 향로봉 일대에 자생하는 기후변화지표종 만년석송. 고성/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⑤향로봉 금강인가목과 만년석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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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951346.html 기후변화 영향은 전 세계가 동일하다. 북한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 환경부와 기상청이 지난 7월 발간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을 보면 한반도 평균 온도는 1912~2017년 1.8도 올랐다. 전 지구 평균 지표 온도가 1880~2012년 0.85도 상승한 것의 두 배가 넘는다. 북한의 기후변화는 더 뚜렷하다. 북한 연평균 기온상승 속도는 10년에 0.45도로, 남한의 0.36도보다 1.3배 빠르다(2018년 환경정책평가연구원). 지난 2003년 공개된 북한 기상수문국 기상연구소 자료를 보면, 1918년 이후 평양과 원산은 각각 1.6도, 1.1도 올랐다. 한반도에서 가장 추운 곳으로 알려진 중강진은 무려 3.1도 올랐다. 내륙일수록, 북쪽으로 갈수록 이런 경향이 심하다. 북한 생물이 겪는 기후변화 영향은 그만큼 더 크다. 기후변화가 본격화하면 한국 사람으로선 아예 볼 수 없게 되는 동식물도 있다. “‘적색목록’ 북한판엔 남한에 없는 종이 100종가량 된다”고 이날 취재진과 동행한 공우석 교수가 설명했다. 적색목록은 세계자연보전연맹이 절멸 우려가 있는 취약종 등을 정리한 것이다. 향로봉엔 이들 북한 식물 일부가 살고 있다.
강원 고성 향로봉 정상에서 북한 금강산 방향을 바라본 모습. 고성/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종이 아닌, 속 자체가 사라진다 향로봉에 가려면 강원 인제군 북면에 자리잡은 진부령을 통해야 한다. 전날 국립수목원의 디엠제트(DMZ)자생식물원에서 1박을 한 취재진은 이날 아침 일찍 식물원을 나서 진부령으로 향했다. 식물원은 강원 양구군 해안면에 있는데, 해안면 곳곳에서 북한 기후변화의 일단을 엿볼 수 있었다. 이곳에선 인삼, 시래기 같은 농사도 짓지만 최근 10년 사이 사과가 한창이다. 1960년대까지 대구가 주산지였던 사과는 기후변화로 생육 한계선이 빠르게 북상했다. 양구지역 사과 재배면적은 2005년 15헥타르에서 2017년 125헥타르, 2018년 150헥타르를 거쳐 지난해 193헥타르로 크게 늘었다. 수년 전 경북지역 20여개 사과 농가가 단체이주하는 일도 있었다. 사과 재배면적이 늘자 양구군은 2017년 해안면 내에 30억원을 들여 사과선별장을 지었다. 올해엔 190여개 농가가 3500t을 생산해 지난해보다 500t 늘었다. 우리나라 전체 사과 재배 면적이 올해 3만1601헥타르를 기록해 4.1% 줄어든 것과 반대로 간다. 기후변화가 지속하면 사과 재배지는 결국 북한으로 옮겨갈지 모른다.
강원 고성 향로봉 일대에 자생하는 만년석송(왼쪽)과 눈측백나무(오른쪽). 둘 다 기후변화지표종인 ‘빙하기 식물’들이다. 고성/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강원 고성 향로봉 일대에 자생하는 솜다리. 고성/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한국 특산종인 금강초롱. 금강초롱꽃속은 전 세계에 2개 종이 있는데, 모두 한국에 있다. 고성/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오직 금강산에서만 자라는 일행은 정상에서 다시 진부령으로 내려오며 각종 식물의 군락지를 살폈다. 한라산이나 지리산 같은 고산에서 자라는 양치식물인 만년석송이 모여 사는 군락지는 차에서 내려 길도 없는 산비탈을 10m쯤 걸어 올라간 곳에 있었다. 부들부들한 감촉의, 아주 작은 ‘미니어처 소나무’들이 수풀을 헤치고 난 비탈면에 앙증맞게 모여 있었다. 동행한 국립수목원 안종빈 연구원을 비롯한 일행들이 “이런 대규모 군락은 처음 본다”며 놀라워했다. 안 연구원은 “만년석송을 인공 증식하려면 습도 유지가 필요해 안개분수 같은 장치를 써서 계속 수분을 공급해줘야 한다”고 했다. 만년석송 군락지 옆 바위 틈으로 풍혈(바람구멍)지에서처럼 냉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1천m가 넘는 고산의 냉기에 의지해야 겨우 사는 작은 소나무들은 이대로 기후가 변화하면 한반도에선 찾아보기 힘들 게 되는 기후변화지표종이다.
강원 고성 향로봉에서 바라본 인근 산불 피해 지역 모습. 고성/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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