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지난 1일 광주에서 열린 호남 고속철도 개통식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정권교체에 대한 요구는 비교적 높다. 하지만 현재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해선 신뢰가 가지 않는다.’
<한겨레>의 지난 11일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정치 분야 답변을 요약하면 이렇다. 현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나 7년여 계속된 집권세력에 대한 피로감이 크지만, 그렇다고 야당을 포함해 딱히 눈에 들어오는 대안세력은 보이지 않는다는 게 민심의 현주소다.
구체적으로 보면, ‘차기 대선과 관련해 어떤 입장에 더 가까운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0.6%는 ‘야당으로 정권이 교체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지금 여당으로 정권이 지속돼야 한다’는 응답(33.2%)을 꽤 앞섰다.
연령별로 보면, 20~40대에서 정권교체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높게 나타났고, 50대 이상에서만 ‘여당으로 정권이 지속되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20대는 54.4%(정권지속 18.1%), 30대는 56.8%(정권지속 17.9%), 40대는 43.7%(정권지속 22.5%)였다. 반면 60대 이상에서 ‘여당으로 정권이 지속돼야 한다’는 답변이 57.5%로 정권교체 답변 13.7%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에서 정권교체 지지층이 높았다. 서울에선 39.7%대 32.8%, 경기·인천에선 45.1%대 31.2%로 정권교체 지지 응답이 우세했다. 충청권은 34.0%대 35.3%로 양쪽 의견이 팽팽하게 나타났다. 영남에서는 ‘여당으로 정권이 지속되어야 한다’는 응답이 높았으나, ‘야당으로 정권이 교체되어야 한다’는 응답도 부산·울산·경남이 31.7%, 대구·경북도 29.3% 등으로 꽤 높았다. 자신의 정치적 성향이 ‘중도’라고 답변한 이들의 44.7%, ‘지지정당이 없다’고 답한 이들의 45.3%가 ‘정권교체가 필요하다’고 답해 현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불만과 피로감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또 ‘노후생활이 불안하다’고 응답한 층은 46.5%가 ‘정권이 교체되어야 한다’(정권지속 27.6%)고 답한 반면, ‘노후생활이 불안하지 않다’고 응답한 층은 반대로 49.2%가 ‘여당으로 정권이 지속되어야 한다’(정권교체 23.7%)고 답해 묘한 대조를 보였다.
정권교체 필요성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실제 정당지지율을 보면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율이 12.7%로 새누리당(31.9%)에 비해 크게 뒤지고, ‘지지정당 없음’이 52.3%로 절반을 넘어서는 등 전반적인 정치 불신이 상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새정치연합 지지율은 호남에서도 17.8%에 그치고, 서울(9.9%), 부산울산경남(8.3%), 대전충남충북(9.8%) 등에선 한 자릿수에 머무는 등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층에서도 새정치연합 지지는 29.3%에 그쳤고, 60.5%가 ‘지지정당 없음’으로 지지를 보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박근혜 후보 지지층 가운데 62.2%가 여전히 새누리당을 지지하고, ‘지지정당 없음’ 비율은 35.9%로 새정치연합에 비해 훨씬 낮은 것과 비교된다.
종합적으로, 정권교체 필요성은 느끼지만 아직은 마땅한 대안세력이나 유력주자가 없어 야권에 대한 지지를 보류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이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잘한다’는 응답이 45.2%, ‘잘못한다’는 응답이 54.8%로 나타났다.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60살 이상(85.9%),‘가구당 월소득 200만원 이하’(66.0%), 대구·경북(59.7%) 등 특정 연령·계층·지역에 집중되는 모양새가 두드러졌다.
이번 조사는 <한겨레>가 창간 27돌을 맞아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사회조사센터(소장 한귀영)와 함께 여론조사 기관인 ‘리서치플러스’에 의뢰해 지난 11일 실시됐다.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4.1%포인트(95% 신뢰수준)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