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맨오른쪽)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도중 피로한 듯 눈을 비비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2000년초 김경준 ‘첫 만남’ 주장하다
“1999년 김씨 만났는지 기억에 없다”
“1999년 김씨 만났는지 기억에 없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 김경준씨의 첫 만남은 1999년(이보라·에리카 김 주장)인가, 2000년(이 후보 주장)인가?
이 후보는 지난 19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김경준씨를 언제 만났느냐’는 패널의 질문에 “미국에서 귀국해 2000년 초에 (김씨를) 만났을 것”이라며 “귀국하고 보니 국내 언론에서 그 사람의 능력과 실적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는데, 마침 김씨가 제 사무실을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7월 한나라당 후보 검증 청문회에서도 ‘비비케이 설립을 도왔냐’는 질문에 “그때는 국내에 없었다”며 미국에 있어서 비비케이 설립과는 무관하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21일 이보라씨가 ‘이 후보와 김경준씨가 처음 만난 것은 (비비케이 설립 이전인) 1999년 초’라고 상반된 주장을 하면서 진실 공방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어 김씨의 누나 에리카 김도 22일 <문화방송> 라디오의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나와 “동생과 이명박씨가 (처음) 만난 장소는 서울 프라자호텔이고, 1999년 2~3월”이라고 이보라씨의 주장을 재확인했다.
한나라당은 이보라씨의 기자회견 직후인 21일에는 2000년 2월 김씨가 이 후보 쪽에 보낸 메모와 편지를 공개하면서 “이 후보와 김경준씨의 첫 ‘사업상 접촉’은 2000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사업상 접촉은 이때(2000년)가 처음이라도 만난 것은 그 전(1999년)일 수 있지 않냐’는 물음에도 클린정치위원회 전략기획팀장인 고승덕 변호사는 “1999년 12월 이전에 (만난 일이) 있을 수도 있겠으나,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00년 초 ‘처음’ 만났다는 이 후보의 말보다 한 발 물러선 답변이었다.
이어 22일 에리카 김의 방송출연 뒤에는 “언제 처음 만났느냐는 게 중요하지 않다”는 쪽으로 방향이 또 바뀌었다. 나경원 대변인도 “쟁점은 후보가 (주가 조작에) 관여했느냐 안 했느냐”라며 “만난 시점이 언제인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형준 대변인은 “지나가다 스치듯이 만났을 수는 있어도 사업상 만난 것은 2000년이 처음”이라고 말해 오히려 혼란을 부추겼다.
결국 이날 오후 홍준표 의원은 “이 후보가 1999년 모두 4~5차례 한국을 방문했고, 2월22일부터 3월20일까지 한 달 동안 한국에 있었다”며 처음으로 귀국 사실을 시인했다. 그러나 홍 의원은 “당시 한국에 있던 자녀들을 만나기 위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후보는 에리카 김의 주장처럼 이때 김경준을 만난 기억은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나라당은 이 후보의 나머지 한국 체류 시기는 밝히지 않았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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