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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이회창 돌풍, 어디로

등록 2007-11-03 11:01수정 2007-12-10 14:40

성한용 선임기자
성한용 선임기자
보수성향 유권자 불안감 크지만
이명박과 동시 출마 용납안할듯
범여 후보 ‘군소후보’ 전락가능성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2007년 대선구도가 통째로 흔들리고 있다. 변화의 양상은 세 가지다. 첫째, 이회창 돌풍이다. 둘째, 이명박 대세론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셋째, 범여권 후보들의 위기다. 이 세 가지는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하나의 원인에서 비롯된 결과가 다시 원인이 되어 처음의 원인에 영향을 미친다. 복잡하다. 그래도 모든 변화를 한 마디로 압축하면 ‘이회창 돌풍’이다.

대부분의 여론조사 기관에서는 이번 주 이회창 전 총재의 지지율 급상승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조사에 들어가기 전에는 ‘10% 정도’를 예상했다. 결과는 ‘20% 안팎’이었다. 이런 추세라면 25%선까지는 쉽게 치고 올라갈 기세라는 예측이 나온다. 이회창 돌풍은 어디서 왔을까? 어디로 갈까?

먼저 배경을 짚자.

첫째, 본질적으로는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불안감에서 비롯됐다. 이명박 후보는 박근혜 전 대표와의 ‘화학적 결합’을 소홀히 했다. 또 ‘전통적인 보수’의 노선에 반하는 새로운 대북정책을 제시했다. 일부 지지층에서 불만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때마침 미국 정부가 김경준씨를 돌려보낸다는 결정이 내려졌고, ‘불만’은 ‘불안’으로 바뀌었다. 다급한 이명박 후보 진영은 ‘공작정치’를 외쳤지만, 여론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서상목 전 의원이 밝힌 ‘보수 진영 복수후보론’은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둘째, 민심을 보여주는 여론조사 결과가 다시 민심에 충격을 주는 ‘회오리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1일 저녁 보도된 <문화방송> <에스비에스>의 여론조사 결과는 그날 아침부터 ‘여의도’에서 최고의 화제였다. 그날 오후 이방호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2002년 대선자금을 거론한 것은 여론조사 보도의 효과를 차단하기 위한 의도로 읽을 수 있다.

셋째, 정동영 후보의 부진이 한 몫을 했다. 일종의 상황론이다. 정동영 후보는 10월15일 전당대회 이후 보름이 지났지만 ‘20%대’로 올라서지 못하고 있다. 정 후보의 지지율이 25% 수준만 됐어도 이회창 전 총재는 출마를 생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이회창 전 총재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심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까? 전망이 쉽지 않다. 변수가 워낙 많고 상황이 미묘하다.

첫째, 이회창 전 총재가 당장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고 해도 실제로 ‘이명박과 이회창’이 각각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보수 계층’은 김경준씨 귀국과 검찰의 수사, 여론조사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최종 ‘선택’을 할 것이다. 11월25~26일 후보등록 때까지 시간이 있다. 네트워크가 발달한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여론 형성에 필요한 시간은 ‘반나절’이다. 2002년 대선에서도 그랬다.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정권교체 열망은 이명박 이회창 둘 중 한 사람을 잔인하게 ‘살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물론 이 싸움에서는 이명박 후보가 유리하다. 경선에 의해 선출된 후보라는 ‘명분’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시험대에 오른 이명박 후보는 이회창 전 총재를 주저앉히기 위해 필사적으로 매달리게 될 것이다. 이른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의 앞날은 그의 역량에 달렸다. ‘대선 이후’와 ‘차차기’를 바라보는 박근혜 전 대표는 관망할 가능성이 높다.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힐 이유가 없다.

셋째, 정동영, 문국현, 이인제 후보는 ‘군소후보’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정국의 주도권을 이명박-이회창-박근혜 쪽에 완전히 빼앗기고, 지지율 올리기에도, 단일화 흥행에도 모두 실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이회창의 ‘이전투구’로 한 가닥 ‘역풍’을 기대할 수 있으나 위력이 크지는 않을 것 같다. 이해찬 전 총리는 “이회창 출마, 김경준 귀국이라는 ‘계기’가 와도 ‘자체 역량’이 없으면 그냥 흘러간다”고 경고했다. 범여권 후보들이나 신당이 자체 역량을 얼마나 가지고 있을까?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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