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인천시 남구 용현동 용현여자중학교에 설치된 용현5동 제6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선거인 명부를 확인하고 있다. 인천/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성한용 선임기자의 대선읽기
첫 패배 맛본 2030세대, 좌절과 정치혐오증 넘어서려면…
첫 패배 맛본 2030세대, 좌절과 정치혐오증 넘어서려면…
홍대입구에서 조그만 술집을 하는 30대 후반 여성은 투표 다음날 새벽 3시에 후배에게 전화를 걸어 “나 이제 못살겠다. 이제 착하게 안 살고 세금도 안 내고 그럴 거다”라고 말했다. 그는 후배를 껴안고 울었다.
30대 중반 기혼여성 아무개씨는 앞으로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기로 했다. 처음으로 정치에 큰 기대를 걸고 문재인 후보를 찍었지만, 졌다. 역시 정치는 해답이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다.
가족과 떨어져 자취를 하는 20대 대학생 아무개씨는 19일 밤 12시가 넘어 아버지에게 갑자기 전화를 했다. 놀라서 전화를 받은 아버지에게 그는 “세상이 왜 이러냐”고 항의했다. 그는 안철수 전 후보 때문에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 가까운 친구들은 이번에 다 문재인 후보를 찍었다. 선거 결과를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20대 초중반 대학생들은 19일 밤 지인에게 이런 문자를 보냈다.
“슬프고 답답하네요. 정말 어떡하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해도 눈물만 납니다. 제가 뭘 잘못하고 있는 것만 같아요. ”
“10년 전 노무현을 당선시킨 40대들이 50대가 됐다고 이렇게…”
18대 대통령 선거 결과 문재인 후보를 찍었던 유권자들의 상처가 깊다. 그 중에서도 문재인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했던 20∼30대는 집단적으로 공황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박근혜를 찍은 부모와 문재인을 찍은 자식들’ 사이에 선거 때문에 앙금이 쌓였다는 사례는 너무나 많다.
왜 그럴까? 20∼30대의 절망이 큰 데는 이유가 있다.
첫째, 세상을 바꿔 보겠다며 전례없는 결속으로 문재인 안철수라는 분출구를 통해 ‘선거 혁명’을 시도했다가, 더 강하게 뭉친 기성세대에 의해 맥없이 진압됐기 때문이다.
세대투표 2002년보다 강해져
선거혁명 ‘진압’된 걸로 느껴
“정치에 관심 갖지 않겠다”
“세상이 왜 이러냐” 푸념만 야권·시민사회·언론 큰 책임
‘좌절 거치며 성숙’ 희망 주고
박 당선자·새누리·기성세대도
2030들의 아픔까지 포용해야 이번 선거에서는 세대별로 지지하는 후보가 달라지는 ‘세대투표’ 현상이 전보다 훨씬 더 강하게 나타났다. 20대의 65.8%, 30대의 66.5%는 문재인 후보를 찍었다. 2002년 노무현 후보를 찍었던 20대가 59%, 30대는 59.3%였던 것에 비해 훨씬 더 지지율이 올라갔다. 2002년에 40대는 노무현 48.1%, 이회창 47.9%로 절반씩 나뉘었지만, 2012년 40대는 문재인 55.6%, 박근혜 44.1%로 문재인 후보 지지가 많았다. 지금 40대는 10년 전 30대였다. 그러나 50대와 60대 이상의 결집도 만만치 않았다. 2002년 50대는 57.9%, 60대 이상은 63.5%가 이회창 후보를 찍었지만, 이번에 박근혜 후보를 찍은 50대는 62.5%, 60대 이상은 무려 72.3%나 됐다. 정확히 10년 전 노무현 이회창을 반씩 나눠서 지지했던 50대가 박근혜 후보로 기우는 바람에 이번 대선 승부가 갈렸다고 볼 수 있다. 둘째, 패배의 경험이 없다. 그래서 충격이 더 크다. 정치적으로 철이 드는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 이후 20∼30대는 정치적으로 결집한 적도 없지만 패배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첫번째 세대투표가 벌어진 2002년 대선에서 그들은 승리했다. 그들의 윗세대인 40대는 이른바 ‘386’이다. 1980년 서울의 봄 이후 신군부의 쿠데타를 겪었다. 1987년 6월항쟁으로 승리했지만 김영삼-김대중의 단일화 실패로 좌절한 경험도 있다. 1990년 3당합당 이후 1992년 김영삼 후보의 당선을 보고 “불의가 승리할 수도 있다”는 경험을 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것이다. 이들은 이번 대선을 ‘질 수도 있지’라고 담담히 받아들이는 편이다. 하지만 패배의 경험이 없는 20∼30대는 사정이 다르다. 세대간 갈등의 후유증이 앞으로 어떻게 나타날까? 정치 혐오증이 다시 깊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새누리당이나 보수 성향의 50∼60대는 환호하겠지만, 젊은 세대가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담하다. 세대간 충돌로 번질 수도 있다. 하지만 치유와 단련을 거치면 민주주의의 동력이 될 수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안철수 전 후보가 치유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 전 후보는 지금 미국에 있다. 20∼30대의 좌절은 젊은 층 유권자들을 동원의 대상으로 삼았던 민주통합당, 시민사회, 진보 성향 언론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 따라서 이들이 나서서 젊은 층 유권자들에게 사과하고 위로해야 한다. 좌절을 거쳐야 희망이 온다고 알려줘야 한다. 박근혜 당선인과 새누리당, 그리고 50∼60대가 해야 할 일도 있다. 더이상 이벤트 정치로 젊은 유권자들을 현혹하려 해서는 안 된다. 20∼30대의 고통을 내 문제로 끌어안고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어야 한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통합이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한겨레 캐스트 #18] <대선 특집> 박근혜 시대’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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