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투표 22%-부산·경남 14%
국민경선 취지 무색 조직선거로 변질
‘유세 따로, 투표 따로’ 흥행요소 반감
국민경선 취지 무색 조직선거로 변질
‘유세 따로, 투표 따로’ 흥행요소 반감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의 국민경선이 총체적 난기류에 휩싸였다. 낮은 투표율에 따른 흥행 저조, 조직·동원 경선에 따른 감동 부족, 특정 후보의 독주에 따른 흥미 반감이 겹치면서 경선이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30일까지 8곳에서 진행된 경선의 평균 투표율은 19.19%에 그쳤다. 20%대에도 못미친 초라한 투표율은 통합신당 국민경선에 대한 국민들의 무관심을 반영한다. 통합신당은 믿었던 광주·전남에서도 참담한 외면을 당했다. 광주 투표율은 20.66%. 당이 기대했던 30%대에 훨씬 못미쳤다. 특히 경남·부산 투표율은 14.61%에 불과했다. 당 국민경선위는 낮은 투표율을 올리고자 투표 시간을 오후 6시까지 1시간 연장했지만 별반 효과를 보지 못했다.
범여권의 핵심 지지 기반이랄 수 있는 광주조차 냉담하게 등을 돌린 데는 누가 나서더라도 연말 대선 승리가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작용한 것 같다. 이른바 ‘전략적 선택’을 통해 특정 후보에게 몰표를 줘봤자 연말 대선에서 승산이 별로 없는 터에 굳이 경선에 참여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다.
어쨌든 낮은 투표율은 국민경선을 철저한 조직·동원 경선으로 변질시키고 있다. 국민 참여가 떨어지다보니 후보들의 조직력에 따라 경선 승부가 갈리게 되는 것이다. 민심과 당심의 간극을 메우려는 완전국민경선제 도입 취지는 무색해졌다. 참여 없는 경선에서 감동이 나올 리 없다.
이렇게 되면서 조직력에서 앞서는 정동영 후보의 독주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정 후보는 전국단위 선거만 이번이 8번째다. 전국적 조직이 촘촘한 그물망처럼 짜여 있다. 투표율이 획기적으로 높아지지 않는 한, 남은 경선에서도 정 후보 독주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특정 후보의 독주가 이어지면 경선의 재미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 이는 다시 경선에 대한 국민의 무관심을 높이고 투표율을 더욱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런 악순환은 당과 후보들이 자초한 측면이 많다. 무엇보다, 당 지지율이 워낙 낮다. 국민들이 경선 자체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것이다. 투표장에서 후보들의 연설을 들을 수 없는 ‘유세 따로 투표 따로’ 경선 방식도 흥미 요소를 반감시켰다. ‘유령선거인단’, ‘대리모집’ 등 각 후보 캠프가 무리하게 선거인단을 모집하다보니 선거인단 숫자 자체에 허수가 많았고, 이는 투표율을 더욱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후보들은 그간의 텔레비전 토론회나 유세에서 지엽말단의 당내 문제를 둘러싼 논란에 치중했고 국민들의 관심을 끌 만한 정책을 제시하거나 이슈를 주도하지 못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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