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소유한 건물로, 서울시장 재임 때 고도 제한이 완화돼 논란이 일고 있는 서울 서초동 1709-4번지 건물(왼쪽)과 1717-1번지 건물(오른쪽). 1717-1번지 건물 관리인이 취재를 제지하기 위해 카메라를 손으로 가로막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이명박 서울시장 때 ‘자신의 이익’ 걸린 정책결정
서울시가 이명박 전 서울시장 재임 때 그의 이름으로 된 건물 두 채가 있는 서울 서초구 법조단지의 고도제한을 완화하는 내용의 ‘도시 정비계획’을 구청에 내려보내 결국 제한이 풀린 것으로 밝혀졌다. 또 고분양가 논란을 빚었던 서울 은평뉴타운 사업지구에는 이 전 시장 형제 등 일가의 땅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공직자의 공적 직무수행과 개인으로서의 이해관계가 부딪치는 ‘이해 충돌’의 전형적 사례로, 이 전 시장이 이를 무시하고 관련 행정행위를 강행한 것을 두고 도덕성 논란이 예상된다.
서초동 법조단지 규제 완화…은평선 형·누나·조카 보상받아
■ 고도제한 완화=서울 서초동 법조단지 안 1709-4번지(지상 5층, 연면적 5792㎡)와 1717-1번지(지상 2층, 연면적 897㎡)에는 이 전 시장 소유의 건물 두 채가 있다. 이 지역은 1980년대 초 법원·검찰청 건설이 예정되면서 ‘최고고도지구’로 지정돼 5층 18m 이하로 건물 높이가 제한돼 왔다.
서울시는 이 전 시장이 재임 중이던 2003년 5월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 이 지역의 고도제한 완화 타당성을 검토하는 연구용역을 의뢰했고, 이를 바탕으로 04년 11월 ‘도시관리계획 용도지역·지구 정비계획’을 마련해 서초구에 내려보냈다. 결국 이 지역은 이 후보가 시장 임기를 마친 닷새 뒤인 06년 7월5일 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최고고도가 7층 28m 이하로 완화됐다.
■ 은평뉴타운 땅=
서울 은평뉴타운 사업지구 가운데 이 전 시장 형제 등 소유였던 땅은 은평구 진관외동 287-3번지(538㎡)와 288-12번지(205㎡)다. 이 땅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05년 뉴타운 사업 시행사인 에스에이치공사(옛 서울시도시개발공사)에 수용되기 전 이 땅은 이 전 시장의 큰형 이상은(74)씨와 큰누나(77), 여동생(62), 조카(41·이상득 국회 부의장의 아들) 등이 지분을 나눠갖고 있었다.
특히 이 전 시장과 작은형인 이 부의장도 각각 지분을 갖고 있었으나, 이 지분은 93년 국회의원 재산신고 직전 제3자에게 넘어갔다가 다시 조카에게 돌아온 뒤 05년 10월 에스에이치공사에 수용됐다.
이곳은 71년부터 30여년 동안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었는데, 이 전 시장이 02년 7월 시장에 취임한 지 석 달 만에 ‘신시가지형 시범뉴타운’ 대상지로 발표됐다. 2002년 1월을 기준으로 이 지역의 공시지가는 1㎡당 20만~30만원 수준이었지만, 뉴타운 사업 발표 뒤 땅값이 크게 올랐다. 이 땅이 포함돼 있는 은평뉴타운 2지구의 토지보상금이 1㎡당 200만원 수준이었던 것으로 미뤄, 이 전 시장 친척들은 수용 당시 에스에이치공사로부터 최소 11억여원의 토지보상금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전 시장 “민원 영향이 컸다” 은평땅에 대해선 “존재하는지 조차 기억 못해”
■ 평가와 해명=윤태범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소장(한국방송대 행정학 교수)은 “뉴타운 대상지에 일가의 땅이 있으면 뉴타운 선정 작업에서 이 전 시장은 아예 빠지든가, 사업 발표 전에 땅을 처분해야 옳았다”고 지적했다. 이 전 시장 쪽은 고도제한을 완화한 데 대해 “민원이 중대해 차기로 넘길 수 있는 상황이 못 됐다”고 해명하고 은평뉴타운 땅에 대해서도 “장남 이상은씨가 관리해 왔고 1993년 매각한 뒤에는 해당 부동산이 존재하는지조차 기억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유신재 이완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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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평뉴타운 땅=
은평뉴타운 사업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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