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처남 김재정(58)씨가 1988년 현대그룹 고위 임원 6명과 함께 경기 가평군 설악면 선촌리의 땅을 사들인 뒤 지은 별장.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이명박 후보 현대건설 회장 재직하던 88년…경기 가평과 경북 군위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처남 김재정(58)씨가 경기 가평과 경북 군위에 현대건설 등 현대 임직원 출신들과 공동으로 부동산을 구입해, 지금까지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2일 드러났다. 김씨가 이들과 함께 땅을 산 시점은 이 전 시장이 현대건설 대표이사 회장을 지낼 때다.
관련 땅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김씨는 경기 가평군 설악면 선촌리에 있는 18필지의 논·밭과 대지, 하천 등 1만9995㎡를 1988년 4월 당시 현대그룹 임원 6명과 함께 사들였다. 이들은 땅의 일부에 별장 4개 동을 지은 뒤 90년 4월 소유권 보존등기를 했다. 이후 이들은 대부분 자녀들한테 지분을 증여했지만, 김씨는 현재까지 그대로 소유권을 갖고 있다.
김씨와 함께 처음 땅을 산 이들은 한명을 빼고는 당시 현대건설의 임원이었거나 임원을 지낸 이들이다. 김아무개(67)씨는 당시 현대건설 부사장이었고, 박아무개(69)씨는 현대건설 해외건축사업본부장, 김아무개(68)씨는 현대건설 전무, 유아무개(71)씨는 현대건설 전무였다. 숨진 신아무개씨는 현대건설 부사장을 지낸 뒤 당시 현대종합상사 사장으로 있었고, 현대건설로 입사한 이아무개(70)씨는 당시 현대자동차 사장으로 있었다. 이 전 시장과 가까울 수밖에 없는 직위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이 전 시장의 처남 김씨는 당시 작은 중소건설업체 대표로 있었다.
유씨는 이 부동산에 대해 “우리가 돈을 모아서 땅을 사고 지었다”며 “김재정씨는 이전부터 알던 사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김재정씨는 현대건설에 함께 있었다”며 “이명박씨가 소개시켜 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직급이나 나이에서 큰 차이가 있는데 어떻게 김재정씨와 함께 땅을 샀느냐’는 물음에 “같은 현대건설 직원이니까 직급을 따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는 땅을 사기 6년 전인 82년 현대건설을 그만둔 상태였다. 당시 별장을 지을 때 노무자로 일했다는 선촌리 이장 남국현(50)씨는 “당시 공사현장에서 ‘20년 이상 근속한 이사들에게 나눠준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88년부터 이 별장을 관리해온 조중열(51)씨는 “몇 년 전에 이 전 시장과 김재정씨가 한번 같이 왔다”며 “이 별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함께 온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김재정씨는 또 88년 4월 경북 군위군 산성면 화전리의 임야 20만7769㎡를 정아무개(60)·이아무개(59)·장아무개(59)씨와 함께 사들였다. 정씨는 “김재정씨는 현대건설에 일하면서 알게 됐고, 나는 2002년까지 현대건설에 다녔다”며 “나를 포함한 세 명은 서로 잘 아는 사이고, 다른 한 명은 세 명 가운데 한 명의 친구”라고 말했다. 장씨도 “현대건설에서 김재정씨를 알았다”며 “이명박씨의 땅은 절대 아니고, 친구들끼리 뭘 해보려고 땅을 샀다”고 말했다. 이씨는 “당시 친구인 장씨가 골프장을 해보자고 해서 땅을 샀고, 김재정씨는 최근에야 이명박씨의 처남인 줄 알았다”며 “이후 주변의 땅값이 점점 비싸져 골프장 사업을 포기했다”고 주장했다. 김남일 최원형 기자 namfic@hani.co.kr
김재정씨 경기 가평 부동산 지분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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