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작은형인 이상득 국회 부의장이 서울 은평 뉴타운 사업지구에 갖고 있던 땅이 제3자를 거쳐 다시 이 부의장의 아들에게 넘어간 것으로 밝혀져 비정상적 거래가 아닌지 의혹을 낳고 있다. 특히 이 전 시장과 이 부의장이 문제의 땅을 제3자에게 판 시점은 국회의원 등 고위 공직자의 재산을 공개하도록 하는 공직자윤리법이 개정되기 사흘 전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갖고 있던 은평구 진관외동 땅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애초 이곳은 이 전 시장의 아버지가 1967년에 샀다가 82년 숨지면서 자녀들에게 물려줬다. 이 전 시장과 작은형인 이상득 국회 부의장도 지분을 물려받았지만, 이들은 다른 형제들과 달리 93년 6월8일 지분을 김아무개(76·여)씨에게 팔았다.

6월11일 국회에서 개정된 공직자윤리법은 한달 뒤인 7월11일 국회의원 등이 재산 등록을 하도록 돼 있었다. 이 전 시장과 이 부의장은 당시 14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이 전 시장과 이 부의장이 김씨에게 판 지분 가운데 일부는 6년 뒤인 99년 8월20일 이 부의장의 아들(41)에게 그대로 다시 넘어간 것으로 나타났다.(그래프 참조) 김씨의 호적상 본적은 이 전 시장의 본적과 같은 경북 영일군으로 돼 있다. 김씨는 <한겨레>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으며, 김씨의 딸과 사위는 “(매매 경위가) 듣고 보니 이상하기는 하지만, 어머니가 투자할 곳을 찾다가 소개를 받아서 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의 조카(41)는 99년 8월부터 2003년 6월에 걸쳐 큰아버지인 이상은(74)씨, 큰고모(77), 작은고모(62)의 지분과 김씨의 지분 등 모두 464.4㎡(140.7평)를 샀고, 이 땅을 2005년 10월11일 에스에이치공사에 9억9천여만원을 받고 팔았다.

한편, 이 전 시장은 93년 재산신고를 규정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8일 만인 6월19일 서울 서초동 1718-1번지와 1718-2번지 대지 2필지(1554㎡)를 서울지방변호사회에 팔았다. 이때는 재산신고 기준이 되는 시점을 22일 앞둔 때였다.

이에 대해 이 시장 쪽은 “93년 지분 매각 이후 이뤄진 사항은 전혀 알지 못한다”고 해명했다. 전종휘 이완 기자 symbi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