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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한나라 지지층 “정치적 오버말자” - “강경대응”

등록 2006-05-22 16:59수정 2006-05-22 18:33

박사모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박사모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박대표 “오버말라”에 박사모는 촛불집회·삭발·총동원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피습사건 이후 대응 수위를 놓고 한나라당과 박 대표 지지자들 사이에 엇갈린 움직임이 일고 있다.

테러의 직접적 피해자인 박근혜 대표가 긴박한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으며 “정치적으로 오버하지 말라”는 당부를 하고 있는 가운데, 당과 지지자들은 강경 대응과 신중 대응을 요구하는 엇갈리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박 대표가 유정복 비서실장을 통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선거는 차질없이 치렀으면 좋겠다. 정치적으로 오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히자,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지지층의 과잉대응 자제를 주문했다. 정병국 홍보기획본부장도 22일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회의에서 “박 대표 테러와 관련, 누리꾼이 많은 글을 올려 당 홈페이지의 접속 기록이 최고 순위인 391위에 올랐다”며 “정치적으로 오버하지 말라는 글이 많다”는 ‘신중대응’을 주문하는 누리꾼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한나라당 홈페이지(hannara.or.kr)에는 “박 대표 피습 전에도 이미 민심은 한나라당에 와 있었고, 이번 사건으로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는 더욱 올라갈 것”이라며 “정치테러니 음모니 뭐니 하는 저급한 작태로 최고조에 달해 있는 지지율에 찬물을 끼얹지 않기를 바란다”(‘kennycps’) 등의 글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hko7007’는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마세요'란 글에서 “대세는 한나라당으로 기울고 있으니 이 기회에 고상한 정치 모습을 보여달라”고 주문했으며, ‘ktp0130’도 `제발 이번 사건으로 오버하지 맙시다'라는 글에서 “반보수가 결집되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며 “예전처럼 오버해서 역효과가 나 선거를 망치는 멍청한 짓 하지 맙시다”라고 주장했다.

◇ 정치권 일각, 증오 부채질해온 ‘지지층 결집 관행’ 반성도
“유리한 여론…오버하다간 역효과로 반보수 결집 우려”


열흘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압승이 기대되고 있고, 박 대표 피습 후 여론이 한나라당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는는 만큼 지나친 문제제기로 긁어부스럼을 만들지 말라는 주문인 셈이다. 여기에는 한나라당 일부와 박사모를 중심으로 우리당의 음모론이나 검·경의 축소수사 의혹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강단에서 난동을 부린 박씨가 열린우리당 기간당원인데다 지씨가 지난해 12월에도 한나라당 의원을 폭행한 전례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여론이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노사모 등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 박 대표 피습을 계기로 정치권에서 ‘증오 마케팅’에 대한 자성론이 나오고 있다. 노혜경 노사모 대표가 21일 노사모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당보다 훨씬 정치적으로 유능하고 교활한 언론’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처음에 17바늘 꿰맸다더니 60바늘 꿰맸다는 것을 보면 성형도 함께 한 모양”이라면서 “하마터면 경동맥을 자를 뻔했다거나 정말 큰일 날 뻔했다는 식의 보도를 내보내는 언론의 하는 양을 보면 우리나라는 언론 때문에 망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하자 노사모 회원들마저 이를 비판하고 나섰다. 노 대표는 파문이 확산되자 “박 대표의 피습을 비아냥거린 것이 아니라 조선일보의 보도태도를 비판했다”고 수습에 나섰지만, 한나라당과 누리꾼은 물론 노사모 회원들도 노 대표의 글을 비판했다.

열린우리당의 송영길 의원도 22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우리 공동체 사이의 증오와 광기를 해소하려는 정치 지도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자성을 촉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 박사모 “비상사태 선포, 총동원령 발동”

하지만,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를 중심으로 한 박 대표 지지세력은 정치권 안팎의 ‘증오 정치’ 자성론에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박사모는 21일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총동원령을 발동합니다”라는 글을 회원들에게 보내 “박 대표의 피습사건의 배후가 누구인지 알고 있는데도 경찰은 취객의 취중 행동으로 비호하고 조직과 배후의 냄새를 애써 부인하고 암살자의 자기합리화에 불과한 ‘사회 불만’ 때문이라고 비호하고 있다”며 “박 대표를 지키기 위해 박사모가 나서자”고 제안하는 등 강력한 결집력을 주문하고 나섰다.

이들은 지난 20일 사건 직후 운영진 및 위원장 긴급 회의를 열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박 대표의 피습에 대응하기 위해 박사모의 동원 가능한 모든 인력을 활용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박사모는 이와 관련 중앙 및 지부·지역별로 ‘박사모 수호대’를 조직해 상시적으로 박 대표의 주변을 경계키로 하고, 21일부터 서울 시청 앞 광장과 신촌 세브란스병원 등에서 촛불집회를 여는 등 이번 사건 책임을 현 정부와 여당, 노사모와 북한으로 몰아가고 있다. 일부 회원들은 세브란스 병원 앞에서 밤을 새우기도 했다. 일부 과격 지지자들은 20일 박 대표 피습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서대문경찰서 앞에서 촛불시위를 하며 서장 면담과 수사상황 브리핑 등을 요구하며 경찰서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21일에도 일부 지지자는 “불순 배후를 철저히 밝혀내라”며 삭발시위를 하기도 했다. “오버하지 말라”는 박 대표의 ‘당부’와는 딴판인 모습이다.

◇ 한나라당 내부 “배후 밝히고, 공정수사 위해 대검 이관” 주장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간간이 강경 대응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피습이 사전에 철저히 계획됐고, 상해가 목적이 아니라 살해를 목적으로 자행됐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이번 사건의 진상과 배후 추적을 위해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재오 원내대표는 22일 선거대책회의에서 “이번 사건은 매우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제1야당 대표의 생명을 노린 정치테러인데도, 경찰이 처음부터 사건의 본질을 왜곡시키고 축소·은폐시키고 있다”며 “검·경 합동수사본부를 대검으로 이관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규택 최고위원은 “이번 사건은 야당 대표에 대한 살해 기도 사건인데 현 담당 검사는 여당에 편향적인 사람이어서 사건 자체가 미궁으로 빠질 우려가 있다”며 “대검수사본부로 이관해 공정한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학원 조사단장도 “현장 검증 결과 단독범이 아니라 기획적이고 조직적으로 살해를 기도한 사건이라는 증거가 나오고 있어 적당히 넘어갈 경우 배후가 묻힌 채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당에서 여러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끈질기게 파고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경대응을 주문했다.

김 단장은 △자상을 가한 사람이 음주를 하지 않았는데 술취한 사람의 만행이라고 호도한 점 △ 신고 뒤 경찰의 늑장 출동 △상해죄로의 영장 청구 등을 예로 들며 “사건의 중대성과 엄정한 수사를 위해 반드시 대검에서 수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연합뉴스>에서 “최근 보수와 진보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정치권에서는 자신들의 지지세력을 결집하기 위해 상대방을 적대시하는 언어를 일상화해 테러라는 일탈행위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며 “이제 정치권도 국민에게 분노를 일으키는 분노의 정치가 아니라 국민의 합리적인 판단을 이끄는 대화의 정치로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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