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번 테러피해자인 박근혜 대표의 빠른 쾌유를 바란다. 대의제의 중핵인 한 거대야당의 대표를 테러한 행위는 어떠한 방식으로도 용납받을 수 없는 행위다. 아무리 한국 정치판을 보는 시각이 냉소적이라고 하더라도 거대야당의 대표이기 이전에, 한 개인이기도 한 박대표의 얼굴을 커터칼로 그어버린 행위는 법에의해 엄정히 심판받아야 한다. 이번 테러의 피해당인 한나라당을 포함해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 등에 적이있는 여러 정치인들 또한 한국사회의 정치문화를 이상적으로 변화시켜야 할 필요가 있음을 절감해야 한다.
그동안 한국의 정치가 시민들에게 보여줬던 행태는 지역할거주의에 기반한 당 대표독점체제였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호남/반호남 정서를 이용하여 자신들의 권력욕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정작 귀를 기울여야 할 시민들의 요구에 세심한 주의를 요했다고 볼수는 없다. 한나라당은 ‘경상도당’, 열린우리당은 ‘전라도당’이라는 세칭 지역이분(二分)적인 대표성없는 대표체제로 현 사회를 리드하였고, 이러한 지역기반아래 안정적으로 표를 갈라먹음으로써 정치문화를 퇴행적으로 고착화시켜 놓은 당사자는 정치인 자신들일 수밖에 없다. 개혁적 성향의 청년들까지도 정치문화에 냉소로 일관하게 했고, 시민사회와 정치사회를 분리시켜 놓은 주체는 바로 정치인 자신들이라는 이야기다.
물론 이번 테러범들을 변호하려고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현장에서 붙잡힌 이들의 비이성적 행위는 파렴치범과 다를것이 없다. 억압을 타인에 대한 폭력으로 해소하려 했던 이들의 파괴적 범죄는 다시는 이 땅에서 일어나서는 안될 수치임이 분명하다. 다만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테러를 마음먹게 했던 이 사회 정치문화의 퇴행성이다. 테러범들의 신상을 놓고보면 우리 사회의 소외계층이고, 이들을 그토록 반사회적일 수밖에 없게하였던 근본적인 원인은 역시,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한국 정치사회가 이 땅에 민주주의를 제대로 성숙시키지 못하고 있다는것에 있다. 지역감정을 이용한 지역할거주의, 이에 기댄 나눠먹기식 선거관행, 제대로 된 정책대결을 펴지 못함으로써 야기되는 정치판에 대한 냉소 등 반민주주의적인 정당들의 행태를 개선하지 않는 한 한국에 민주주의가 제대로 성숙하기는 어렵다. 민주주의는 단지 이행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며, 이를 토착화시키고 성숙시켜야 할 의무는 각종 당을 비롯한 정치인들 자신에게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제2의 박씨,지씨가 나오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5.31 지방선거에 즈음하여 이번 테러가 일어났다는 것에 민주주의 사회의 한 시민으로서, 민주주의를 배우는 한 학생으로서 범죄자에 대한 분노감을 금할길이 없다. 이러한 분노감과 함께 한편으로는 정치인들에게 묻고싶기도 하다. 당신들은 이 사회에 참다운 민주주의와 자유,사회적 가치들을 뿌리내리게 하려고 얼마나 노력했느냐고 말이다. 시민들의 절실한 요구에 성실히 답하려는 성의를 과연 보였는지도 의문이다. 단순히 국회의원이라는 ‘의원뺏지’만을 달기위해 시민들을 이용하려하고 있지는 않은지. ‘전라도는 우리당, 경상도는 한나라당’, 이런식으로 이분화하여 한국 정치를 이끌어가려 하고 있지는 않은지. 풀뿌리 민주주의를 제대로 정착시키려는 진지한 고민과 반성을 해본적이 있는지 정치인들에게 묻고싶다. 끝으로 이번에 피습당한 박근혜대표의 빠른 쾌유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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