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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공천잡음 한나라 지방선거 ‘휘청’

등록 2006-04-13 00:42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이재오 원내대표가 1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의원들의 대정부 질문 시간에 소속 의원들과 국회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A href="mailto:jongsoo@hani.co.kr">jongsoo@hani.co.kr</A>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이재오 원내대표가 1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의원들의 대정부 질문 시간에 소속 의원들과 국회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김덕룡·박성범 금품수수혐의 수사의뢰 파장
5·31 지방선거를 앞둔 한나라당의 공천 잡음이 급기야 두 중진의원을 자기 손으로 검찰에 수사 의뢰해야 하는 극단적인 모습으로 터져 나왔다.

이번 김덕룡·박성범 의원의 공천 비리는 과거 ‘차떼기 파동’과 최연희 전 사무총장의 성추행 파문에 버금가는 한나라당의 ‘대형 악재’로, 오세훈 전 의원의 ‘돌풍’에 힘입어 호전 기류를 보이던 서울시장 선거전 등에 적잖은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이 이런 사태까지 맞게 된 것을 두고, 당내에서는 “옛날의 악습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자성 어린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천권 이양실험 ‘고양이에 생선’ 맡긴 셈
‘차떼기당’ 꼬리표 이어 ‘매관매직당’ 오명

한나라당 김덕룡 의원
한나라당 김덕룡 의원
영남지역의 한 초선 의원은 “아직도 시장·군수 등 기초단체장 공천은 국회의원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구시대적인 관행이 문제”라며 “매관매직하는 도덕 불감증이 여전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당이 이번 지방선거부터 처음으로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 의원의 공천권을 각 지역으로 넘긴 데 따른 ‘과도기적 부작용’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만큼 중앙당의 감시가 어려워지고, 비리가 일어날 개연성이 높아진 탓이다.

한 핵심 당직자는 “각 시도당으로 공천권이 넘어가다 보니 중앙당에서 공천심사를 할 때보다 심사가 느슨해진 것이 사실”이라며 “같은 지역에서 서로 안면이 있다 보면 아무래도 연줄이나 ‘빽’을 쓰고픈 유혹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한나라당의 경우 당 지지도가 높은 상태여서, ‘한나라당 공천은 곧 당선’이라는 인식 때문에 의원들을 상대로 한 금품·향응 공세가 치열하다는 점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공천권을 지역으로 넘기는 대신 클린공천감찰단을 설치해 운영하면서 박근혜 대표 등 지도부가 “적발되면 가차없이 엄단하겠다”고 거듭 강조해 왔으나, 공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대구에서는 ㄱ의원에 대한 공천 로비 의혹으로 금품 제공자가 구속됐고, 경기도의 ㅎ의원은 자신의 지역구 시장 예비후보와 골프를 치고 지역구민들에게 식사 접대를 했다는 정황이 포착돼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또 서울의 ㅅ구청장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한나라당 박성범 의원
한나라당 박성범 의원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번 일을 ‘읍참마속’의 결단으로 부각시키며 파장을 최소화하려 애썼다. 박근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어떤 아픔이 있더라도 국민과의 약속은 지켜야 한다. 그것만이 한나라당이 살 길이고 5·31 지방선거에서 필승할 수 있는 길”이라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등은 “이번 일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한나라당에 맹공을 퍼부었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이날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한나라당의 수사 의뢰는 도마뱀 꼬리 자르기”라고 비난한 뒤, “검찰은 철저히 수사해 진상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상호 열린우리당 대변인은 “중진 의원들까지 공천헌금을 받았을 정도면 도대체 얼마나 광범위하게 ‘공천 장사’를 한 것인지 알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용진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열린우리당 역시 공천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두 당을 모두 비판하면서 “지역주의 정치로 무장한 정당이 ‘공천=당선’이라는 현실 위에 서 있는 한 이런 일은 계속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황준범 성연철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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