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김덕룡 의원
한나라당 “검찰수사 의뢰”
한나라당은 12일 당 중진 김덕룡 의원(서울 서초을)과 서울시당 위원장 박성범 의원(서울 중구)이 5·31 지방선거 공천과 관련해 2억~4억원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가 있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4면
허태열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박근혜 대표가 소집한 긴급 최고위원회의 뒤 기자회견을 열어, “김덕룡·박성범 의원이 각각 서초구청장, 중구청장 공천과 관련해 금품을 받았다는 제보가 들어와 당 자체 감사를 벌였지만, 진위를 밝히는 데 한계가 있어 13일 서울중앙지검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공천을 둘러싼 금품수수 의혹으로 현역 의원이 소속 정당한테서 검찰 수사를 의뢰당하기는 처음이다. 김 의원은 원내대표를 지낸 5선 중진이고 박 의원은 서울시당 위원장이라는 점에서, 금품수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당의 도덕성은 물론 지방선거에도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허 사무총장은 “김 의원의 경우 부인이 지난 2~3월 수차례에 걸쳐 한아무개 서울시의원의 부인 전아무개씨로부터 공천헌금 명목으로 모두 4억4천만원을 현금으로 건네받았다는 제보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의원 쪽 관계자는 “김 의원이 뒤늦게 알고 돌려주려 했으나, 당사자가 작정하고 받지 않고 있다”고 말해, 금품수수를 사실상 시인했다. 김 의원은 이날 밤 측근들과 의원직 사퇴 방안을 심각하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 사무총장은 또 “박 의원은 지난 1월 부부동반 회식에서 성낙합 전 중구청장의 인척인 장아무개씨가 준 케이크 상자에 21만달러(2억원 가량)가 들어 있어 이튿날 돌려줬다고 한다”며 “하지만 돈을 준 쪽에서는 돌려받은 일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허 사무총장은 “장씨는 애초 성 전 구청장의 재공천을 요구하다가, 성 전 구청장이 지난달 갑작스레 숨지자 성 전 구청장 부인의 공천을 요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지난 1월 초에도 장씨한테서 최고급 양주 등 2000만원 상당의 물품을 받고 돌려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이튿날 아내가 돈을 건넨 사람에게 찾아가라고 했고, 그쪽에서도 ‘봐달라’며 돈을 도로 가져갔다”며 “술 등은 나중에 돌려주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허 사무총장은 “이번 사건을 은폐해 지금까지의 공천개혁 정신이 오명을 사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 따라 강경 조처를 취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13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한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한나라당 박성범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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