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4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양곡관리법을 두고 논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4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두고 “선한 농민을 힘들게 하는 법”이라며 거부권 행사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폭락한 쌀값을 정상화해달라는 절박한 농심을 짓밟고 거부권을 행사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날 대정부질문에 나선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겨냥해 “입법권에 대한 중대한 도전을 넘어 국민의 삶과 쌀값 정상화에 대한 포기 선언”이라며 “오죽했으면 후쿠시마 멍게는 사주고 우리 쌀은 못 사주냐는 한탄이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이명박 정부에서 쌀 재배 면적을 생산 단계에서부터 관리·조정한 사례를 들며, 정부·여당이 우려하는 쌀 과잉생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 윤관석 의원은 “(대통령은) 농심도 민심도 야당도 국회도 거부하고 있다”며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컨트롤타워를 찾을 수 없는 무책임한 정부”라고 말했다.
반면, 한덕수 총리는 양곡관리법 개정안 통과로 정부가 쌀을 사들이는 게 의무화되면 쌀이 과잉생산된다고 맞섰다. ‘강제 수매’가 농민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것이라는 취지다. 한 총리는 “강제적으로 남는 쌀을 수매하도록 하는 제도가 있는 한 농민이 자체적으로 (생산을) 조정해야 할 인센티브가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결과적으로 농민들에게 해가 될 것이라는 정부 논리에 적극적으로 동조하며 방어에 나섰다.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는 말을 인용하며 “양곡관리법도 처음에는 어려운 쌀 농가를 돕겠다는 선의에서 시작되었지만, 정치적 이해가 엮이고 덧칠해지면서 악법 중 악법으로 변질됐다”고 비판했다. 이에 한 총리도 “정말 우리가 선의를 갖고 하는 정책이 결국 당사자를 힘들게 만드는 사례를 봐왔다. 양곡관리법은 그런 정책의 성격을 다분히 갖고 있다”고 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