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관리법 파동은 쌀 초과 생산량에 대한 국가의 ‘매입의무 제도화’를 놓고 시각이 달라 발생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쌀값 지지를 통한 농가 소득안정을 돕는’ 긍정적 효과를, 정부·여당은 “벼 재배면적 감소폭을 둔화시키고 과잉 쌀 구매에 따른 국가재정 지출 부담이 커진다”는 부작용을 각각 내세운다. 정부의 법안 재의 요구로 이번 개정법안이 사실상 폐기되면, 수확기마다 쌀 매입 여부와 그 규모를 놓고 정부와 농민들 간의 갈등이 다시 불거질 공산이 있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4일 국무회의와 기자간담회에서 “현재도 남는 쌀이 매년 5.6%(당해년 쌀 생산량 대비) 수준이고, 강제 매입을 시행하면 남는 쌀이 6~16%까지 더 늘어날 수 있다”며 “지금도 남는 쌀을 더 많이 남게 만들고, 이를 사는 데 들어가는 재정이 매년 증가해 2030년엔 1조4천억원대에 이르게 된다. 쌀값도 오히려 더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남는 쌀 전량 강제 매수법’으로 표현했다.
실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이 ‘수요량’ 또는 ‘예상 생산량’보다 3~5% 이상 더 생산되거나, 쌀값이 5~8% 이상 하락할 때 정부가 초과 생산량 전량을 의무 수매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다만 개정안 시행 이후 증가한 쌀 재배면적에는 이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 논에 타 작물을 재배하도록 정부가 재정 보조금을 지원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담겨 있다.
물론 2020년에 개정된 현 양곡관리법에도 정부의 쌀 매입 요건이 있다. 초과 생산량이 당해년 생산량의 3% 이상으로 예상되거나 단경기 또는 수확기 가격이 평년보다 5% 이상 하락한 경우다. 다만 쌀 매입을 정부의 의무사항으로 두지 않은 점이 개정안과 가장 다른 점이다. 쌀 매입 여부와 매입 규모는 정부가 정하도록 위임돼 있다. 정부는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고시에 해당 내용을 담아 뒀다. 고시 변경은 수시로 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초 정부는 2021년산 쌀(388만2천톤, 전년 대비 10.7% 증가)에 대해 세번에 걸쳐 매입(총 37만톤)했다. 이 조처에도 쌀값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쌀 가격 안정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21년산 쌀의 단경기(2022년 7~9월) 가격은 생산량 증가 등의 영향으로 세차례에 걸친 정부의 시장격리 조처(쌀 매입)에도 수확기(2021년 10~12월) 대비 쌀값은 역대 최대 수준인 20.5%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쌀 매입을 의무화하면 쌀값 안정화와 벼 재배농가의 소득 안정성이 높아지는 효과가 기대된다. 반면 쌀 소비가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 시장가격의 수급 조절 기능이 약화돼 오히려 쌀 생산 증가 유인으로 작용하고, 타 작물 전환 정책에 대한 농가의 참여 유인도 떨어뜨릴 수 있다. 결국 줄어드는 쌀 소비 흐름을 고려해 벼 재배면적 축소를 유도하면서도 쌀 가격 변동폭이 클 때는 정부가 적기 개입하도록 하는 틀을 마련하는 게 관건인 셈이다. 정부는 6일 관련 대책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조계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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