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경기도 용인시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 저온저장고에서 관계자가 보관 중인 쌀을 살펴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법률안 거부권(재의요구권)을 이날 행사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자, 농민단체들은 이해당사자인 농민 의견을 반영해 법 개정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등이 참여한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길’은 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농민 생존이 걸린 양곡관리법 개정을 둘러싼 논쟁이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정점에 이르렀다. ‘개정안이냐, 거부권이냐’ 하는 소모적인 논쟁만이 남았고, 국민의 주식인 쌀은 정쟁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소모적인 정쟁 속에 야당이 굴복하며 크게 후퇴된 내용의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윤 대통령은 이마저도 농민과 농촌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했다”며 “정부는 쌀의 생산과 수급, 가격 보장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을 저버렸다”고 성토했다. 농민단체들은 “농민 의견을 제대로 반영해 양곡관리법이 전면 개정되도록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김정룡 전국쌀생산자협회 사무총장도 “민주당의 수정안도 후퇴했는데 윤 대통령은 그마저도 거부권을 행사했다”며 “애초 민주당이 발의한 생산량 3% 초과(수정안 3~5% 이상), 전년 대비 쌀값 5%(수정안 5~8% 이상) 하락을 기준으로 하는 자동시장격리제와 최저가격을 보장하는 공정가격제를 포함해 개정안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는 내부 입장을 조율 중이다. 이 단체는 전면 개정을 요구하는 입장과 민주당 수정안을 관철해야 한다는 입장이 동시에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체의 임병희 사무총장은 “농가 소득 안정에 대한 대안이 없기 때문에 각 의견을 조율해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7개 광역시·도 중 농지가 가장 많은 전남(전국 농지의 21.3%)지역 농민들은 이날 함평, 무안, 해남에 이어 5일 전남도청 앞에서 양곡법 거부권 행사를 규탄하는 회견을 연다.
농민단체모임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 길’ 회원들이 4일 서울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윤석열 대통령을 규탄하고 있다.전국농민회총연맹 제공
전남 영암군 농민들이 4일 오후 영암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대통령의 양곡관리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를 규탄하며 적정한 쌀 가격을 보장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영암군쌀생산자협회 제공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