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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양곡법 거부권 행사한 윤 대통령, 그래서 대책은 뭔가

등록 2023-04-04 18:01수정 2023-04-05 02:37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개회선언을 하고 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국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개회선언을 하고 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국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거부권이 행사된 건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이후 7년 만이다. 거부권은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의 권한이다. 동시에 국회 입법권에 대한 행정부의 예외적 견제 장치라는 점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가능한 한 자제하는 게 옳고, 행사할 경우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이유와 대안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이번 거부권 행사는 이런 요건을 충족시켰다고 보기 어렵다.

윤 대통령은 쌀 생산량이 평년보다 3~5% 이상 늘어나거나 쌀 가격이 5~8% 넘게 떨어질 경우 초과 생산량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도록 한 개정안에 대해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 “남는 쌀 강제 매수법”이라며 격하게 비판했다. “제대로 된 토론 없이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며 야당도 직격했다. 그러나 정작 그렇다면 쌀값을 어떻게 안정시키고 식량 안보를 확보할 것인지 등 애초 이 개정안의 입법 동기에 해당하는 민생 문제에 대한 대책은 제시하지 않았다. 민생에 무한 책임을 져야 할 대통령의 책무를 망각한 태도다.

개정안에 일부 우려가 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해 산지 쌀값 폭락 등으로 단위 면적당 벼농사 순수익은 무려 36.8%나 떨어지면서 쌀농사에 크게 의존하는 우리 농민의 삶에도 엄청난 충격을 줬다. 제대로 된 정부라면 거부권만 휘두르고 돌아설 게 아니라, 법 취지를 살리면서도 부족한 점을 보완해 실질적으로 농민의 고통을 덜 방안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정부는 오는 6일 민당정 협의회를 열어 관련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했다. 하지만 당정이 국회 입법 과정에서 야당이 발의한 원안은 물론 국회의장의 중재안마저 두번이나 걷어찬 사실에 비춰 보면, 이번이라고 제대로 된 대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 선뜻 믿음이 가지 않는다. 이번 거부권 행사를 공식 예고한 지난달 29일 한덕수 국무총리의 대국민 담화에서도 “다양한 지원 정책” “쌀 소비 확대” 등 추상적인 주장만 짧게 언급됐을 뿐이다. 이번에도 뜬구름 잡는 주장만 나열했다간 거부권 행사의 정당성에 대한 국민적 의구심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번 개정안보다 더 전향적인 방안을 담아 ‘재입법’에 나서겠다는 야당을 막을 명분도 사라질 수 있다. 거부권 행사에 따른 정치 실종을 막기 위해서도 정부·여당이 먼저 실질적인 대안을 내놓고 야당의 협력을 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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