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무인기가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으로부터 반경 3.7㎞인 비행금지구역 안을 통과했을 확률이 높다.”(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적 무인기는 비행금지구역을 침범하지 않았음을 알려드린다.” (합동참모본부 공지)
“북한 무인기가 비행금지구역 P-73을 침범했다는 이야기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사실이 아닌 근거 없는 이야기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이성준 합참 공보실장)
“사실이 아닌 내용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작전에 참가했던 장병들의 사기도 있고, 또 적을 이롭게 하는 행위라고도 생각한다.”(전하규 국방부 대변인)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9일 북한 무인기의 비행금지구역 침범 가능성을 제기하자 군은 벌떼같이 일어나 김 의원에게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육사 40기인 김 의원은 한미연합사 부사령관까지 지낸 예비역 육군 대장이지만 군은 그를 ‘이적행위자’로 몰아세웠다.
그러나 1주일 뒤 합참은 “전비태세검열실의 조사 결과, 서울에 진입한 적 소형 무인기 1대로 추정되는 항적이 비행금지구역의 북쪽 끝 일부를 지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적행위’라던 김 의원의 지적이 사실임을 인정한 것이다.
지난 28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합참이 제출한 북한 무인기 항적. 국회 국방위원회 제공
김 의원 본인이 밝힌 ‘무인기의 비행금지구역 침범’ 추정 경위는 복잡하지 않다. 김 의원은 지난달 28일 국방부가 국회 국방위원회에 보고한 북한 무인기 항적에 주목했다. 김 의원은 5일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국방부에서 그려온 비행 계선, 궤적과 현재 (서울) 지도를 오버랩 시켜보니까 비행금지구역 북쪽을 스쳐 지나갔다”고 말했다. 군이 밝힌 무인기 항적을 서울 지도에 대보니 은평구·종로·동대문구·광진구·남산 일대와 겹쳤다는 것이다.
당시 국방부는 “비행궤적을 계속 추적한 게 아니라, 추적하다 끊기고 추적하다 끊겼기 때문에 끊긴 지점의 점을 연결했다”고 김 의원에게 설명했다고 한다. 무인기가 포착된 지점들을 선의 형태로 연결한 것이기 때문에 비행궤적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합참은 전비태세검열 과정에서 점으로 된 항적들을 연결하며 상황을 재분석한 결과, 무인기가 비행금지구역을 침범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을 내렸다. “무인기가 비행금지구역에 들어온 적 없다”고 단정하고 나아가 ‘이적행위’라고까지 공격했던 일이 무색하게 김 의원의 ‘간단한 추정’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김 의원은 이번 일을 “완전한 작전 실패요, 경호 실패이면서 위기관리의 실패”라고 규정했다. 김 의원은 “항상 안보는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야 하는데 너무 안이하다. (대통령) 경호처와 국방부가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는 자세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무인기가 비행금지구역을 침범했을 가능성을 정밀 분석해야 할 시점에 야당 의원의 의혹 제기를 무턱대고 부인하다 ‘안보 공백’만 노출한 셈이라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군의 뒤늦은 비행금지구역 침범 인지가 ‘대통령실 이전’과 관련돼 있다고 지적한다. 용산 대통령실 이전 뒤 반경 8㎞였던 비행금지구역은 국방부 청사를 중심으로 반경 3.7㎞로 재설정됐다. 김 의원은 “대통령실이 청와대에 있을 때는 비행금지구역을 광범위하게 8㎞로 했었고, 거기에 따라서 대단히 촘촘한 대공방어망을 구축했다”며 “그런데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방공진지들이 부적합한 장소에 많이 가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북한 무인기의 비행금지구역 침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실은 ’어떤 자료와 근거를 가지고 이를 예측한 거냐’며 김 의원을 향해 공세를 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달 28일 (국방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로는 ‘비행금지구역 안쪽에 진입했다’는 얘기를 할 수 없다”며 “전비태세 검열은 지난달 28일부터 지금까지 이뤄지고 있다. 야당 의원이 언론에 주장한 당시 시점으로 하면 국방부와 합참도 모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근거가 있다면 어디서 (해당 자료를) 받으신 것이냐. 국방부와 합참도 모르는 그런 자료의 출처에 대해 당국에서 의문을 품고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난달) 28일 합참이 국방위에 비행궤적을 보고했고 그걸 지도에 그대로 옮겼고 용산으로부터 비행금지구역 3.7㎞ 반경으로 그리니까 그 비행궤적이 비행금지구역 북단을 스치면서 지나가더라. 합리적으로 유추가 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실의 의혹 제기를 “물타기”로 규정했다. 그는 “우리 보좌진들과 지도 놓고 일일이 그려보니까 (비행금지구역 침범) 가능성이 많겠다고 결론 내린 것”이라며 “국방위원도 이렇게 노력을 하는데, 군이나 대통령실은 그런 노력조차 안하고 ‘근거 없이 했다’거나 ‘이적행위 했다’고 하니 한심하다”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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