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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한나라 정의화 “최연희도 희생양일뿐…훌륭한 의원”

등록 2006-03-02 12:08수정 2006-03-02 16:59

한나라당 정의화 의원 홈페이지 캡쳐 화면.
한나라당 정의화 의원 홈페이지 캡쳐 화면.
“이번 일은 급성알콜 중독이 원인…여론재판으로 의원직 사퇴 안돼”
지난달 28일 자신의 홈페이지(justice21.or.kr)에 최연희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을 옹호하는 글을 올려 누리꾼들의 질타를 받았던 정의화 한나라당 의원이 1일 다시 최 전 총장을 옹호하는 글을 올려 화제다.

정 의원은 ‘네티즌에게 띄우는 연애편지’에 올린 ‘최연희 의원님 사건에 대한 소회’라는 제목의 글에서 “최 의원은 후진적인 술 문화의 희생양일 뿐 훌륭한 사람이라며 여론 재판에 밀려 의원직을 사퇴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저는 신경외과 전문의 출신으로 重증, 中증, 輕증 급성알콜중독증세를 설명했지만 그것을 성추행을 정당화한 것으로 오해해 욕을 했다고 이해한다”고 누리꾼의 비판을 반박한 뒤 “그 重증의 증세는 사물에 대한 변별력이 상실되며, 판단력과 기억력에도 상실이 오는데 중증은 우리가 대부분 과음했을 때 나타나는 혀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고 단어가 순간순간 떠오르지 않는 정도”라며 최 의원의 당시 상태를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나라 술문화는 정말 문제가 많다. 정말 우리 술문화는 바뀌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없이 많은 멀쩡한 사람들이 어느 날 폐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최연희 의원도 후진적이며 악성적인 술 문화의 희생양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최 의원의 의원직 사퇴와 관련해서도 “이재오 원내대표이 5.31 선거를 앞둔 당이 위기에 몰리니 사건 해결책으로 의원직 사퇴밖에 길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는 보도를 보았다”며 “그러나 본인은 의원직 사퇴가 정답이라고 보지 않는다. 한사람의 훌륭한 사람을 급성 알콜 중독으로 인한 변별력 상실로 인한 부적절한 행위로 인해 죽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여론재판에 떠밀려가기보다 이성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며 “의원직 사퇴 요구는 지역구 유권자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사랑하는 최연희 의원께서 절망에 빠져 신체에 위협적인 질병이 생길까 걱정한다”며 최 의원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 누리꾼, “술 취해 저지른 범죄는 모두 용서가 되는 거냐?” 질타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정 의원의 홈페이지에는 비난이 쇄도했다. ‘국회의원맞아?’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국회의원이 어찌 나라일을 하나요?”라고 우려했으며, ‘dd’는 “술 먹고 강도짓해도 술 먹고 한 것이니까 위법성이 조각되나요?”라고 반문한 뒤 “술 먹고 잘못을 저질렀다고 잘못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며, 솔직히 의원직 사퇴도 약한 처벌이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감성도시’는 “당신 여동생을 최 의원이 주물럭거렸다고 가정해도 그런 증상을 들이대며 이해할 거냐?”라며 “최 의원이 술 먹고 사람을 죽여도 이해해 달라고 하겠구만”이라고 혀를 찼고, ‘지역구주민’도 “발바리가 혼자 사는 여성들 강간할 때마다 술 먹고 중증 알콜중독증세라고 했다면 용서해야 하느냐?”고 따졌다.

‘국회의원님께’는 “한 나라의 국회의원이라면 누구보다 더 사리분별력 및 판단력이 필요하다고 본다”라며 “정 의원의 말대로 그런 병이 있는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지난달 28일에도 최 의원의 성추행을 “과한 술로 인한 실수일 뿐 그동안 거의 모든 국회 남녀 의원들이 인정하는 훌륭한 분이셨고, 주어진 일에 늘 최선을 다하시는 분”으로 “보도만 보고 판단하듯 속되게 보이는 그런 분은 절대 아니다”는 취지의 옹호글을 올렸다가 누리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삭제한 바 있다.

한편, 최연희 의원은 한나라당을 탈퇴했음에도 국회 안팎의 사퇴 압박이 거세지자, 의원직 사퇴를 두고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오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1일 최 의원의 서울 평창동 자택을 방문해 가족에게 ‘최 전 총장이 의원직을 빨리 사퇴하는 것이 당에 대한 도리이고 이 사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래는 정의화 의원이 올린 글이다.

[정의화 의원] 최연희 의원님 사건에 대한 소회

저의 홈페이지를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의화입니다. 우리나라의 술문화는 정말 문제가 많습니다. 아마도 여기 오시는 분들은 급성알콜중독증의 증세를 잘 모르고 하시는 말씀 같습니다.

저는 신경외과 전문의 출신으로 重증, 中증, 輕증 급성알콜중독증세를 설명했지만 그것을 성추행을 정당화한 것으로 오해하여 욕을 했다고 이해합니다. 기왕에 좀 더 자세히 설명 드리자면 그 重증의 증세는 사물에 대한 변별력이 상실됩니다(의학적으로는 인지 기능 소실증세). 그 中증의 증세는 판단력과 기억력에도 상실이 옵니다. 輕증은 우리가 대부분 과음했을 때 나타나는 혀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고 단어가 순간순간 떠오르지 않는 정도입니다.

지금부터 10년 전 제가 초선의원 시절 우리 사회의 폭탄주 음주문화의 문제점을 언론인들과 함께 하는 자리마다 제기 하였습니다. 당시 SBS 방송은 그해 ‘술문화 문제’를 연중 화두로 잡은 해이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당시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제가 하였던 발언이 많이 소개되었습니다.

짧은 시간에 과하게 음주를 하므로서 생기는 이번의 경우처럼 ‘급성 알콜 중독’으로 생기는 수많은 우발적사고들은 술문화를 바로 잡으므로 많이 줄일 수 있습니다.

그와 달리 최근 어린아이의 성폭행후 살인한 사건에서 보듯 성도착증 환자가 저지르는 사건의 빈도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현대에 들어오면서 우리사회의 여러 기형적이고 잘못된 사회 병리현상을 하루빨리 고쳐나갈려는 노력없이는 징벌만으로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정신의학적으로는 시체에서 성욕 느끼는 '屍奸도착증', 어린 유아에서 성욕느끼는 幼奸 도착증 환자 등등이 있습니다. 이들은 징벌보다 치료감호가 필요합니다.

제가 부산의대 다니든 시절 배운 정신의학이 어느새 33년이 지났습니다. 지난 33년간 우리 사회는 더욱 복잡해졌고 경쟁은 치열해 졌습니다. 그에 따라 사회 병리현상도 최악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독주 소비 세계 4위, 출산율 1.16명으로 세계 최저, 교통사고 OECD 회원국 가운데 부동의 1위 등 우리사회가 해결해야 할 큰 일들입니다.

이 시간에도 우리나라 만성 알콜 중독증 환자 약 200만명, 알콜 중독자로서 가정폭력, 아동학대범이 100만명이나 있다고 합니다. 술로 생긴 직·간접적 폐해는 연간 10조원에 달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정말 우리 술문화는 바뀌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수없이 많은 멀쩡한 사람들이 어느날 폐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최연희 의원도 후진적이며 악성적인 술문화의 희생양일 뿐입니다.

한나라당 여성의원 중에서는 최연희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주장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물론 얼마나 황당하고 당에 끼칠 악영향등과 자신들의 도덕성과 성윤리에 비추어 주장한 것으로 이해합니다. 또 오늘 오전에 이재오 원내대표는 사건 해결책으로 의원직 사퇴밖에 길이 없어보인다고 했다는 보도를 보았습니다. 5.31 선거 앞둔 당이 위기에 몰리니 그럴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저는 대부분의 의원들이 인정하는 최연희 의원의 이번 사건만큼은 의원직 사퇴가 정답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한사람의 훌륭한 사람을 급성 알콜 중독으로 인한 변별력 상실로 인한 부적절한 행위로 인해 죽일 수는 없습니다. 여론재판에 떠밀려 가기보다 보다 이성적인 접근을 해야한다고 봅니다.

단순히 술에 관대한 사회라서가 아니라 법적 문제가 야기될 수 있는 사건으로 본다면 과음한 상황 즉 급성 알콜 중독증세의 상황에서 일어난 '부적절한 행위'라고 본다면 이 사건의 전말에 대한 보다 정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뿐 아니라 의원직 사퇴 요구는 지역구 유권자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라고 봅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이사건을 당하면서 정말 나라의 지도자들은 어떤 자리에서라도 폭탄주 제조를 하지 말고 술문화의 선진화에 앞장서자고 제언합니다.

사랑하는 최연희 의원께서 절망에 빠져 신체에 위협적인 질병이 생길까 걱정합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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