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언론에 장관들만 보이고 대통령은 안 보인다는 얘기가 나와도 좋다. 자신감을 갖고 언론에 자주 등장해서 국민에게 정책에 대해서 설명을 자주 하라.”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이 지난 7월19일 국무회의 뒤 밝힌 윤석열 대통령의 주문 사항이다. 윤 대통령의 이런 주문 직후, 대통령실에선 김대기 비서실장을 비롯해 수석급 참모들이 직접 1층 브리핑룸에 내려와 정책을 설명하는 모습이 부쩍 눈에 띄었다.
그로부터 한달여, 대통령실의 분위기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최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물론 실무진 사이에서도 일제히 기자 접촉을 줄이고 입을 닫는 기류가 역력하다. 이원모 인사비서관의 부인이 윤 대통령 부부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동행한 사실에 이어 대통령 취임식 초청 명단이 언론에 잇따라 공개되는 등 ‘보안 사고’가 잇따르자, 혹독한 감찰과 인사 조처가 이뤄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대언론 접촉 창구’인 홍보수석실 등의 부쩍 줄어든 공개 브리핑 수가 이를 입증한다. 지난달 22일 홍보라인 교체 이후, 김은혜 홍보수석이 직접 브리핑에 나선 건 모두 4차례, 대변인 브리핑은 1차례뿐이다. 현안 설명을 위해 담당 수석이 직접 나선 건 지난달 25일 최상목 경제수석이 유일하다. 직전 2주간(8월8~21일) 홍보수석(2회), 비서실장(2회), 경제수석(2회), 안보실장(1회), 안보실 1차장(1회) 등이 브리핑룸을 찾아 경쟁적으로 현안을 설명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특히 민감한 문제에 대해 홍보수석실이 ‘서면 브리핑’을 내는 일이 잦아진 것도 눈에 띈다. 지난달 22일부터 4일까지 대변인실에서 브리핑을 하지 않은 날은 모두 3번(8월26·30일, 9월2일)이었다. 해당 일엔 김건희 여사의 나토 회의 참석 당시 장신구 대여 논란(8월30일)과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관련 녹취록 보도(9월2일) 등 민감한 이슈가 제기됐지만, 대통령실은 그저 “유감을 표명한다”는 내용의 서면 입장문만 내놨다. 대통령실의 한 비서관급 인사는 “질의응답 과정에서 말이 꼬이고 길어지다 사고가 날 수밖에 없다”며 “소통의 방식을 바꿔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 일부 참모는 대놓고 “기자들과의 접촉을 줄이라”고 지시까지 하고 있다고 한다. 대통령실의 한 직원은 “사무실에서 전화를 받거나 대화하는 모습도 의심을 받을까 신경 쓰일 정도”라며 “‘소통 목적이라면 낮술도 괜찮다’던 예전과는 확실히 달라진 풍경”이라고 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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