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정치BAR

‘곳간 열쇠’ 앞에서 흔들리는 이낙연-홍남기의 인연

등록 2021-02-04 04:59수정 2021-02-26 14:52

경제부총리 발탁 배경에 ‘이낙연 추천설’ 나올 정도로
신뢰 깊었던 두 사람, 4차 재난지원금 놓고 정면충돌
2018년 11월9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내정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과 면담하고 있다. 총리실 제공
2018년 11월9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내정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과 면담하고 있다. 총리실 제공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찰떡 호흡’을 맞췄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재난지원금 문제로 사이가 틀어졌다. 총리실에서 함께 일했던 두 사람의 거리가 서울 여의도와 세종시만큼 멀어졌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3일 “민생 고통 앞에 정부 여당이 더 겸허해지길 바란다. 재정 주인은 결국 국민이다”고 ‘재정 곳간지기’를 자임한 홍남기 부총리를 직접 겨냥했다. 전날 이 대표가 ‘4차 재난지원금에 보편과 선별을 병행하겠다’고 연설한 뒤 4시간 만에 홍남기 부총리가 “전 국민 보편지원과 선별지원을 한꺼번에 모두 하겠다는 것은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공개적으로 반박한 데 따른 공박이었다. 이날 민주당은 최고위원회에서 나온 홍 부총리 사퇴요구 발언을 이례적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이낙연 대표의 의중 없이는 불가능한 ‘공개 경고’였다.

지금은 냉기류가 흐르지만, 한때 이 대표와 홍 부총리는 매우 돈독한 관계였다. 첫 인연은 2017년 5월이었다. 이 대표는 문재인 정부 첫 국무총리에 취임했고, 총리를 보좌하는 국무조정실장(장관급)에는 홍남기 당시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이 등용됐다. 홍남기 실장은 박근혜 정부 때도 중용됐던 관료여서 문재인 정부 국무조정실장에 발탁되자 화제가 되기도 했다.

홍 부총리는 국조실장 시절 당시 이낙연 총리에게 질책당하지 않는 관료로 소문이 났었다. 이 대표는 총리 시절 깐깐한 업무 처리로 유명했다. 총리실에서 일했던 한 고위 관료는 “공무원들이 이 총리한테 보고하러 가면 책 잡힐 게 두려워 와들와들 떨곤 했다”고 했다. 그러나 당시 이 총리-홍 실장과 함께 일했던 전직 고위 공무원은 “정부 초기라 정책을 셋업하는 과정이 힘들었지만, 두 분 사이는 좋으셨고, 갈등도 없었다”고 했다. 이 총리는 무엇을 물어도 막힘 없이 대답하는 홍 실장의 꼼꼼한 업무 능력을 높게 평가했다.

이 대표와 홍 부총리 사이의 황금기는 지난 2018년 11월 홍 실장이 경제정책을 관할하는 부총리로 발탁된 시기로 보인다. 홍 부총리는 기재부 내에서 예산실장과 기재부 차관 등 주요 보직을 거치지 않은 이른바 ‘비주류’였다. 그가 차기 부총리로 유력하다는 소문이 퍼졌을 때 전·현직 경제 관료들은 의아하다는 분위기였다. 이낙연 총리의 신임을 얻어 적극적인 추천을 받았다는 설이 돌았다. 홍 실장은 부총리로 승진한 뒤에도 이낙연 총리와 관계가 매끄러웠다.

그러나 이낙연 총리가 여의도로 자리를 옮기면서 달라졌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확산하고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홍 부총리에게 적극 재정을 주문하는 정치권의 요구가 빗발쳤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재명 경기도지사와의 논쟁이었다. ‘기본소득주의자’인 이 지사는 끊임없이 기재부가 ‘소극적인 재정’을 펼친다고 공격했고, ‘나라 곳간지기’를 자임하는 홍 부총리는 “기재부와 저의 업무에 대해 일부 폄훼하는 지나친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이 대표도 사회복지 등에 자신의 선명성을 드러내기 위해선 재난지원금 논쟁에 끼어들 수밖에 없었다. 곳곳에서 공격받는 홍 부총리를 감싸며 “기획재정부 곳간지기를 구박한다고 무엇이 되는 게 아니다”라고 했지만 그와의 관계도 변했다. 지난달 24일 홍 부총리는 재원 마련에 난색을 표하던 자영업자 영업손실법 등을 논하는 고위 당정협의회가 열리자 불참한 바 있다. 평소엔 회의를 빠지지 않던 홍 부총리는 감기몸살을 이유로 들었다. “기본적으로 튀려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현재의 시점과 본인의 위치(기재부 장관)가 결부된 것”(전직 고위 공무원)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국조실장 때부터 홍 부총리를 지켜본 한 관계자는 “공무원이 업무 장악력이 높다는 것은 장점이기도 하지만, 부총리를 오래 하게되면 자기 소신이 계속 강해져서 단점으로 바뀔 수도 있다”며 “공무원이 곳간지기를 자임하면서 무조건 (재정을 더 쓰는 것을) 안된다고 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치인으로 돌아온 이낙연 대표와 홍 부총리 간의 ‘관계 균열’ 밑에는 ‘재정권력’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담겨있다는 것이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한동훈 버티기…“대표 사퇴 안 했으니 권성동 대행체제 불성립” 1.

한동훈 버티기…“대표 사퇴 안 했으니 권성동 대행체제 불성립”

우원식 ‘퇴근 인사’ “꺼지지 않는 가장 단단한 불빛 함께해 든든” 2.

우원식 ‘퇴근 인사’ “꺼지지 않는 가장 단단한 불빛 함께해 든든”

탄핵 의결서 대통령실 전달…윤 대통령 저녁 7시24분 직무정지 3.

탄핵 의결서 대통령실 전달…윤 대통령 저녁 7시24분 직무정지

윤석열의 3년…공정과 상식 걷어차고 ‘헌정 파괴’로 폭주 4.

윤석열의 3년…공정과 상식 걷어차고 ‘헌정 파괴’로 폭주

사과 없는 윤석열 “잠시 멈춰서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 5.

사과 없는 윤석열 “잠시 멈춰서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

홍준표, 탄핵 가결 뒤 “한동훈 등 민주당 세작들 제명하라” 6.

홍준표, 탄핵 가결 뒤 “한동훈 등 민주당 세작들 제명하라”

[속보] 윤석열 탄핵안 가결, 대통령 직무정지…찬성 204표 7.

[속보] 윤석열 탄핵안 가결, 대통령 직무정지…찬성 204표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